대구 시민 711명 "친일·독재 미화하는 단일 교과서, 파시즘"...경북에서도 7일 기자회견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구경북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대구지부, 대구참여연대, 인권운동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여성단체연합,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50여개 단체는 5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모두 711명의 시민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2013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친일·독재미화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통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자 정치권과 교육부는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나섰다"며 "국정 교과서는 몽골, 베트남, 북한, 스리랑카 등만 채택하고, OECD에서는 어느 국가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지 그 숨은 뜻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국정화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단 하나의 교과서만 용납하겠다는 파시즘"이라며 "긍정의 역사는 과를 덮는데서 나오는게 아니라 과를 정확히 평가해 과를 불러온 세력에 대해 단죄하는데서 나온다. 나치에 대한 독일의 처벌이 현재 진형형인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로 아이들이 역사의 주체로 우뚝서는 것을 방해하거나, 잘못된 역사 의식을 가진 일베(우익성향 인터넷 사이트)로 자라게 될 소지를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역사 교과서의 다양성 유지는 필수적"이라며 "대한민국 아이들이 객관적인 교과서를 통해 역사인식의 폭을 넓히고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당당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때문에 "역사교육을 유신시대로 회귀시키려 하는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길 바란다"면서 "국정 교과서를 사용한 유신정권 역사교육이 독재권력 영구화를 목표해 학생들에게 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로 미화하고,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투쟁 역사를 축소, 왜곡한 것을 상기해 역사의 진실 앞에 시대적 소명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부터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향해 "입장을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주보돈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정권 말을 잘 듣는 은퇴할 나이의 인사들을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임명해 이승만을 국부화, 친일세력을 비호, 박정희·전두환 등 군사독재 정권을 미화,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려 한다"면서 "교과서 국정화는 수구정권의 영구집권 방편이다.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나라 앞날을 망치고, 역사의 진실을 말살하는 국정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호만 전교조대구지부장은 "다양성이 배제된 획일화된, 하나의 역사만을 배우면 우리 아이들이 참된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우동기 교육감이 진정한 대구지역 교육 수장이라면 대구교육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교육을 위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경북지부, 민주노총경북지부, 참교육학부모회경북지부 등 2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경북교육연대는 오는 7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경북 교사 3백여명은 지난달 17일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내기도 했다.
앞서 9월 24일 대구경북 교수·교사 329명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경북대 인문·사회·사범·자연·경상대학 등 10개 단과대학 교수 132명과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교육대, 안동대, 동국대(경주캠퍼스), 금오공과대학교 등 10개 대학 역사학 전공 교수 71명이 동참했다. 경북대사대부속중·고 대구고, 덕원고, 계성고, 영천고, 김천생명과학고, 포항여고, 경북외고, 의성여고, 안동여자중, 고령중 등 80개 중·고등학교 역사학 교사 126명도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업무계획에서 현재 검인정제인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사와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체제 전환을 포함하여 다각적 교과서 체제 개선방안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환 여부는 이달 말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