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역사교과서와 ‘글로벌’ 새마을운동

다산연구소
  • 입력 2015.1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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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윤지관 / "장기적 정권 창출을 위한 이념화 기획의 일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른 밀어붙이기고 여권에서조차 마지못해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사실 역사학자의 90%를 좌파로 몰아붙이고 전국의 고등학교 99.9%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강변하는 무리한 행태가 어디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국정본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명명한 데서 보이듯 여기에는 기득권의 지배체제를 영속화하려는 집권세력의 야욕이 깔려 있다. 보수층의 결집과 지역주의를 노린 이 정치적 승부수가 다가올 선거에서 먹힐 경우 가령 일본처럼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이 현실화할 위험이 없지 않고, 실제로 이 싸움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념 대립 부추기고, 국가주의 인간관을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런 강행이 가능한 데는 공론장인 언론이 종편으로 대변되는 황색저널리즘의 온상이 된 현실이 있다. 비판적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어떤가  현재 대학은 국가권력과 자본의 통제로 그 본령이라고 할 자율성의 공간이 축소될 대로 축소되어 있다. 언론과 대학이 왜곡되거나 죽어 있는 상황에서 국가권력의 횡포는 그것을 딛고 더욱 거세진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를 통해 이념대립을 부추기는 이면에는 공론장을 손아귀에 넣고 있다는 집권세력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

<경향신문> 2015년 11월 4일자 1면
<경향신문> 2015년 11월 4일자 1면

  최근 수년 사이에 박정희 시대의 치적으로 새마을운동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글로벌’화하려는 움직임이 정권 차원에서 노골화되어온 것도 이 맥락에서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의 복권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세계화하는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9월 미국방문 시 유엔본부 연설에서 “선친께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성공 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서 국민과 나라를 바꾸어놓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도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모임에 동석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새마을운동 성공의 핵심적인 요인은 교육”이라고 화답하면서 이 운동의 국제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을 국내에서 복원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이들의 기도는 시대착오이자 과대망상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지 산업화시대의 철 지난 사업을 되풀이하자기보다 그 정치적 함의를 극대화하는 방향 즉 보수정권의 이념을 뒷받침하는 싸움의 터로 활용하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 새마을운동은 자조와 협력을 내세웠으나 내용적으로는 ‘하면 된다’ 식의 군인정신에 접맥된 국가주의적 인간개조를 그 사상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이 70년대 초 농촌의 환경개선에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농가소득증대라는 목적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1973년부터 시작된 유신체제의 농촌하부조직으로 활용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마을운동은 곧 10월 유신이요, 10월 유신은 곧 새마을운동”이라는 박정희 자신의 선언에서도 이는 분명하다. 또한 새마을운동의 핵심요소인 ‘새마을교육’이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토대로 하는 유신체제의 이른바 “한국적 민주주의”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었음도 환기된다.
 
장기적 정권 창출을 위한 이념화 기획의 일환

  대한민국의 밝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배우게 해야 한다는 국정화 논리의 한 중요한 예가 새마을운동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론조사에서 역대 한국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잘한 것으로 꼽힌 것이 바로 새마을운동일뿐더러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효과지만 국가주의적 인간상을 주입하기에 이 운동이 가장 적합하겠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역사해석을 강요하는 교과서가 ‘올바른’ 것이 될 리 없고, 산업화시대의 개발독재 모델이자 관 주도의 인간개조를 앞세운 새마을운동이 ‘글로벌’한 의미를 가질 리 없다. 학문체계도 서 있지 않은 ‘새마을학’으로 석사학위를 수여하는 영남대의 촌스러운 행보가 학계의 빈축을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얼핏 무리해 보이는 집권세력의 이 시도가 장기적인 보수정권 창출을 위한 이념화 기획의 일환이라는 점을 바로 인식할 때 이에 대한 비판도 내용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다산연구소 - 다산포럼] 2015-11-10  (다산연구소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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