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경영진 잘못에 왜 노동자들만 해고당해야 하나"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5.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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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구조조정ㆍ성과평가제 비판..."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노사협상 거쳐야"


"노동자에게 끊임없이 쓸모를 강요한다. 살아남으려면 서로를 공격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은수미(52)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5일 저녁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경영을 잘못해 회사가 어려워지면 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이 해고당해야 하는가.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이날 강연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대구노동사목, 전국여성노조대구경북지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의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일하는 손이 아름다운 세상'을 주제로 시민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은수미(52)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일하는 손이 아름다운 세상. 노동, 콧대를 세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2016.5.25. 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은수미(52)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일하는 손이 아름다운 세상. 노동, 콧대를 세우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2016.5.25. 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은 의원은 "경영진은 투자손실이 있어도, 골목상권 장악과 불공정행위와 같이 법을 지키지 않아도 그 자리를 유지하지만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며 "우리나라에 기업정신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임원보수의 성과연동 분석' 자료를 보면 2013-14년 평균 40%대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30개 기업의 경영진 연봉은 8% 증가했다.

또 "영화 '카트'를 보면 하청계약으로 경영악화를 해결하려는 마트와 노동조합을 만들어 그에 맞서는 해고당사자들이 나온다. 실화를 바탕을 한 이 영화는 노조 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하면서 다른 조합원들이 일을 하게 됐다는 것으로 끝난다"며 "이처럼 노동자는 '받은 월급만큼 유용한가'를 항상 질문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공격적으로 쓸모 있음을 묻는다"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공무원 성과평가제'와 '일반해고' 등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은 의원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노사협상을 통해 경우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지만, 국가가 나서서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는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직업과 재산에 따라 차별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노조 조직율과 노사합의 적용율은 모두 10%대에 있다. 프랑스처럼 소수노조가 이뤄낸 합의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도 없다"며 "때문에 사람들은 노조를 멀게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대표음식인 '피쉬앤칩스'와 오늘날의 축구는 모두 1800년대 노동자들의 음식이었고 놀이였다"면서 "이를 위해 노동이 시민 전체의 문화가 돼야 한다. 일상 속에서 노동 가치를 교육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14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2016.5.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시민 14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2016.5.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은수미 의원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2005년부터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부연구원으로 일했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 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정책전문위원 등을 거쳐 2012년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난 4.13총선에서는 '성남시중원구' 더민주당 후보로 나왔지만 득표율 38.9%로 새누리당 신상진(43.4%) 당선자에 이어 2위로 낙선했다.

지난 2월 이른바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세 번째로 나와 10시간 18분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 활동으로는 통상임금 정의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기업의 자본소득과 이자소득 분리해 최대 38%까지 과세하는 법인세법,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진단 명령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모두 계류 중이다.

강연에 앞서 신종호 분도 신부의 강론으로 진행된 미사에서 노동자들이 안전모, 가운, 앞치마 등을 봉헌했다.(2016.5.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연에 앞서 신종호 분도 신부의 강론으로 진행된 미사에서 노동자들이 안전모, 가운, 앞치마 등을 봉헌했다.(2016.5.2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강연에 앞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신종호 신부의 주례로 126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미사가 진행됐다. 미사에서는 안전모, 식판과 앞치마, 병원가운, 배달 헬멧 등 여러 직종별 노동자의 물품을 봉헌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은 노동자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일회용, 소모품 취급을 받는다. 노동 의미를 되찾고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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