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노동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관계법 개악 저지"와 "민주노총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해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해 재벌 곳간만 채워주는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우리가 한상균이다"를 외치며 한 위원장의 얼굴가면을 쓰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16일 오후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탄압 중단 총파업 대회'를 갖고 범어네거리를 거쳐 대구지방노동청까지 2km정도 행진을 했다.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린 이 날 집회와 행진에는 1,600여명(경찰추산 1,10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병력 13개 중대 1,200여명이 투입됐지만 물리적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이 날 '총파업'에는 대구지역 건설노조 조합원 1,000여명이 참여했고, 경주에서도 금속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1,200여명이 4시간가량 파업을 한 것으로 민주노총은 잠정 집계했다.
김태영(46)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은 박근혜정부의 '노동5법' 개정에 대해 "전경련의 민원을 수용한 꼴"이라며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해 재벌 곳간을 채우려한다"고 비판했다. 남주성(52) 전국농민회연맹 경북도연맹 의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외치며 노동법 개정을 밀어붙이지만 그에게 국민은 재벌들 배를 불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동 5법'은 ▷근로기준법(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 노동시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 ▷파견근로자법(파견 업종과 대상 확대) ▷기간제근로자법(비정규직 사용기한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고용보험법(실업급여 지급요건 강화) ▷산재보험법(출·퇴근 시에도 산재 인정) 등 5개 법안이다. 이 가운데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은 이견이 크지 않지만 '파견근로자법'과 '기간제근로자법'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의 '일반해고'을 비롯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논란이 크다. 민주노총은 일반해고에 대해 "회사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제도"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역시 경북대병원이 지난 10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직원의 개별적인 서명을 받아 취업규칙 변경절차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 파견 허용업종에 전문직과 고령자, 뿌리산업(주조, 용접, 표면처리 등)을 추가하는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술자들을 싼값에 부릴 수 있고 현재 시행 중인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기간제근로자법' 역시 "정규직 전환을 늦추고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며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5법 외에 지역 노동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국(45) 금속노조 구미지부 EMG지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두 달도 안 돼 사측이 교섭위원을 교체하면서 노동조합을 반드시 깨겠다고 했다"면서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락(57) 금속노조 포항지부장도 "노동자의 기본권인 교섭과 조합설립마저도 박탈하려는 현 정부로 인해 기본적인 투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벌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침을 쏘고 죽는다. 모두가 벌처럼 싸우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대구지방노동청 앞 마무리집회에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노동청이 노동자 편이 아니라 정부의 편을 들고 있다"며 "노동자를 위한 노동청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만을 위한 노동청, 정부의 하수인"이라고 대구지방노동청을 비판했다.
이정현(55)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장은 "경북대병원 해고노동자들은 80일이 가깝도록 길거리에 내몰려 있는데 병원 측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막고 있다"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동청인지 모르겠다. 노동청은 경북대병원의 지침위반을 해결하라"고 말했다. 방영태(58) 대구일반노조 부위원장도 "지자체 환경미화원, 대학시설,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정부지침을 적용받아야 하는데도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비정규직은 행정비용절감과 전문성제고를 목적으로 2000년대 이후 확대됐지만 대구시 공공기관 민간위탁업체는 대부분 지침을 위반하고 있다. 남구청 환경미화원,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현재 "정부지침을 준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 직고용, 임금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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