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 낙동강이어 금호강 첫 출현..."오염 심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6.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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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교 인근에서 덩어리 50여개 발견, 환경청 "유해성 없다" / 환경단체 "정체 확산, 보 제거해야"


영산강, 금강, 낙동강, 한강에 이어 올해는 대구 금호강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첫 출현했다. 호수나 저수지 등 정체수역에 서식하는 외래종 벌레가 4대강사업 구간뿐 아니라 지류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대구지방환경청(청장 유제철)은 20일 "대구시 동구 신암동 아양교 다리 아래 금호강에서 지난주부터 50여개의 큰빗이끼벌레 덩어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호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4년부터 4대강사업 구간 곳곳에서 발견된 후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 죽곡취수장, 창녕합천보 등에서 발견돼 이제는 4대강사업 구간이 아닌 곳에서도 벌레의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대구 동구 아양교 금호강서 첫 발견된 큰빗이끼벌레(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동구 아양교 금호강서 첫 발견된 큰빗이끼벌레(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청은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고 판단해 수거하지 않고, 자연소멸 될 때까지 기다릴 방침이다. 대신 국립환경과학원, 4대강물환경연구소, 유역지방환경청 등의 큰빗이끼벌레 분포와 수환경 조사 과정에 4대강뿐만 아니라 금호강 유역도 포함시켜달라고 추가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조재미 대구지방환경청 수질관리과장은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 4대강 전체에서 벌레가 발생하는 중"이라며 "금호강에서 발견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대강사업과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면서 "유속이 느린 구간에서 일부 서식이 확인돼 국립과학원 조사에 금호강 구간도 포함시켜달라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 내려 유량이 늘어나고 수온이 떨어지면 자연소멸할 것으로 본다"며 "인체 유해성과 독성이 없다고 판단해 특별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정체수역 지표종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4대강 구간뿐 아니라 지류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보로 인한 유수 정체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정체수역 지표종 큰빗이끼벌레 덩어리가 바위에 붙어 있다(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정체수역 지표종 큰빗이끼벌레 덩어리가 바위에 붙어 있다(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이번에 금호강서 처음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아양교 근처에 대량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금호강이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의 상류 구간으로 4대강 보인 달성보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특히 이 일대에는 오래전에 설치된 고무보가 여전히 철거되지 않고 있어 유수 정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아양교 아래서 육안으로만 30여개 벌레 덩어리를 발견했다"며 "부유물이 많고 수질은 탁했으며 역한 냄새도 났다"고 밝혔다. 또 "정체수역 지표종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뿐 아니라 지류까지 등장한 것은 강물 정체가 심화돼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4대강보에 이어 사용처가 폐기된 옛 고무보까지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당장 유해성이 없다고 하지만 큰빗이끼벌레가 강물에 존재함으로써 부영양화가 심각해져 강물이 썩고 용존산소량이 줄어 다른 수중생물의 호흡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낙동강 녹조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큰빗이끼벌레까지 서식하면 강의 생태계는 더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먼저 아양보 인근 고무보를 없애고 4대강 보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양교 근처에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 부유물들(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아양교 근처에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 부유물들(2016.6.1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큰빗이끼벌레'는 물속 돌과 수초에 붙어사는 북미가 원산지인 태형동물 일종으로, 1㎜짜리 개체 수천개가 단백질 같은 막으로 뭉쳐진 형태로 자라며 섭씨16도 이하가 되면 자연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만 발견돼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돼 왔다. 낙동강 같이 물이 흐르는 곳에서 발견된 것은 4대강사업 후인 2014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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