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권민정씨는 2005년 임신 8개월째에 복중 태아를 장기 이상으로 잃었다. 이듬해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지만 아이는 태어난지 123일만에 또 목숨을 잃었다. 포항 바다에 아이를 떠나보내고 몇 년이 지나서야 권씨는 두 아이 사인이 가습기 살균제인 것을 알게됐다.
"저는 바보입니다. 바보가 맞습니다. 그런 화학물질을 큰 마트에서 판다고 안전하다 믿었습니다. 가해 기업 광고는 티비를 틀면 하루에도 몇 번 나옵니다. 마트에 가도 봅니다. 눈을 감거나 돌아섭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잘못했는지 다 알았습니다. 우리 아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규명 해주십시오"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으로 숨진 희생자가 지금까지 33명(대구 20명, 경북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희생자 추모 촛불을 켜고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망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28일까지 밝혀진 대구 사망자는 20명, 생존환자는 104명으로 124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민간신고센터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의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 1~2차 조사에서 대구 사망자는 6명, 생존환자는 18명, 2015년 3차 조사에서 대구 사망자는 1명, 생존환자는 40명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와 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진 올 4월 25일~5월 31일까지의 4차 조사에서는 피해 접수가 대폭 늘었다. 사망자는 13명, 생존환자는 46명이 추가 접수돼 6년간 지역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20명, 생존환자는 104명으로 지역민 모두 124명이 피해자로 확인됐다. 사망률은 16.1%로 전국 사망률 20%보다 조금 낮은 수치다. 4차 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포항환경운동연합도 같은 날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지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발표했다. 경북지역은 1~2차 조사에서 사망자 3명, 생존환자 9명, 3차 조사에서 사망자 1명, 생존환자 22명, 현재 4차 조사에서 사망자 9명, 생존환자 26명으로 나타나 지금까지 모두 13명이 숨지고 57명이 생존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70명의 경북도민이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구경북 사망자는 33명, 생존환자는 161명으로 194명이 이미 희생됐거나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정부는 '폐 섬유화'를 발병 원인으로 보고 1등급(관련성 확실), 2등급(관련성 높음), 3등급(관련성 낮음), 4등급(관련성 거의 없음)으로 나눠 피해 수사와 보상 범위를 산정하고 있다.
이들은 "잠재 피해자는 29만~227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신고된 피해는 빙산의 일각으로 제품 사용자 1%도 않된다"고 했다. 때문에 "전 인구 대상 역학조사로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 등 제품 판매 기업 대표 구속, 피해자 등급 기준 재정립, 대형마트 불매동참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엉터리 수사와 등급 판정, 재판매는 얘들이 웃을 일이다. 청문회에서 4년간 수사를 않한 검찰과 기업 대표들을 세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20대 국회 첫번째 특별위원회로 가습기 살균제 특위를 구성하고 곧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8일 논평을 내고 "여야의 국정조사와 특위 구성 합의를 환영한다"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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