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없는 미등단 작가들을 위한 독립문예지 '영향력'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9.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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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자유투고, 펀딩제작·독립서점 유통...김은진 편집장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텍스트"


대구지역에서 올 초 창간한 계간 독립문예지 <영향력>이 최근 2호까지 나오면서 독립출판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향력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미치고 여러분이 우리에게 미치는' 슬로건 아래 지면 없는 미등단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이 잡지는 서울, 부산 등 타지에서도 유통되며 문학의 힘만으로 젊은세대와 공명하고 있다.

"전업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도 글에서 손을 놓은 적은 없다. 소설이든 시든 매일 혼자 써 왔다." <영향력> 발행사격인 '키친테이블라이팅'의 김은진(39.대구) 편집장은 지난 5일 늦은 저녁 대구 중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향력 발행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말하며 입을 열었다.

계간 독립문예지 '영향력'의 김은진 편집장(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계간 독립문예지 '영향력'의 김은진 편집장(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올해 2월 22일 창간호가 나온 영향력은 대구 출신 두 직장인 김은진씨와 은미향(34)씨가 키친테이블라이팅 브랜드를 만들며 시작됐다. 김씨는 대구서, 은씨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따로 시간을 내 잡지 발행을 한다. 지난 6월 30일 2호 출간 뒤 편집과 발행인은 1명이 늘어 3인 체제다.  

"누구든 어디든 무엇이든 당신이 쓴 글을 읽어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쓸 가치가 있다. 영향력은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텍스트다. 때문에 대구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등단하지 않은 작가들이 글을 계속 쓰길 바란다. 젊은세대가 깊이가 없다 쉽게 비판하지만 그들에게도 표현하고픈 얘기가 있다. 무조건 많이 팔리고 읽혀야지 좋은 글은 아니지 않나. 인간 본능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시와 소설이다" 

독립서점 시장 형성 후 독립출판물도 이미 단단한 팬층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립잡지도 2000년 초반부터 10년 넘게 다양한 내용으로 수 백여종이 발행되고 있다. 월간 '잉여', 월간 '미정', '가난뱅이를 위한 잡지', 비정기 간행물 '록셔리' 등 대형출판사들이 담지 않는 언더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키친테이블라이팅 영향력 창간호와 2호(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키친테이블라이팅 영향력 창간호와 2호(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예지(문학예술잡지)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오래된 문화잡지 '싱클레어', 시인의 잡지 '더 멀리', 실험과 전위를 지향하는 반년간지 '쓺'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구지역에서는 이 같은 독립문예지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가운데 영향력이 올 초 발행됐다.

전업작가를 꿈꾼 김 편집장은 27살 후 소설과 시를 계속 쓰며 등단을 준비했지만 벽은 높았다. 하지만 글 쓰기는 계속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과 같은 미등단 작가들을 위한 잡지를 계획했고 이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등 SNS에 공유해 함께할 이들을 찾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키친테이블라이팅과 영향력이다. 김씨에 따르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자신만의 글을 쓰는 사람들을 일컬어 '키친테이블라이터'라고 한다. 이 개념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한국의 김연수 작가가 자신들의 에세이집에서 '키친테이블노블'을 언급하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키친테이블라이팅 영향력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키친테이블라이팅 영향력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실제로 영향력 1,2호에는 대학생, 학원강사, 인턴, 일반 회사원, 알바노동자, 책방 주인,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의 키친테이블라이터들이 SNS 홍보글을 보고 메일로 자신들의 글을 자유투고했다. 문예지인만큼 영향력에 실리는 글은 시와 단편소설, 엽편소설(1~2페이지 소설), 장르소설, 에세이 등이다. 이 중 선정된 20여편이 80여 페이지로 정리돼 이미지 없이 텍스트로만 발행됐다. 또 앞으로는 투고 영역도 넓힌다. 등단 여부와 상관 없이 글을 싣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둘 예정이다.      

자본금은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방식이다. 후원금이 목표에 도달하면 수수료를 떼고 받는다. 창간호와 2호 모두 펀딩에 성공했다. 하지만 300권을 발행한 창간호가 좀처럼 팔리지 않아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아트북페어에 참여한 뒤 여기저기서 입소문이 나 창간호와 2호는 현재 모두 매진됐다. 유통은 독립서점에 직접 메일을 보내 입점을 요청한다. 현재 대구 더폴락, 스튜디오콰르텟, 서울 스토리지북앤필름, 부산 샵메이커즈, 제주도 소심한책방, 라이킷 등 20곳에서 입점돼 있다.

한편, 독립문예지 영향력의 소식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kitchentablewriti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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