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한 '동성아트홀', 다시 영사기 돌아가던 첫 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04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단장해 4일 재개관, 기획전ㆍ인문학강좌도...김주성 대표 "관객중심의 예술영화관"


리모델링을 마친 동성아트홀 내부(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리모델링을 마친 동성아트홀 내부(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일 대구 중구 동성로1가 22-1번지. 멈췄던 영사기는 다시 돌아갔다. 비었던 좌석에는 다시 관객들이 앉았다. 삐그덕 소리가 나고 앞 좌석과 맞닿아 있던 오래된 의자는 사라지고 넓고 푹신한 새 좌석이 생겼다. 먼지 뽀얀 복도는 옛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말끔해졌다. 어둡던 조명은 한층 밝아졌고 밖을 볼 수 있는 창문도 났다. 1층부터 3층까지 벽면 전체는 흰색으로 바뀌었고, 시멘트 바닥도 보기좋게 변했다. 라운지에는 노란색 쇼파와 테이블, 자동판매기가 들어섰다. 화장실도 새단장을 마쳤다.

영화 시작 30분 전 스태프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3층 입구 빨간 티켓박스에는 관객들이 영화 티켓을 끊고 들어오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마지막으로 상영관 입구에 암막 커텐을 달고 4층 영사실로 올라갔다. 영화 시작 10분 전. 몰라보게 바뀐 영화관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서로에게 인사했다. 사라질 뻔한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이 다시 문을 연 첫 날이다.  

동성아트홀 라운지,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휴게 장소(2015.0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아트홀 라운지,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휴게 장소(2015.0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이 폐관 후 새 단장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재개관했다.

동성아트홀(대표 김주성)은 4일부터 17일까지 2주동안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과 함께 동성아트홀 재개관 기념 공동기획전 '해피투게더'를 진행한다. 지난해 9월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심사'에서 '운영실적 저조'를 이유로 전국 5개 예술영화전용관과 함께 지원금이 끊긴 후, 올해 2월 25일 폐관과 3월 15일 새 대표 인수, 3월 25일 재개관, 4월 특별전, 5월부터 넉달간 리모델링을 거쳤다. 폐관 위기에 놓인 지 거의 1년만에 새 모습으로 재출발하게 된 셈이다.

동성아트홀 3층 입구에 새로 생긴 티켓박스 (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아트홀 3층 입구에 새로 생긴 티켓박스 (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초 3월 재개관을 하면서 정상운영하려 했으나 메르스 사태가 겹쳐 휴관을 하고 시설 리모델링을 해 9월에 정식으로 재개관하게 됐다. 리모델링에는 3억원이 들었으며 김주성(46.광개토병원장) 대표가 충당했다.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개인 사업자 지원 불가'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리모델링은 3층까지 이뤄졌으며 관객들의 휴식과 흡연 등을 위한 4층 공간도 공사할 계획이다. 오는 18일에는 정식 개관식을 열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영화 '귀향'을 만든 조정래 감독과 '소중한 날의 꿈' 안재훈 감독 등이 참석한다. 홍상수 감독과 대구 출신 배우 김성균씨에게도 참석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재개관 첫 상영작은 '밀양아리랑(감독 박배일)'으로 밀양 할머니들의 송전탑 반대 싸움을 다룬 한국 독립영화다. 동성아트홀은 국·내외 예술영화를 가장 많이 상영해 독립영화는 많이 상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출발 주간인만큼 동성아트홀은 국내 독립영화, 오오극장은 해외 예술영화를 바꿔 상영한다.

때문에 밀양아리랑을 비롯해, 1950년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담은 '레드툼(감독 구자환)', 독특한 구성의 공포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무서운 집(감독 양병간)', 암울한 한국의 세태를 풍자한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감독 안국진)',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다룬 '위로공단(감독 임흥순)', 독립영화 감독의 애환을 담은 '디렉터스컷(감독 박준범)', '오늘영화(감독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마돈나(감독 신수원)', '마이페어웨딩(감독 장희선)' 등 모두 9편의 독립영화를 선보인다.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특히 '동성아트홀문화원 인문학강좌'를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연다. 이미 지난 3일 임홍배 문학박사의 '21세기에 읽는 괴테의 파우스트' 강좌를 했다. 오는 10일 김용락 시인, 17일 김경훈 연합인포맥스 산업증권부장, 24일 원철스님, 10월 1일 신경림 시인, 8일 유지나 문학박사 강좌도 연다. 10월에는 북한·청년영화제도 열 예정이다. 예산 부족으로 상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의 삶을 다룬 국내 독립영화 '귀향'도 연말에 무기한 상영할 예정이다.

인터뷰 중인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터뷰 중인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2015.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주성 대표는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영화는 상영돼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재개관을 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들게 하기 위해선 극장 스스로 발전해야 하는 모습도 필요했다"며 "그래서 리모델링을 하고 프로그램 다양화도 계획했다"고 밝혔다. 또 "새 동성아트홀의 도약을 위해 문화원을 설치하고 인문학강좌도 준비하게 됐다"면서 "우리 삶의 터전인 대구 역사·철학·문학·예술을 배우는 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구 문화 자존심과 예술영화를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에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한다"며 "대구의 문화 다양성이 지켜지도록 관객중심 예술영화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성아트홀은 정기회원을 모집한다. 매달 1만원을 내면 매월 무료 영화티켓 1장과 동행 1인 50%할인, 인문학강좌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문의전화는 (053)425-2845다. 

동성아트홀은 1992년 배사흠(71) 대표가 문을 연 뒤 배 대표의 부인 박영자(70)씨와 아들 배혁수(41)씨 등 3명의 가족이 운영했다. 2004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변화면서 프로그램과 배급은 대구경북시네마테크가 맡았다. 2004년부터 11년간 매일 4~5회 영화를 상영하며 지금껏 모두 2천여편의 예술영화를 상영해왔다. 한 해 운영비 절반인 6천만원 안팎의 지원금은 영진위로부터 받아왔다. 전국 30여곳의 예술영화관들이 이 지원금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늘어 매년 관객이 줄어 자금난을 겪어 왔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영진위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심사' 결과, 동성아트홀은 부산 아트씨어터C&C씨를 포함한 전국 5개 예술영화관과 함께 '운영실적 저조'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