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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청춘 잡지에서 할매 첫 시집까지...재기발랄 독립출판
대구 독립서점 더폴락 / 『취준2년ㆍ악필ㆍ문학과죄송사』..."권위나 전문성보다 일상의 소소함을"
2016년 01월 07일 (목) 13:38:53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 대구 독립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김인혜씨(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금 고지서 날라왔다. 30만원 좀 넘네. 연체료 붙었다"
"록셔리 재고 없다. 달랑 1권 남았다. 주문해야 될 것 같다"
"이 작가 사진은 참 감각적인데 항상 표지 디자인이 아쉽다"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태평로 146-9번지. 대구콘서트하우스(구 대구시민회관) 맞은편 북성로 공구상가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 모퉁이 작은 건물 1층. 하얀색 페인트칠이 된 작은공간 입구에 걸린 파랑 바탕, 노랑 글씨 간판. 그 위로 'The Pollack'이라는 상호명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끈다.

젋은 여성 3명은 각자 펜과 종이를 들고 노트북 타자를 치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책상 앞에 앉아 타자를 치기 바쁜 김인혜(32)씨는 구불거리는 파마머리를 쓸어 넘긴 뒤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고지서와 노트북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다른 두 사람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책장을 살피던 최성(32)씨는 책 재고량을 확인했고, 반대편 책장 앞 손지희(32)씨는 A작가의 사진잡지를 펼쳐봤다.  

   
▲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는 더폴락 입구(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 동네 독립서점 '더폴락'의 평범한 풍경이다. 32살 동갑내기 친구 3명은 모두 공동대표다. 김수정(32), 허선윤(32)씨까지 포함해 5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2명은 육아로 잠시 손을 놓은 상태다. 지희씨도 결혼 후 경기도 파주로 이사가 가끔 운영에 참여한다.  

친구 5명이 4년째 운영하는 이곳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대형서점에서 팔지 않는 독립출판물을 2012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1984년생' 동갑내기들은 마지막 20대와 서른을 더폴락과 함께 보냈다. 계명대에서 시작된 다섯 동창의 인연은 서점으로 귀결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왼쪽부터)최성, 김인혜, 손지희 더폴락 공동대표(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더폴락은 '명태'라는 이름의 동아리로 시작됐다. 독립서점을 열기로 약속한 뒤 명태의 영문명 폴락(pollack)으로 바꿨다. 위치도 남구 대명동 계대 돌계단 근처에 있다가 지난해 북성로로 옮겼다. 각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폴락을 운영하다 몇몇은 아예 직장을 접고 이 길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도 갔다왔고 출판업계 직장도 다녔었다. 더 이상 대구를 떠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있을정도로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인혜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더폴락을 열었고 사업자등록도 했기 때문에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답을 하면서도 타이핑을 하는 손가락은 바빴다.

더폴락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면 4백여종의 독립출판물이 책장에 빼곡하게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듯한 일상, 생소하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시사 등 대형출판사 책과 조금 혹은 많이 다른 도서들이 한 가득이다.

   
▲ 독립출판물이 쌓인 더폴락 전경(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청춘들을 위한 매거진 '월간미정', 1만원으로 종로에서 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를 알려주는 '만원 데이트 IN 종로', 취업준비생 애환을 담은 '취준 2년', 버스에서의 잡념을 기록한 '버스생각', 서른즈음 청춘의 고민을 담은 '서른', 가난한 청년을 위한 매거진 '가난뱅이를 위한 잡지'.

한 청년이 자필로 직접 펴낸 비정기간행물 '악필', 근현대사 부정선거를 글과 그림으로 코믹하게 서술한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 재건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서울 한 아파트 주민이 아파트 일상다반사를 기록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문학과지성사를 패러디한 1인출판사 '문학과죄송사'에서 나온 시집들, 칠곡지역 할머니들의 첫 시집 '시가 뭐고?', 할머니들의 시를 일부 편집한 '칠곡할매 시노트', 명품을 다루는 잡지 '럭셔리'를 패러디한 한 청년의 디스코 뽕짝 비정기 코미디물 '록셔리'.

   
▲ 독립출판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취준2년' 독립출판물(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록셔리 추천합니다. 발간인이 글도 쓰고 모델로도 나오는데 웃겨요. 재미있어요" 최성씨는 더폴락에서 볼만한 책을 추천했다. "독립출판물이라 해서 다 의미있는 건 아니에요. 비주류라고 독자들이 사서 보는 책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퀄리티는 돼야하죠. 아쉬운 책들도 있지만 굉장한 실력자들이 만들어내는 책들도 있어요. 가운데가 없어요" 최근 쏟아지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됐다.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이 주도하는 출판업계에서 벗어난 재기발랄함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대부분 자본과 권위로부터 독립한 1인 출판사, 자가 출판, 셀프 퍼블리싱에서 나온 책들이다. 기성출판사에서 다루지 않는 콘텐츠를 주제 삼아 저작에서 디자인, 출판, 유통까지 한 사람 또는 2~3명이 담당한다. 더폴락에 입고된 책 대부분도 책을 낸 본인이 직접 전화나 이메일로 영업을 뛴 결과물이다.

   
▲ 칠곡할매들의 첫 시집을 일부 편집한 시노트(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독립서점은 2000년대 수도권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독립예술서점지도(Map of independent art bookstores in Korea)'에 따르면, 1월 기준 모두 96곳이 운영 중이다. 수도권에만 64곳이 있고 대구에는 더폴락 등 4곳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비정기적 운영을 하거나 카페 기능을 주로 하는 곳이다. 더폴락은 수요일 휴무를 빼고 일주일 내내 상시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권위나 전문성보다 일상의 소소함, 평범함,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아요. 그걸 추구하죠" 독립서점·출판물 방향에 대해 지희씨는 짧게 말했다. "유행하니까 열었다 망하는 가게도 있어요. 머물러 있으면 안돼요. 새로운 걸 시도하고 영업도 해야죠. 돈 벌 궁리도 해야 하구요" 인혜씨는 덧붙여 설명했다.

"독립이라 해서 가난, 아마추어 틀에 스스로 갇히면 안돼요. 그런 의미에서 '월세 20만원 가게에서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 뭐 이런 제목의 기사는 안쓰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사 나가면 주위에서 전화 온다니까요. 실제로 대구지역 모 일간지에 그런식으로 나와서 오랜만에 친구 녀석이 전화했어요. 저희는 괜찮구요.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인혜씨 말에 동감한다는 듯 다른 친구들도 웃음을 지었다.

   
▲ 악필, 좀비사전, 에센스 부정선거 도감 등 특이한 독립출판물(201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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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210.XXX.XXX.233)
2016-01-08 10:56:57
재밌어요
요런 숨겨진 곳을 발굴해 내다니~ 엄청 재밌게 봤네요. 김기자 화이팅!!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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