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1천여명, 사드 3부지 확정에 분노 "대통령 탄핵"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9.3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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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째 촛불집회 / "우리가 뽑은 박근혜·이철우 용서 못해...성주와 함께 끝까지 싸울 것"


사드 3부지 이전 확정 후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천 1천여명(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 3부지 이전 확정 후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천 1천여명(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쯤되면 답은 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철우 국회의원 사퇴, 박보생 시장 탈당입니다"

30일 저녁 7시. 경북 김천시 김천역 앞 광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철회 41일째 김천 촛불집회에서, 김천 주민 1천여명은 무대에 선 한 시민의 이 발언에 환호성을 보내며 연신 "탄핵"과 "사퇴", "탈당"을 구호로 외쳤다. 이날 오전 국방부가 사드 배치 최적지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포대에서 80일만에 제3부지인 김천 인근 성주 초전면 롯데CC로 확정 발표해 분노한 민심이 이 문구로 폭발한 것이다.

김천역 앞에 모인 김천 주민 1천여명 "사드 철회"(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천역 앞에 모인 김천 주민 1천여명 "사드 철회"(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주 반발이 거세져 지난달부터 김천 인근 롯데CC(골프장)가 3부지로 급부상되면서 시작된 김천의 촛불집회는 40여일만에 가장 전투적인 태세로 돌변하는 변곡점을 맞았다. 비가 내려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드 불똥이 본격적으로 김천으로 튀어 1천명 이상이 참석했다.

특히 초전면 3부지 인근 김천 농소면·남면·율곡동 주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 피켓을 손에 들고 더 거세진 사드반대 운동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김천맘카페 소속 30~40대 엄마들도 자녀들에게 우비를 입히고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사드 철회를 외쳤다. 50대 이상 중년 남성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김천지역 농사를 걱정하며 정부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결사항전 피켓을 든 한 주민(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결사항전 피켓을 든 한 주민(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이순식 김대성)'는 30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시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천역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를 열었다. 김천 주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작정한 듯 박 대통령과 이철우 의원 등 여당에 작심발언을 뱉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주민들은 그 동안 촛불집회 중 가장 수위가 센 발언들을 하며 성난 민심을 보여줬다.

농소면 주민 정문수(60)씨는 "우리가 12년 동안 도둑놈을 키웠다. 누군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했더니 우리가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사드를 배치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박 대통령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수인과 새누리당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 용서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씨 발언 후 주민들은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연신 "탄핵"을 구호로 외쳤다. 

김천 농소면 주민들이 사드 철회 촛불을 들었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천 농소면 주민들이 사드 철회 촛불을 들었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율곡동 주민인 한 익명의 할머니(70)는 "평생 붉은색만 보면 치를 떨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던 어머니 같은 그분이 내 머리에 이 띠를 두르게 할 줄 몰랐다"면서 "이 나이에 빗속에서 이렇게 투쟁이란 걸 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대선 때 우리 손을 잡고 어려울 때마다 찾아오라고 하던 그 분은 이제 매정하고 무섭게 변했다"며 "우리를 팔아 넘기고 있다. 귀를 닫고 눈을 닫고 입을 닫았다.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사드에 맞아 죽느니 핵에 맞아 죽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3부지 이전 확정 발표로 김천의 사드반대 운동 강도는 더 세 질 것으로 보인다. 김천대책위는 앞으로 '성주CC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회'와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또 80일째 촛불집회 중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충환 배윤호 이강태 김성헤 이종희)'와 연대회의를 열고 공동으로 싸울 예정이다.

김천역 앞에 촛불을 세우고 피켓을 든 할머니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천역 앞에 촛불을 세우고 피켓을 든 할머니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경범(53) 김천대책위 기획위원장은 "일단 김천 내에서 대책위와 투쟁위를 하나로 합치는 논의를 먼저 하고 다음 주부터 성주지역과의 연대작업도 할 것"이라며 "사드 철회를 위해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여야를 항의 방문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주투쟁위도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성주군청 앞 마당에서 주민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0일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초전도 성주, 성주가 대한민국', '성주 땅 어디에도 사드배치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들은 앞으로 성주 내 10개 읍면별로 투쟁위를 결성할 계획이다. 

성주 주민 450여명도 80일째 사드철회 촛불을 들었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주 주민 450여명도 80일째 사드철회 촛불을 들었다(2016.9.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오전 성주를 방문해 3부지 검토결과를 통보한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박수규 성주촛불지킴단 상황실장은 "한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부가 도둑처럼 왔다갔다"며 "주민들의 저항에 두려워 책임지지 않으려 군수에게 넘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지금이라도 촛불집회에 나와 주민들 편에 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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