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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막고 물어보자. 누가 우리의 손을 맞잡게 했는가"
작가회의 문학제 / 김충환ㆍ배창환ㆍ노태맹 '대담'...성주의 평화투쟁과 문학의 길
2016년 09월 11일 (일) 18:35:49 평화뉴스 이은정 객원기자 pnnews@pn.or.kr

지난 9월9일,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가 주최하는 여름문학제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는 한반도사드배치를 막는 싸움이 성주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평화’라는 여름문학제의 주제에 따라 ‘성주평화투쟁과 문학의 길’이라는 대담이 열렸다.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씨와 성주 효요양병원 원장 노태맹 시인이 대담자로 출연하고 배창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대담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주민들의 놀라운 결집...'사드' 성주 철회에서 한반도 철회로"

배창환 – 요즘 속 시원한 언변으로 촛불집회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김충환 선생, 어렵게 모셨고요. 내부인 되려고 삭발까지 한 우리 노태맹 시인 모셨습니다. 저도 성주가 고향이라는 이유로 진행을 맡게 됐는데요. 오늘도 성주군청 앞에서 59회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촛불집회 뿐만 아니라 1318대화방이라든지 그런걸 보면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지 참 놀랍습니다.

   
▲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주최로 열린 '성주평화투쟁과 문학의 길' 대담. (왼쪽부터)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씨, 진행을 맡은 배창환 시인, 성주 효요양병원 원장 노태맹 시인 / 사진. 이은정

김충환 – 며칠 전에 국정원에서 성주가 거의 두 달 가까이 촛불집회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뭔가 스크린을 해보니까 귀농한 사람, 성주출신들이 그렇게 많이 포진돼있더라는 거에요. ‘1318대화방’도 처음에 시작이 200명 정도가 모여 먹거리 나누는 곳이었는데 사드오자마자 반대하는 사람들 계속 대화방에 초청하게 되고, 근데 카카오톡 그룹채팅이 1,318명까지밖에 안된답니다. 그래서 이름도 ‘1318대화방’인데, 인원이 초과되니까 또 하나를 더 만들어서 거기도 300명 정도가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요. 사드오기 전부터 성주는 원래 이런 학부모모임, 먹거리모임, 풍물패 모임, 농민회조직이 활동하는 곳이다 보니 사안이 터졌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노태맹 - 제가 있는 병원에서 고개만 탁 돌리면 원래 오려고 했던 미사일부지가 다 보입니다.
성주 사람들도 고개만 돌리면 거기가 다 보이거든요. 여기에 대한 공포, 요 앞에 산, 바로 거기에 핵미사일이 날아온다는 상상, 그 공포 때문이에요. 그것이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힘이 아닌가.

배창환 - 학부모, 특히 젊은 어머니들이 큰 역할을 하더라고요.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플래카드만 봐도 참 절박한 면이 있어요. 바로 그런 생존권 차원에서 시작한 거 아니겠습니까. 부지가 바로 앞에 보이고 전봇대도 보이고, 정말 1.5키로 2키로 정도 거리는 바로 코앞이거든요. 그랬던 것이 현재는 ‘사드성주배치철회’에서 ‘한반도배치철회’로 옮겨가게 됐어요.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드는 동북아 평화의 핵심고리...스스로 공유하고 깨쳐나가는 성주"

김충환 – 발표 난 직후에는 주민들이 “성주에 사드 오면 안된다.”고 시작했는데 점점 공부하고 집회도 하면서 이게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문제, 동북아평화문제, 미국과의 관계문제로 인식이 확장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지금 이 사드문제는 동북아 세계평화의 핵심고리다, 우리나라 정치문제로는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문제의 핵심고리라는 걸 파악하게 된 거에요. 두 번째는, ‘외부세력, 불순세력, 님비현상’ 얘기하면서 정부와 국방부가 끊임없이 성주고립화 전략을 썼거든요. 그걸 극복하려면 성주만으로는 안되는 거에요. 성주가 인구 적다고 사드배치 했는데, 고립화를 극복하고 성주 외 지역에서도 사드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했어요.

   
▲ 성주 주민 1천5백여명의 '사드 철회' 촛불집회(2016.8.22.성주군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성주 주민들의 60번째 사드반대 촛불집회(2016.9.10.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노태맹 - 저도 처음에는 뭐가 문제지? 하면서 전자파 때문에 그런 줄 알고 진짜 머리터지도록 공부해서 몇 번 발표도 했는데요. 지금은 전자파 얘기 거의 안합니다. ‘사드성주배치반대’에서 ‘한반도배치반대’로 이슈가 금방 넘어간 건 사람들이 집회하고 공부한 결과입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사드와 국방평화문제에 대해서는 거기 집회 앉아계신 할머니, 아줌마들이 훨씬 많이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누가 대한민국 국방비가 36조라 그랬다가 창피당하고 갔습니다. “40조!”라고 아줌마들이 막 머라카고, 그만큼 스스로 학습이 돼 있어요. 누가 가르치고 의식화한 게 아니라, 카톡방에서 계속 공유하고 인터넷 찾아보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깨쳐나가는 분위기에요.

"언론의 왜곡"

배창환 – 이쯤에서 언론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요. 언론의 후진성, 비민주성, 왜곡보도가 너무 심해서 성주 군민들이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됐거든요. 언론이 몰고 가려는 것은 결국 님비현상이잖아요. 바로 거기에 대해 대응하는 지역 언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보니까 팩트TV는 매일 8시에 집회를 그대로 방영하더라고요. 꾸준히 정론을 만들어가는 대안언론들이 가진 확장성이 눈에 들어오던데.

김충환 – 팩트TV, 오마이TV가 생중계한다는 걸 제가 첫 발언할 땐 몰랐습니다. 전문을 다 올려도 되느냐고 물어서 맘대로 하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전부 생중계 하더라고요. 그 뒤에 팩트TV와  오마이TV를 보는 분들이 전국에서 엄청 많다는 거 알았습니다. 특히 인터넷 신문으로는 「평화뉴스」와 「뉴스민」이 굉장히 상세하게 사실대로 보도하면서 성주 군민에게는 진실보도 언론으로 그대로 각인이 돼있고요. 사드가 핵심고리라 했는데 여기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싸움의 형태가 다 나타나고 있다고 봐요. 저들이 생각하는 외부세력이라는 건 어디서 나왔냐하면요, 제주강정마을이나 송전탑 같은 경우 골짜기에 있고 바닷가에 있어서 옛날 마을에 나이 드신 할머니들만 사는 곳이잖아요. 할머니들이 주체적으로 못싸우니까 외부에서 들어가서 싸움을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외부세력 차단을 생각한 거죠. 근데 성주는 외부세력이라고 잡아보니까 전부 성주 사람이고 불순세력이라 카고 보니 고향이고, 그러니까 이 작전이 실패한 거죠. 언론과의 싸움, 관과의 싸움, 새누리당, 군청, 군수, 공무원과의 싸움이 지금도 밑에서는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고요. 군청마당을 10일부터 또 못쓰게 한다 그래요. 국방부, 정부, 미국하고도 싸워야 돼서 어떤 핵심고리를 어떻게 치느냐 이런 전략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싸움인데, 만일 이 네 언론이 없었으면 진짜 고립됐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성주 군민들이 굉장히 은인으로 생각하는 언론들이에요.

   
▲ 성주 주민들의 서울역 집회. 손펼침막과 태극기를 들고 '사드 철회'를 외치고 있다(2016.7.21.서울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배창환 –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대중투쟁이 상당히 역량 있게 폭발적으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7월13일에는 성밖숲에서 5천명이 모여서 ‘사드성주배치반대범국민궐기대회’를 했고요. 7월22일 날은 2천여 명이 대규모상경투쟁을 했어요. 사실 상경투쟁 할 때 처음으로 평화나비가 선보였던 걸로 아는데 언론에서는 ‘성주 군민들과 구별시키는 비표다’ 그랬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정말 저쪽에서 엉뚱한 폭력을 행사하는 걸 막기 위한  자구책이었단 얘길 들었어요. 10만인 백악관 서명운동도 성공리에 했고, 8.15에는 908명이 삭발을 했고요. 뭐, 이 밖에도 평화촉구대회, 인간띠잇기 이런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모두다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백악관 10만 서명, 파란나비, 60일 촛불...세계 평화투쟁의 모범"

김충환 - 백악관 서명을 처음 시작할 때는요, 한 2만에서 3만정도 서명 하겠나 예측했고 그래도 시작되면 미주교포들이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교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10만이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엄청난 속도로 그냥, 나중에는 하루에 1만 명씩 올라가는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성주 군민 다 합쳐봐야 4만5천밖에 안되는데, 학생들이 노트북 들고 서명 많이 받으러 다녔어요. 10명 정도 되는 중학생들이 아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교육청에서 못나가게 하니깐 마스크 쓰고 집회장에 앉아서 서명 도와주고,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인터넷으로 홍보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어 10만을 넘긴 것 같습니다. 삭발은 사실 1,000명 가까이 했는데요, 기록원에서 기록을 하는데 삭발하고 먼저 가버린 분도 있고 해서 공식기록만 908명이고요. 인간띠잇기는 촛불집회 체험관광 오신 분들이 지원해줘서 성공했어요. 군 의원 4명이 탈당하고 탈당원서 받는 것도 시기적절하게 딱 가서 기자회견하고, 미 대사관 가서 항의서한 전달하고, 국회의원들한테 항의서한 보내고 이런 모든 것들이 매시기마다 진행이 돼서. 국민들이 정말로 예상이상의 활동을 했어요. 평화나비 이런 거는 여성분들의 자발적인 동력으로 이루어진 거고요. 실지로 청년이나 여성들은 이런 싸움을 처음 경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면서 부닥치니까 힘들어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부닥치고. 엊저녁엔 청년 다섯 분하고 집회 끝나고 이야기하는데, 앞으로 이런 싸움이 일어나면 그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더라고요, 하도 이 싸움이 크다 보니까. 이 경험이 성주 군민에게는 민주의식을 고취시키는 엄청난 힘이 되고 동력이 될 거고, 전 세계 평화투쟁에 모범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노태맹 -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59일 동안 군청광장을 사람들이 7-800명씩 매일 메워줬다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사건 아닌가 싶어요. 근데 대부분이 아줌마, 할머니고 남자들은 많이 안보입니다. 여성들은 직감적으로 이게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부분인지 아는데, 그걸 보면서 남성은 진화가 정말 덜 됐구나... (모두 웃음)

배창환 - ‘촛불끄면 사드온다 사드오면 평화없다’ 이게 구호거든요. 간단명료하면서도 힘이 있어요. 그런 구호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회를 계속 하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김충환 - 그래 하면 안됩니다. 괴담으로~ 으스스하게~ “촛불 끄면~ 사드 온다~ 사드 오면~ 평화 없다~” (모두 박장대소)

성주 촛불집회의 문화, 문화예술

배창환 – 대중투쟁의 바탕이 되는 건 촛불집회거든요. 촛불집회가 사실은 문화운동이고 많은 문화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성주지역의 숨어있는 문화적 수준들이 발현되고 있는데, 촛불집회의 문화운동적 성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성주평화투쟁과 문학의 길' 대담. (왼쪽부터)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씨, 진행을 맡은 배창환 시인, 성주 효요양병원 원장 노태맹 시인 / 사진. 이은정

김충환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지금 촛불집회가 오늘 59회, 내일 60회 ‘성주촛불 노래자랑 문화제’로 가는데, 처음부터 노래, 시낭송 요즘은 판소리, 연극... 결합 안되는 게 없는 거거든요. 개사곡부터 모든 문화적 요소가 망라된, 옛날 무슨 집체극처럼 총체극처럼 그렇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여 져요, 촛불집회 하나가. 공식적인 언론브리핑은 고정 코너로 진행되지만 나머지는 다 주민들 자유발언으로 진행되거든요. 거기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래, 율동 직접 만들어서 시작부터 끝까지가 예술작품이라고 보면 되죠. 원래 싸움이 이성적으로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롭게 같이 가야 싸움을 지속해 나갈 수 있어요. 문화예술이 없으면 투쟁이 장기적으로 가거나 승리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창환 – 작가회의에서 시낭송도 하러갔고 어떤 시들은 대중들로부터 호응도 컸어요. 참 인상 깊었던 것이, 시를 전혀 쓰지 않은 분인 것 같은데 “시 썼다.” 이러면서 가지고 나와서 낭송하는 걸 봤어요. 시도 대중들에게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

   
▲ 가수 박창근씨 공연 / 사진. 고희림
김충환
- 어떤 싸움이 일어났을 때 투쟁의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가야지만이 이길 수 있는가라는 전략적 판단을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사람이 문화예술인이라고 생각해요. 치열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은 싸울 줄은 잘 알아요. 그러나 이길 줄은 잘 몰라요. 이기는 싸움이 없었으니까. 투쟁의 흐름과 전략적 판단을 통해서 나오는 작품은 대중들과 교감을 이루면서 선동이 되든지 아니면 대중들의 고통을 감싸고 희망을 주기도 하거든요. 얼마 전에 김수상 시인이 성주 소성리 할머니들 만난 거 르뽀 썼잖아요. 바로 팍 와 닿거든요. 그 분 시도 아주 감동을 줘서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것도 봤는데, 앞으로 여기 싸움의 기록이 엄청나게 나올 거에요. 현장에서 사람들 만나보면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해요.

배창환 – 지금 전국적으로 많은 곳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데, 분열을 극복하면서 연대를 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김충환 - 내부분열은 관과 민의 분열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관군과 의병이 싸우잖아요. 의병이 앞서 싸우면 관군은 도망 다니다가 의병이 낸 성과를 자기 전적으로 왕한테 올려서 벼슬타고 이랬잖아요. 바로 똑같은 상황이 성주, 김천에도 벌어지고 있어요. 김천에서는 시민들이 시장과 시의원들과 같이 하지 않겠다고 시민대책위를 따로 꾸렸어요. 성주는 지금 관과 같이 꾸려진 투쟁위원회를 계속 끌고 갑니다. 내부적으로 계속 싸우면서도 끌고 가고 있는 게 고립되지 않으려는 판단 때문인데, 바로 그 임진왜란 때 관군과 의병의 싸움, 관군의 행태, 이런 똑같은 현상이 김천과 성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노태맹 – 제 스스로 하는 반성을 함께 나누면서 마무리하면 좋겠는데요. 민주주의는 이론도 중요하고 논리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는 엉덩이고, 엉덩이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집회가 있을 때 나와야 되요. 그게 1번이라고 생각됩니다. 집회 나와서 같이 머릿수 채워 주는 거, 앉아있는 거, 그게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첫 번째 자세이지 않겠나, 그게 없으면 민주주의는 어떠한 논리를 가져와도 요원하다고 봐요.

배창환 - 문화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홍보물에서 본 글귀를 소개하면서 대담을 정리하겠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투쟁하자! 사드반대,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 몸짓 공연 중인 조성진 마임이스트 / 사진. 고희림


길을 막고 물어보자

                            김수상

길을 막고 물어보자
누가 우리의 평화를 빼앗아갔는가

길을 막고 물어보자
누가 우리의 손을 맞잡게 했는가

길을 막고 팔을 벌려 물어보자
이 싸움은 이제 우리가 이긴 것 같지 않은가

너희들이 도둑 같이 숨어들어
전쟁의 무기를 들여놓겠다던
별의 산 성산에서부터 샘물은 흘렀다
곧게 뻗은 성주로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인간의 띠를 만들었다
얼굴에는 강물 같은 평화의 웃음이 넘쳐흘렀고
목이 터져라 “사드가고 평화오라”를 외쳤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쉬지 않았고 종처럼 맑았다
소리 없이 소문도 없이 착하게 살던 성주의 별들이 모여
평화의 강물을 만들었다
3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룩한 평화의 인간띠는
기적의 강물이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벅차서
눈물만 흐르는 강물이었다

평화, 공존, 기적, 희망
이런 착한 말씀들을 모신 현수막과 깃발과 만장을 든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길목 곳곳에 손에 손을 잡고 별들이 되어 반짝였다

마을 풍물패가 북을 치며 앞장을 서고
대형 태극기와 평화나비 펼침막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가 우리를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우리를 보고 평화를 뼛속 깊이 새겼다

아, 우리가 언제 이렇게 살아있다는 기쁨을 맛보았던가
아,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하나가 되어보았던가
아, 우리가 언제 손에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았던가

어린 아이가 아빠의 목에 올라타서
“사.드.가.고.평.화.오.라.”고
또박또박하게 외쳤다
그 말들을 성주의 하늘은 빠트리지 않고 받아 적었다
생명의 마을에서 평화를 찬탈해간 자들을
이제는 하늘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선남면의 할머니도 초전면의 어린이도
사드는 안 되는 것을 아는데 너희들만 모르니
이제는 너희들이 불쌍해 보인다

아, 사랑은 이렇게 오는가
성주 땅은 분열책동을 일삼는 너희들이 넘보기에는
평화의 힘이 너무 커진 땅이 되어버렸다
이제 너희는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쇠붙이로 짓밟기에는
우리가 너무나 부드러운 흙가슴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단결로, 평화로, 우리는 이겨내었다
우리는 승리이고 평화이며 서로의 자랑들이다

눈물이 난다
뜨거운 눈물이 난다
이 사랑의 기억을 죽음까지 데리고 가자
이 평화의 항쟁을 역사(歷史) 끝까지 데리고 가자
성주의 성산포대에서 시작한 사랑과 평화의 샘물을
뜨거운 연대의 바다로 데리고 가자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평화다
모두가 성주다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2016 여름문학제. 70여명의 작가와 시민들이 참가했다. / 사진. 고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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