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탄신제' 아수라장...지지자들 '박근혜 퇴진' 주민 폭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1.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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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8백여명 지난해 절반 / 박근혜 비판 시위에 '박사모' 등 피켓 뺏고 욕설..."민심 역행 우상화 중단"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퇴진 피켓을 들고 도망가는 시위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퇴진 피켓을 들고 도망가는 시위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4일 구미 상모동서 열린 99회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 탄신제 행사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비판하는 구미 시민들이 행사장 주변서 '박근혜 퇴진' 촉구 피켓 시위를 벌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단 폭행을 가해 행사장이 엉망으로 변한 것이다.

박정희 탄신제서 '박근혜 퇴진'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탄신제서 '박근혜 퇴진'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해모' 회원들이 시위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있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해모' 회원들이 시위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있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부 지지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강제로 뺏고 육두문자 섞인 욕설을 하는가하면, 아예 피켓을 박살내고 시위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일부는 지지자들에게 맞아 입과 목, 손가락 등 신체 부위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어 피가 났고 머리카락을 뜯기기도 했다.

집단 폭행을 당한 시민들(아사히비정규직노조 해고자 5명)은 이날 구미경찰서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동상해',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다. 차헌호 지회장은 "박근혜 정권 실정으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국민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박정희 탄신제를 여는 것은 민심 역행"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구미 시민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피켓을 들었다. 그런데 폭행을 가하다니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행사장 입구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에게 욕을 하는 한 지지자(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행사장 입구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에게 욕을 하는 한 지지자(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켓을 강제로 뺏고 박살낸 한 지지자(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켓을 강제로 뺏고 박살낸 한 지지자(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개인적으로 1인 시위를 하던 이들도 경찰 보호 아래 탄신제 장소를 떠나야 했다. 오전 10시부터 행사장 입구서 1인 피켓시위를하던 한 40대 여성은 60대 여성에게 머리를 맞고 피켓을 훼손당했다. 이 여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 차량으로 집까지 이동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팝아티스트 '이하'씨의 그림을 든 정모씨(40대)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욕설을 퍼부었다. 15개월 아기를 안고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한 여성(35세)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은 욕을 이어갔다.

피켓 시위자를 둘러싸고 때리는 지지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켓 시위자를 둘러싸고 때리는 지지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종북 빨갱이", "느그는 아부지도 없나", "누구 좋으라고 퇴진해", "누가 시켰냐", "너 몇 살이야", "피켓 내려", "xx년"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시위자들에게 쏟아 부었다. '박사모', '박해모', '새마을봉사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피켓을 모두 박살내고도 분에 못이겨 눈물까지 흘렸다.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 2017년 달력을 들고 '대한민국 만세', '박근혜 만세', '박정희 만세' 등을 외치며 애국가를 부르고 피켓시위자들을 향해 침을 뱉는가하면 취재진들을 향해서도 욕설을 퍼부었다.       

피켓을 모두 박살내고 박근혜 만세를 외치는 지지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켓을 모두 박살내고 박근혜 만세를 외치는 지지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구미시(시장 남유진)와 (사)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이사장 전병억)는 14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터 일대에서 '민족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 99회 탄신제'를 열었다. 이 행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시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탄신 축하 행사로, 지난 2010년부터는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수천여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촉구 1인 시위 중인 구미 시민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퇴진 촉구 1인 시위 중인 구미 시민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올해 참석자는 800여명으로 지난해 2000여명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좌석 곳곳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매년 이 행사는 정치인들의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반신반인(半神半人)' 등의 낮뜨거운 우상화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올해는 남유진 구미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새누리당 백승주(구미 갑), 장석춘(구미을), 서상기(대구 북구을) 전 의원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러나 축사 수위도 최근 정세를 반영해 침울한 분위기를 보였다. 남 시장은 "활짝 웃자. 오늘은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박 전 대통령 탄생 날"이라며 우울한 분위기를 떨치려했다. 이어 내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에 대한 최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갔다. "기념사업에 대해 일부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100주년은 한 번 밖에 없다"며 "역지사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박정희 99회 숭모제에서 절을 하는 모습(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99회 숭모제에서 절을 하는 모습(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관용 도지사도 "이제 100주년이 됐다. 그러나 세상 민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그러나 비가 올 때 함께 맞는 것도 중요하다.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고 가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 100만명이 집결해 청와대 코앞에서 박근혜 하야·퇴진을 요구하고 2주 연속 지지도 5%로 사실상 탄핵이 된 민심이반 식물대통령 아버지, 그것도 친일·독재·사법살인으로 국민 지지도가 날로 추락하는 박정희 탄생을 기리는 기념식을 시민세금 5천여만원을 들여 여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민심 역행 탄신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좌석 곳곳이 빈 99회 박정희 탄신제(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좌석 곳곳이 빈 99회 박정희 탄신제(2016.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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