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3천여명 '박근혜 하야' 촛불, 그 끝이 안보인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1.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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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국대회 / 고등학생 시국선언부터 4.19 할아버지의 울분까지..."이제 책임지고 퇴진해야"


박근혜 퇴진 1차 대구시국대회(2016.11.5.대구2.28공원 옆)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퇴진 1차 대구시국대회(2016.11.5.대구2.28공원 옆)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도심에 모인 3천여명의 '박근혜 하야' 촛불. 분노로 거리에 나온 행렬은 끝이 안보일정도다.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은 시국선언을 하고 주부들도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경북지역에서 달려온 농민들을 비롯해 대학생과 교수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여든의 할아버지도 노구를 이끌고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평생을 새누리당을 지지했고 지난 제18대 대선에서도 박 대통령을 뽑은 60대 어르신들도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든 대구 시민 3천여명(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든 대구 시민 3천여명(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른바 보수의 심장, 여당의 텃밭인 대구 민심이 폭발했다.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대구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대구지역 60여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참여하는 '박근혜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는 5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2.28기념공원 옆 골목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박근혜 퇴진 1차 대구시국대회'를 열고, 동성로에서 2.4km가량 행진을 했다. 국정농단 사태 후 지역 대학생들과 교수, 시민단체, 정당들의 시국선언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심을 하나로 모은 첫 시국대회가 대구 도심서 열린 것이다.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시민(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시민(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집회에는 3천여명(주최측 추산 5천여명, 경찰 추산 1천여명)이 참석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모인 인원과 비슷한 규모다. 박근혜 정부 취임 후에는 대구서 열린 집회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인 셈이다. 시민들은 2.28공원 옆 KFC에서 시작해 엔제리너스카페 사거리까지 3~400m가량을 가득채웠다. 자리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인도에 서서 대통령 하야,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했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박근혜 퇴진'과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또 일부 시민들은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말자', '우리의 혈세는 복채가 아닙니다', '이 여자 아직도 청와대에 있나요', '무능, 무책임, 무대책, 무지, 무식, 무모', '독재, 독선, 독단, 독주', '불통, 먹통, 깡통, 꼴통',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자신들이 직접 만든 손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 가장 앞줄에 앉은 고등학생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집회 가장 앞줄에 앉은 고등학생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했고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주로 시민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나타냈고 또 일부는 착잡한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를 대변하듯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신청하는 시민들의 수는 평소 집회때보다 4~5배가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이학선 학생이 자유발언 중이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등학교 2학년 이학선 학생이 자유발언 중이다(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 2학년 이학선(17) 학생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해 혼자 쓴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무소불위의 권력과 이권으로 '돈도 실력이다'라는 딸을 공주님으로 만들고, 청춘의 빛나는 노력과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들과 함께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 요구에 응답해 즉각 하야하십시오"라고 외쳤다.

경북 청도에서 온 여든의 박병용 할아버지(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청도에서 온 여든의 박병용 할아버지(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청도의 농부인 박병용(80) 할아버지는 1960년 4.19혁명 당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시위에 참여한 뒤 아주 오랜만에 시국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다시 독재정권을 맞이할 줄 몰랐다"면서 "이제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이제 그만 책임지고 자리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역의 종교인들도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인권위원회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집회에서 '박근혜의 퇴진과 최순실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형식은 민주공화국이었지만 내용은 최순실 공화국이었다"며 "국가의 공조직은 무의미했고 헌정질서는 무너졌다. 국가를 농단한 이면에 무능한 박근혜 정권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재동 목사는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기도의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여가를 개사한 '하야가' 피켓을 든 청년(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여가를 개사한 '하야가' 피켓을 든 청년(2016.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도심에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행진 중인 시민들(2016.11.5) / 사진. 평화뉴스 독자 윤명은(23)씨 제공 
대구 도심에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행진 중인 시민들(2016.11.5) / 사진. 평화뉴스 독자 윤명은(23)씨 제공 

한편, 대구시국회의는 오는 11일 저녁 7시 한일극장 앞에서 2차 시국대회를 연다. 또 매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에서도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12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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