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안동교구 '박근혜 퇴진ㆍ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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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주교좌 목성동성당. 사제 30~40여명 공동집전..."국민주권 무너진 국정붕괴, 책임지고 물러나야"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 안동교구(교구장 권혁주 주교)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가 열린다.

안동교구 정의구현사제단과 사회사목협의회는 7일 저녁 8시 안동 목성동성당(주교좌성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한다. 이 미사는 정진훈(남성동성당) 신부의 주례로 사제단 30~40여명이 공동집전하며 신자와 수도자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미사 중에 안동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를 맡고 있는 손성문(금성노인복지관장) 신부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현재 안동교구의 전체 신부는 85명으로, 교구 신부의 절반 가까이가 시국미사에 참여하는 셈이다. 사회사목협의회는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농민회, 생명환경연대 등 평신도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가 통치권 수행 문제...물러나 수사 받아야"

정의구현사제단과 사회사목협의회는 시국미사에서 현 시기를 '국정붕괴 사태'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개성공단 폐쇄'와 '한일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문제 있는 정책의 전면 재검토, '국정붕괴를 방조한 재벌과 국정원, 정치 검찰, 수구기득권 언론의 척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시국기도회(2016.10.31 광화문) / 사진 출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블로그
정의구현사제단 시국기도회(2016.10.31 광화문) / 사진 출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블로그

이들은 시국미사에 앞서 미리 나눠준 성명서에서 "오늘의 사태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국기문란' 정도가 아니라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가 무너진 국정붕괴 사태"라며 "박 대통령은 국정붕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정붕괴는 박근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가 통치권 수행 문제"라며 "물러나서 참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있는 정책의 재검토와 국정붕괴 방조 세력의 척결"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문제 있는' 정책들의 전면 재검토도 촉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특별조사'와 함께, '개성공단 폐쇄'ㆍ'한일 위한부 굴욕외교'ㆍ'사드 배치'ㆍ'테러방지법'ㆍ'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대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특별기구를 구성해 그 정책의 정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붕괴를 방조한 세력의 척결'도 요구했다. 이들은 최순실 일파와 관련자들에 대해 "이권을 챙기고 일부 위법한 일을 저지른 자들이 아니라 국헌 문란 행위로 내란죄를 물을 자들"이라고 규정하고, 새누리당에 대해 "최순실 존재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야합했다"고 비판했다. 또 "정경유착에 앞장선 재벌 기업들, 불의에 편승한 국정원과 정치 검찰, 부패한 수구기득권 언론들도 국정붕괴를 방조한 세력들"이라며 이들의 "척결"을 요구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희망의 기회'로 삼자고도 제안했다. "지난날 우리는 경제만 성장한다면, 돈만 된다면 원칙도 양심도 정의도 눈감아왔다"며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 가치관을 바로 잡을 기회"라고 밝혔다. 또 "우리 공동체의 대통합과 화합의 기회"라며 "보수와 진보, 지역감정, 세대 갈등의 분열을 넘어 함께 국가공동체를 일구어 갈 절회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국민이 정권을 인정할수 없는 혼돈의 상황"

손성문 신부
손성문 신부
정의구현사제단 안동교구 대표를 맡고 있는 손성문(38.사도요한) 신부는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아닌 소수 사인(私人)을 위해 국정을 파탄냈고, 국민이 정권을 인정할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라며 "정부를 새롭게 구성해 국민이 안심하고 헌법에 보장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국미사를 하게 됐다"고 7일 말했다.


또 "시국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 사제와 신자들이 대체로 공감하고 있고, 어르신들도 많은 자괴감과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고 교구 분위기를 전했다. 손 신부는 "현재 각 교구별로 시국미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조만간 전국적인 시국미사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교구는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경북 중북부지역 11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통계(2015.12.31 기준)를 보면, 안동교구는 안동시ㆍ문경시ㆍ상주시ㆍ영주시를 포함한 4개 시지역과 봉화군ㆍ영덕군ㆍ영양군ㆍ예천군ㆍ울진군ㆍ의성군ㆍ청송군을 포함한 7개 군지역에서 39곳의 성당(공소 65곳)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자는 이들 11개 시.군 전체 인구(72만여명) 중 5만여명으로 신자비율은 6.9% 수준이다.

한편 천주교의 시국미사는 7일 안동교구ㆍ광주대교구(남동518기념성당)ㆍ청주교구(성모성심성당)에 이어 9일에는 전주교구(중앙성당), 11일에는 대전교구(대흥동주교좌성당), 14일에는 부산교구(중앙성당) 순으로 이어진다. 앞서 대구가톨릭대 신학생을 비롯해 광주ㆍ수원ㆍ인천ㆍ신학생들은 지난 2일까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성 명 서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안동교구 시국미사-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마태오 10,26)

 “이게 나라냐?” 온 나라 온 국민이 절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피와 땀으로 일구어 온 민주주의가 총체적으로 무너지는 국정붕괴 사태를 겪고 있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11월 4일 대국민 담화를 보라.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다.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말하면서도 총리를 지명하고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아직도 ‘꼼수와 공작’을 통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짓이다. 우리는 주권자로서 국정붕괴 사태를 직시하고, 참여와 행동으로 이 터에서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회복시켜내야 한다.

“내가 어두운 데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서 말하고,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을 지붕 위에서 외쳐라.”(마태오 10,27)

 1.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붕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오늘의 사태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국기 문란’ 정도가 아니다.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가 무너진 국정붕괴 사태이다. 국정붕괴는 박근혜 개인의 처신의 잘못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가 통치권 수행 문제이다. 대통령은 인사, 예산, 정책 등 국정 전반을 사유화하였고, 최순실 일파의 사욕을 위하여 온갖 권력을 남용하였으며, 외교 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고, 남북 대결을 가중시키며, 나라의 경제를 위기에 빠트렸다. 대통령은 스스로 성역 없는 수사를 받겠다고 하였으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서 참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

 2. 박근혜 정부의 문제 있는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하라.
먼저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사망 등 현 정권에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특별조사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의 뜻을 거슬러 추진한 정책들의 재검토와 폐기를 요구한다. 남북대결 정책으로 희생된 ‘개성공단 폐쇄’,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한일 위안부 굴욕 외교’,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 ‘국민 감시법’으로 악용될 ‘테러 방지법’,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 국사 교과서’ 등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특별기구를 구성하여 그 정책의 정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폐기해야 한다.

 3. 국정붕괴를 방조한 세력을 척결하라.
최순실 일파와 관련자들은 ‘이권을 챙기고 일부 위법한 일을 저지른 자들이’ 아니다. ‘국헌 문란 행위’로서 내란죄를 물을 자들이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일파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야합해왔다.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법치국가’의 질서를 위배하고, 국회의원의 역할을 저버렸다. 정경유착에 앞장선 재벌 기업들, 불의에 편승한 국정원과 정치 검찰, 부패한 수구기득권 언론들은 국정붕괴를 방조한 세력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척결을 요구한다.

“하느님께서 백성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다.”(탈출기 2,23-25)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어둠과 절망을 겪고 있다. ‘이 터에서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희망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 참담함이 끝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울부짖음을 굽어 살피시니 절망 너머 희망을 다시 세우신다. 첫 번째 희망은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 가치관을 바로 잡을 기회이다. 지난날 우리는 ‘경제만 성장한다면, 돈만 된다면, 원칙도 양심도 정의도 눈감아’ 왔다. 두 번째 희망은 우리 공동체의 대통합과 화합이다. 보수와 진보, 지역감정, 세대 갈등의 분열을 넘어 함께 국가 공동체를 일구어 갈 절호의 기회가 왔다. 어둡고 험한 가시밭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우리 같이 손잡고 힘차게 나아가자.

2016년 11월 7일

천주교 안동교구 사회사목협의회(정평, 가농, 생명․환경연대),
천주교 정의구현 안동교구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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