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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 갑질'...법 있어도, 알고도 당하는 현실
상가임대차법 권리금 보호 '예외' 악용, 상인 피해·분쟁 많아 / 대구시, 8월부터 '임대차 상담실' 운영
2017년 08월 02일 (수) 09:14:19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수성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는 새 임차인에게 상가 임대계약을 양도하려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이 생기고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임대인은 이를 거절했다. 그 자리에 자신이 다른 가게를 차릴테니 이사비, 집기비 등의 명목으로 1천만원만 받고 나가라는 것이다.

그는 계약 당시 권리금 8천만원을 비롯해 인테리어, 수리비 등으로 1억여원을 지출했지만 임대인은 10%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권리금 지급 방해'가 아니다. 계약 기간이 3개월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만료 3개월 전부터 권리금 보장활동을 할 수 있다.

   
▲ '상가임대차 애로상담실' 운영 첫날, 변호사와 상담 중인 상인들(2017.8.1.대구시청 별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난 1일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에서 진행된 '상가임대차 애로상담실' 운영 첫 날. 상담을 마치고 나온 그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 분쟁에 휘말린 A씨는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묻고자 상담실을 찾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법이 있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며 "할 수 있는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5년 째 서문시장 상가 건물에서 여성복 판매점을 하는 김모(50)씨 마찬가지다. 임대차 계약 후 1년여만에 바뀐 새 임대인은 오는 10월 계약 만료 의사를 밝히며 전 임대인에게 지급했던 권리금 5천만원에 대해서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대형 재래시장은 권리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임대인으로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도 6개월~1년 정도 걸리고, 승소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막막하다. 당장 두 달 뒤면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 대구 시내 빈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2017.8.1.중구 동인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씨는 "관련 법을 찾아봤지만 전부 불리한 내용이라 조언을 듣고자 상담실을 찾았다. 그러나 명쾌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며 "알고도 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진행된 상담 3건 중 2건은 상가 권리금에 관한 분쟁이었다. 보증금, 임대료와 별개로 수 천만원을 지급했지만 임대인과의 분쟁 때문에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5년 5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개념이 신설됐지만 임대인의 사유재산과 임차인의 권리보호가 서로 충돌하면서 해결 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권리금 조항 /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권리금은 "상가 건물에 영업하려는 자가 시설·비품·거래처·신용·노하우·건물 위치 등에 따른 영업상 이점을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이다.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거절하거나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선 안된다.

그러나 실제 임차인들은 법의 예외사항을 이용한 임대인들의 '권리금 갑질'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권리금을 줄 수 없다고 하거나 '3천㎡ 이상의 대규모 점포', '국가 소유'일 경우 권리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관행적으로 권리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악용한 사례다. 또 '신규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 등 판단 기준이 모호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 이들을 상담한 류재훈 변호사는 "그동안 권리금에 대한 피해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보호 조항이 신설된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적 해석도 제각각이고 판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 분쟁 건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권리금에 대한 예외 사항이 굉장히 모호하다"며 "법 조항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8월부터 매주 화,목요일 운영되는 대구시 '상가임대차 애로상담실'(2017.8.1.대구시청 별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윤아 대구시 민생경제과 담당자는 "지역을 막론하고 소상공인 임대차 계약 관련 문의가 민원실을 통해 접수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임대료 상승이나 계약기간, 권리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원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 '상가임대차 애로상담실'은 8월 1일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후 2~4시 대구시청 별관 2층 민생경제과 옆 사무실에서 열린다. 상담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부동산 전문 변호사나 공인중개사와 1대 1 형식으로 30분 가량 진행된다. 상담 신청은 대구시 민생경제과(053-803-4991)로 전화를 통해 받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20명이 상담을 신청했으며 권리금,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 임대료 인상문제 등에 대해 하루 평균 5~6건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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