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않겠다" 합의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8.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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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동 장애인 시설 공사·보조금 지급 9월까지 중단...장애인단체와 4시간 면담 끝에 '탈시설 전환' 약속


대구 북구청(청장 배광식)이 장애인 단체와 4시간 면담 끝에 앞으로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신청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현재 신규설립을 추진하는 H사회복지재단에 대해 대구시와 함께 탈시설·자립생활 시설로 전환하도록 설득하기로 했다.

대구지역 38개 장애인 단체,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21일 "신규 장애인거주시설 설립 신청을 받지 않기로 북구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구암동 일대 설립 추진 중인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대구시에 보조금 지급 재고 요청 ▷9월까지 설립 중단과 용도 변경을 위한 설득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확대 ▷420장애인연대와 정기적 협의 등을 약속했다. 지난 4일 지역사회가 문제를 제기한지 보름여만이다,

21일 신규시설 확충 금지 합의를 알리는 공문 / 자료 제공.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
21일 신규시설 확충 금지 합의를 알리는 공문 / 자료 제공.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

이날 면담에는 배광식 북구청장의 위임을 받아 오대흥 복지국장, 남창식 주민행복과장을 비롯해 420장애인연대 박명애·구영희 상임대표,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조민제 정책국장,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으며 오전 11시부터 4시간 가량 진행됐다.

앞서 북구청은 2015년 4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신규시설 설립을 하지 않겠다고 420장애인연대와 구두로 협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H복지재단의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신청을 수용하면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신규시설 설립 중단 약속을 뒤집은 셈이 됐다.

이어 대구시도 신규설립 요청 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거주시설 기능보강 국고보조사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또한 2014년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시절 체결한 '신규시설 설립금지' 등의 탈시설·자립지원을 협의와 2015년 '시설거주 장애인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을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신규 설립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다.

420장애인연대와 북구청의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에 관한 합의서 / 자료 제공.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
420장애인연대와 북구청의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에 관한 합의서 / 자료 제공.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

지난 8월 2일 북구청의 건축 허가까지 나오면서 빠르면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로 8억7백만원(국·시비 각각 4억 350만원)의 보조금 지급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대구시는 설립 허가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관련 서류 제출을 북구청에 요청했으며 검토 후 신규시설 설립에 대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행정 절차는 마무리된 상태여서 사업 운영권자인 H재단이 이를 거부하게되면 법적 다툼으로도 번질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북구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확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신규시설 설립을 허가한 과정에 대한 북구청의 책임을 물었지만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북구청은 정원 20명의 소규모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반면, 장애인 단체는 규모와 상관 없이 신규 시설을 설립하는 자체가 그동안 탈시설을 공언해왔던 약속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 활동가 50여명은 구청장실 앞에서 1시간 가량 농성을 벌였다.

구암동 일대 신규 장애인거주시설 설립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장애인 단체의 기자회견(2017.8.21.북구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구암동 일대 신규 장애인거주시설 설립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장애인 단체의 기자회견(2017.8.21.북구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정책국장은 "대구시와 북구청의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이 불러온 참사"라며 "거주시설이 아닌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노금호 사람장애인센터 소장도 "북구청은 2년 전 장애인 수용시설 문제가 불거지자 탈시설을 약속해놓고도 H재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며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약속이 아닌 정책결정으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오대흥 북구청 복지국장은 "구청은 재단과 대구시 사이에 끼인 입장이다. 장애인 단체의 요구를 가볍게 여기진 않겠지만 적극적 행정을 펼칠 수 없는 입장도 이해해달라"며 "실질적 권한이 있는 대구시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은영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재단 설득과 함께 허가 과정을 검토 중"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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