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광역·기초단체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협의기구를 두 달째 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권택흥)에 따르면, 대구시를 비롯해 8개 구·군, 산하 공공기관(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도시공사, 대구시설공단, 대구환경공단, 달성군시설공단) 등 14곳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협의기구를 구성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또 도시철도공사를 제외한 13곳이 전환 대상을 당사자인 노동조합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앞서 두 차례 실태조사를 거쳐 지난달 25일 정규직 전환 대상을 고용노동부에 잠정 보고했다. 이들 기관의 전체 비정규직 3천5백여명 가운데 대구시·구군청·도시철도공사 등의 청소·경비노동자 2천여명이 올 연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실태조사 규모를 파악해 10월 중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확정하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7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다. 당시 정부는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근무하는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해 당사자 참여를 위해 직고용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파견·용역의 경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고 전환대상, 채용방법, 임금 등을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협의체를 구성 한 기관은 한 곳도 없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 과정에서 배제된 셈이다. 특히 정규직 전환 대상이 900여명으로 대상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정규직 전환 논의가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소·경비용역 480여명은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정규직 전환 방안 마련이 시급함에도 노사간 협의기구조차 구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위탁'에 대한 모호한 규정이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전환 대상자가 누락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본원·칠곡분원에서 일하는 조리원들은 모두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지만 본원 조리원은 1차 대상이 된 반면, 칠곡분원의 경우 민간위탁으로 분류돼 3차 전환 대상이 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대구본부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적용에 있어서 대구시, 공공기관들이 당사자인 노동자들을 배제하려 한다"며 "관련 노동단체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하고 정규직 전환 실태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권택흥 본부장은 "각 기관들이 비정규직 고용 관행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크다. 정규직 전환이 내실있으려면 노동자 참여를 보장해 일자리, 노동환경 개선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대구지부 정책국장은 "정부 지침에 따르지 않고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곳도 많다"며 "타들어가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권상윤 대구시 고용노동과 담당자는 "고령자, 초단시간근무자 등 예외 대상에서 서로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누락될 우려는 없다"며 "이달 중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노사간 전환 방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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