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그랜드호텔 화재, 늑장안내·깜깜이 대피 '초동대처 미숙'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1.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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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40분 뒤 투숙객에 통보·비상구 아닌 엘리베이터 이동..."불난줄도 몰랐다" / "금방 큰불 잡아서..."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 사고 당시(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 사고 당시(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 당시 호텔 측이 초동대처에 미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나고 40분 뒤 현장 소방관이 투숙객 명단을 달라고 해 그제서야 객실에 들러 화재 사실을 알렸고, 고층건물 화재시 절대 이용해서는 안되는 엘리베이터로 투숙객들을 대피시키기까지 했다. 일부 투숙객들은 화재경보를 듣지 못했고 대피전화도 받지 못해 불이 난줄도 몰라고, 일부는 '지진 사고'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또 소방당국이 잔불을 정리하는 내내 로비에 머무르는 투숙객들도 발생했다. 지하층 화재고 큰불도 금방 잡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5일 오후 4시 38분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563-1. 대구 그랜드호텔 입구 오른편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곳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호텔 입구에는 대구 소방당국에서 보낸 20여대의 소방차량과 60여명의 인력들로 북적였다. 경찰과 수성구청 등도 담당자를 보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객실에서 나와 화재 진압을 지켜보는 일부 투숙객들(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객실에서 나와 화재 진압을 지켜보는 일부 투숙객들(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방당국과 호텔 측 말을 종합하면, 이날 호텔 지하주차장 2층에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상수도 배관 공사를 위해 용접작업을 하던 중 덕트에 불똥이 튀어 불이 났다. 사고 직후 호텔시설팀 담당자들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진압하려 했으나 환풍기 덕트 안에서 계속 연기가 나 결국 소방당국이 투입됐다. 소방관들은 잔불 정리와 화재 지점 추적을 통한 진압에 나섰다. 불은 1시간여만에 진압됐다.

이처럼 화재로 호텔 일대가 아수라장이된 시각. 정작 호텔 측은 화재 대처에 미숙한 모습을 보여 투숙객들이 불안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호텔에는 150개 객실에 50여명이 머물렀다.

화재 발생 5분이 지난 오후 4시 43분 투숙객인 미국 관광객 A(50.남성)씨는 담배를 피우러 1층에 내려왔다가 소방차를 보고 놀라 지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해 객실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그는 "알람도 전화도 없었다. 불이 난줄도 몰랐다"고 했다. 오후 5시쯤 로비에 내려온 한 투숙객 B(35.여성)씨는 "지진 사고인 줄 알고 내려왔다"며 건물 밖으로 나가 상황을 보고서야 화재를 알았다. B씨는 "소방관들이 돌아다니고 직원들이 무전기를 들고 다녀 무슨 일이 났구나 생각은 했다. 객실 경보라도 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오후 5시 20분. 한 소방관이 프론트에 가 투숙객 명단을 달라고 했다. 이 소방관은 "객실에 올라가 화재 사실을 알린다. 투숙객 안전을 확인하고 대피시킬 것"이라고 했다. 소방관들과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 층으로 향했다. 복도 화재 알람들이 그제서야 울렸다.

화재 발생 20분 뒤 지하주차장에서 계속 나오는 연기(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화재 발생 20분 뒤 지하주차장에서 계속 나오는 연기(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연기와 탄내를 막기 위해 입을 막은 행인들(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연기와 탄내를 막기 위해 입을 막은 행인들(2017.1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늑장 안내뿐 아니라 깜깜이 대피도 문제였다. 화재 진압 내내 투숙객들은 보호 조치 없이 로비와 화재 현장 근처에 머물렀다. 대피과정에서는 비상구가 대신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소방안전본부 '화재발생 행동요령'에 따르면 고층건물 화재시 엘리베이터는 멈추거나 갇힐 염려가 있어 이용해선 안된다. 일대에 매케한 연기로 행인들이 입과 코를 막고 가는 상황에서 투숙객들은 호텔 안에 머문 셈이다.

이에 대해 그랜드호텔 총무과 관계자는 "큰불이 아니었고 바로 소화전을 연결해 불을 껐다. 그 와중에 소방차가 출동했다"며 "투숙객을 대피시킨 것으로 아는데 자세한 상항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객실팀 관계자는 "5시 조금 넘어 알람을 복도에 울렸다. 금방 큰불은 잡았고 호텔 객실과 떨어진 곳에서 불이나 그랬던 것 같다. 프론트에서 전화도 한 것으로 아는데 못 받은 분들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해명했다. 또 "비상구로 대피시키는게 맞긴한데 사람이 몰리면 위험해서 엘리베이터로 대피시켰다"면서 "첫 화재라 조금 미숙했던 모양이다. 최선을 다 한다고 했는데 더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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