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 청소·경비노동자 25명 "올해 월급 0원...1억 체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5.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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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 5개교 노동자들, 일8시간 근무에 월70~90만원 "꼼수 휴게시간·최저임금도 안돼 생계 막막"
하청 '인건비 상승" 사업 하차→원청 '고용승계 포기' 단서 달아 임금 지불 제시 / 교육청 "방법 없다"


대구 A초등학교 시설노동자 B(65)씨는 올해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그는 2년간 월급 93만을 받아 생계를 이어왔다. 하루 8시간 일하지만 휴게시간을 명목으로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들어 받지 못했다. 이일을 관두면 더 이상 일할 곳이 없어 버틸수 밖에 없다. 동료 청소노동자 월70만원, 경비노동자 월90만원, 관리소장 월110만원. 모두 체불 상태다. 지역 5개교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B씨는 "부끄럽고 황당하고 바보 같은 일로 보일 것"이라며 "생계가 막막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역 5개 학교 노동자 25명이 올해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대구시교육청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 C업체가 2008년 투자해 지은 지역 5개 학교 노동자 25명이 넉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월100만원, 전체 체불액은 1억여원이다. 이들은 평균 65세 고령자로 청소·경비·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대구 한 학교의 청소노동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대구 한 학교의 청소노동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피해가 발생한 학교들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지어진 곳이다. 교육청이 터를 사고 건축비는 민간업체가 투자한다. 교육청은 사업비 없이 학교를 짓는 대신 20~30년간 사업자에게 되갚는다. 

사건이 일어난 C업체는 2006년 지역 최초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교육청이 발주한 5개 학교 건립 공사를 수주해 운영했다. 학내 청소·경비·시설은 용역업체에 하청을 줬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하청업체는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사업에서 하차했다. 이후 5개교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하는 사람은 있는데 누구도 이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이상한 형국이다.

최초 계약 당시 물가를 임금 기준으로 정하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실제 근무시간보다 적은 돈을 지급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임금 현실화' 요구가 나오자 사단이 벌어졌다. 하청은 손을 땠고 원청은 임금을 주지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지난 3월 노조에 가입하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문제는 그대로다. 다만 원청은 '고용승계 포기' 서약서에 사인을 하면 체불된 임금을 전액 지불하겠다고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체불액 지급과 고용승계는 무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병수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정책국장은 "원청이 말도 안되는 단서를 달아 체불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대구교육청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즉각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한 관계자는 "시행사(원청)와 직원들간의 인건비 상승과 관련한 갈등으로 보고 있다"며 "교육청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다"고 말했다. 반면 C업체 대표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문제 원인은 급격한 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밀린 임금은 줄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면 사인을 하면 되는데 노조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대구교육청 앞에서 체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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