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학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에서 확인된 당시 대구경북지역 민간인 희생자 추정치만 15,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진실화해위가 대구경북에서 진실규명한 사건은 776건, 희생자는 2,686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유해 발굴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조직을 해체하다시피 한 뒤 예산 지원도 끊은 탓이다.
이처럼 전국에 이름도 무덤도 유해도 없이 잊혀진 이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순례단이 발족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상임대표 윤호상)는 '백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위령순례단'을 꾸리고 올 10월까지 전국 민간인 학살지에 백비를 세운 뒤 위령제를 지낸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순례단은 오는 29~30일 대구경북 학살지 9곳에 이름 없는 비석 9개를 설치한다. 대구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이 끌려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형무소 옛터(현재 대구중부경찰서), 많은 유골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 가창골(현재 가창댐)과 달성군 옛 대한중석광산 옛터 등 3곳이다. 경북엔 칠곡군(지천면 연호리 신동재·아양동 골짜기 학살지), 영천군(임고면 아작골·자양면 벌바위 학살지), 영덕군(지품면 원전리·어티재 학살지) 각 2곳씩 비석 6개를 세운다. 각 지자체도 협조하기로 했다.
순례단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구 10월항쟁, 경산 코발트광산 이외에도 잘 알려려지지 않은 학살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차원에서 백비 설치 장소를 선정했다. 백비는 길이 60cm 목각으로 지역 학살지에 최초로 들어선다. 순례단은 각 장소에서 백비를 세운 뒤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내고 각 학살지에서 유족 증언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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