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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인아파트, 오십년 세월의 결은 아름다웠다
서분숙(르포작가) / 대구에서 가장 오랜, 가난한 이들이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019년 08월 01일 (목) 12:39:53 평화뉴스 서분숙 pnnews@pn.or.kr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동인동인東仁同人-동인 아파트를 링크하다’라는 이름으로 모인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모임의 이름 그대로 동인 아파트를 연결 고리로 모였으며 또한 자신의 작품을  연결 고리로 동인 아파트와 바깥 세계를 연결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작업 중 우연히 듣게 된 백로의 울음소리가 연결의 시작이었다. 작업실 창문을 여니 흰 백로떼들이 동인동 주택가의 히말리야시다 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들고 있었다. 인근의 방천과 히말리야시다를 오가며 서식하는 백로였다.

백로들의 울음소리를 사람들은 싫어했다. 백로의 배설물 또한 불쾌했을 것이다. 어느 날, 백로의 서식처인 히말리야시다 나뭇가지가 사라져 버렸다. 가지를 몽땅 잘라버린 나무의 모습은 마치 손가락이 잘려나간 사람 같았다. 방천으로 날아간 백로들이 다시 자신들의 둥지가 있는 나무에게로 돌아 왔을 때 그곳에는 더 이상 그들의 집이 없었다. 사라졌다. 당황한 듯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곳은 더 이상 백로가 깃들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었다. 생명이 깃들 수 없는 나무 또한 병들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그 무렵 작가들의 시선이 동인 아파트로 옮겨왔다. 가지가 잘려나간 나무들처럼 이곳 또한 곧 둥지를 철거당할 사람들의 삶이 깃들어 있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파트, 서민들의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보존된 박물관 같은 아파트라는 가치보다는 낡고 볼품없는 흉물, 주변의 지가 상승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라며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나 또한 방천과 나무를 오가던 철새처럼 이곳에 깃들게 되었다. 10만원 안팎의 월세에 채 일만원이 되지 않는 관리비는 가난한 이들이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백여 세대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세입자 들이며 그들 중 또 절반 가까운 이들은 기초 생활 수급비와 노령 연금을 유일한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동인 아파트가 아니라면 이들이 지상에서 깃들 곳이 어디인가. 그 가난한 삶에도 철 철마다 화단에 꽃을 심고 낡은 외벽에는 동양화 한 폭이 멋스럽게  걸려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이면 복도엔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그 아래엔 아기자기한 선물들이 쌓여 있기도 했다.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작가들은 잘려나간 나무 밑 둥지를 탁본했고 아파트를 둥지 삼아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백 개가 넘는 아파트 현관문이 그렇게 다양한 재질과 문양으로 이뤄져 있는 지도 동인 아파트의 문을 그린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들의 작품 속에 담겨져 나온 오십년 세월의 결은 아름다웠다.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 동인아파트 외벽의 결을 탁본하는 민승준. 김미련 작가 ⓒ서분숙

나또한 동인 아파트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동인 아파트를 어떻게 글에 담을지 생각할수록 떠오르는 것은 새로운 글들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일기처럼 적었던 아련한 글들이었다. 아득한 그 글들이 떠오르기 전에는 내가 이 아파트와 그리 숱한 인연이 있어온 줄 정말 몰랐다.  동인 아파트에 살면서 이 공간이 불러온 무의식의 세계일까. 이곳, 이 공간과 이어진 인연들이 무늬처럼 선명한 의식으로 떠올랐다.

열네 살이 되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했다. 언니의 손을 잡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온돌방 같은 입원실에 누워 있었다. 담석증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속에 돌 같은 것이 뭉쳐있다는 것도 무서웠지만 정작 두려웠던건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강팍한 사람이었다. 서른 살 갓 넘어서 돌 지난 나를 업고 시작한 노점일이 십 수 년 째였다. 생선을 파는 엄마의 몸에는 짙은 비린내가 배여 있었고 그 냄새 때문에 버스조차 맘대로 타지 못하고 엄마는 먼 길을 늘 걸어서 다녔다. 흉물이라 업신여기며 공권력조차도 노점을 부수고 상인들을 짓밟았다.

그 잔인한 세월을 견뎌온 엄마였다. 엄마는 아플 수 없는 쇠 덩어리라도 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엄마가 입원한 그 병원 그 입원실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고 어두운 공간을 묘사하는 글을  쓸 때면 늘 그 장소가 먼저 떠올랐다.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그때 그 병원이 있던 곳이 동인동 대로변 육교 아래 어디쯤이었다는 것도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동인 아파트 인근에 엄마의 수십 년 노점이 자리한 칠성시장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장사를 하던 엄마가 복통을 일으켜 급하게 온 곳이 시장 가까운 이곳 병원이란 것도, 기억에 얽힌 퍼즐을 맞추듯 동인 아파트를 에워싼 이야기들이 이어져 줄줄 내게로 흘러온다,

이십 칠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내가 동인 아파트에 자리 잡은 건 싼 월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가난이 속속들이 배인 삶들. 그 삶은 나를 지탱한 힘이었고 여전히 동인 아파트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아프도록 선명한 나의 삶이 새겨진 곳, 그 곳에 동인 아파트가 있었다.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 대구 동인아파트(2018) ⓒ황인모(사진가)

‘동인동인東仁同人-동인 아파트를 링크하다’라는 이름으로 모인 작가들 또한 제각각의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동인 아파트를 공유하는 모두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수십 년째 그 집을 지키는 나무 현관문에서 그 집에 사는 이의 봄날을 보는가 하면, 꽃이 아니라 파가 묻혀있는 화분을 보며 이촌향도 세대의 몸속에 스민 농경의 본능을 느끼기도 한다. 부초처럼 떠도는 생의 뿌리가 스며있는 곳, 그곳이 동인 아파트이다.

여름이 되었지만 더 이상 백로는 이곳으로 날아오지 않는다. 가지가 잘려버린 나무들도 내년 여름에는 더 이상 이곳에 없을 것이다. 산을 무너뜨려 도로를 내듯이 이곳의 모든 시간들은 재개발 속으로 이제 곧 무너져 내린다. 백로 같은 이곳 사람들은 이제 어디로 날아가 월세 십 만원의 둥지를 틀고 화단을 가꿀 것인가. 정말 이렇게 해야만, 꼭 이래야만 하는가. 이 삶을 보존하며 살아갈 수는 없단 말인가.

   
▲ 동인아파트 복도(2018.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대구 동인아파트(2018.7.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둥지는 없지만 여전히 이곳을 서성이는 한 마리 백로처럼, 동인 아파트가 사라진 이 자리에서 나또한 오래도록 서성일 것 같다. 나는 동인 아파트를 이 세상으로 불러내는 고리가 되고 싶다.

‘동인동인東仁同人-동인 아파트를 링크하다’
작가들의 예술 속에서 동인 아파트는 영원히 철거되지 않을 것이다.

   
 




[기고]
서분숙(르포작가)
2018년 7월부터 동인아파트에서 살며
이 곳의 역사와 사람들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대구시 중구 동인시영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13평짜리 5개동에 190여가구가 살고 있다. 한때 3백세대가 넘었지만 재건축 확정 후 이주민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동인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주택정비사업에 선정됐다. 2017년 조합(대구 동인시영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 후 12월 LH와 조합은 사업 공동시행 정비사업 약정을 맺었다. 이주·철거는 2019년 연말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건축 확정 후 아파트 시세가 1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싼 값에 아파트에 살고 있던 고령자·저소득층 주민들이 갈 곳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전체 가구 40%는 보증금 100만원 월세 5~20만원 세입자고 25%는 기초수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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