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이 아베 편으로 비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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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메인 스트림'의 정치 전략 이해하기


[최근 꿈속에서 ‘메인 스트림 정치 연구소’라는 기관의 간부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이란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씨가 퍼트린 용어로서 사회의 지배층과 그 동조 세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저는 ‘메인 스트림’의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메인 스트림’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면 흔히들 ‘보수’라고 부르는 정치 진영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근 일본의 아베 정권이 무역 문제 등에서 몰상식한 도발을 해왔는데, 일반 국민의 눈에는 보수 진영이 일본 편을 드는 것으로 비쳤습니다. 반북 감정 못지않게 반일 감정도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당연히 하락했습니다.

최고 목표는 (잘) 살아남기

지지율이 하락할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요? 메인 스트림의 정체성에 따른 전략 기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 스트림의 최고 목표는 (잘) 살아남기입니다. 물론 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들은 공익보다 이 목표를 더 우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잘)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강자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자 편에 줄을 서서 보호를 받는, 또는 최소한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강자가 되는 최상의 방법은 정권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정치권력이란 대가도 없이 세상일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니까요. 그들이 정권을 못 잡고 있을 때는, 사회문제의 책임을 집권 측에 물어 강력하게 비판하라고 대응 매뉴얼에 나와 있습니다. 실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경우에도 매뉴얼에 따라 또는 몸에 배인 습관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고 맙니다. 그래서 서둘러 정권 비판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 상대방인 아베 편을 들게 되는 것입니다. 매뉴얼의 이 전략은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전제로 한 것인데 곧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한편 일제 강점기처럼 외세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는 좀 다릅니다. 그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두 번째 방법 즉 강자인 외세 편에 줄을 서게 됩니다. 일제 말기에 조선인에게도 징병제를 실시하자 "2500만 조선민중이 대망하여 마지아니하던 징병제가 드디어 실시되어 … 중책의 일부가 우리에게 허용되고 … 영예 있는 지위가 주어진 데 대하여 거듭 감사 감격하는 바이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조광>(<월간조선> 전신) 1943년 8월호의 권두언]

이걸 부역이다 친일이다 하면서 비난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들은 우리 역사상 외교의 큰 별 서희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서희는 993년 고려 성종 때 거란의 침공을 외교로 무마했을 뿐 아니라 당시 여진족이 살고 있던 강동 6주를 우리 영토로 편입시키기까지 했다고 찬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서희도 그 때까지 쓰던 송나라 연호 대신 거란 연호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려울 때 납작 엎드리는 게 꼭 흠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게 그들의 생각입니다. 이 전략은 대미 관계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총력 저지

정권을 못 잡고 있을 때는 사회문제의 책임을 집권 측에 물어 강력하게 비판하는 게 메인 스트림의 전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전략은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 제도를 전제로 합니다. 소선구제도는 거의 필연적으로 양대 정당 구조를 낳게 되며, 이런 정치 생태계에서는 시소처럼 상대방이 내려가면 내가 저절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정권 획득 전략으로서 상대방 흠집 내기가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KBS 뉴스(2019.08.30, '패스트트랙' 선거법 첫 관문 통과…한국당 반발)
사진 출처. KBS 뉴스(2019.08.30, '패스트트랙' 선거법 첫 관문 통과…한국당 반발)

요즘 법무부장관 지명자 조국 씨를 둘러싼 공방이 좋은 예입니다. 흙수저/나무수저 국민의 정서를 배경 삼아 화력을 총동원하여 ‘조국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정 농단, 친일 논란 등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욱한 미세먼지를 한꺼번에 날려 보낼 수 있는 태풍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제가 볼 때는 그들이 제기하는 각종 비판은 가랑잎이 솔잎에게 바스락 거린다고 나무라는 꼴이기는 하지만, 매뉴얼에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물론 메인 스트림만의 전략이 아닙니다. 거대 양당이 상대방 고위공직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이는 행태는 닮은꼴입니다. 결국 ‘내로남불’, ‘누워서 침 뱉기’가 되풀이 되고, 국민은 정치권 전반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정치권 전체가 공동으로 당하는 불이익은 그들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집권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지지율을 의석수 배분에 어느 정도 반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절대 반대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득표율 이상으로 얻어온 그들의 의석수가 줄어듭니다. 이것만 해도 큰일인데 중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정치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다당 구도로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양당 구도 하에서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던 다수의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으로 지지를 돌리게 됩니다.

다른 정당이 연합하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안건을 국회 패스트 트랙에 올리려고 했을 때 자유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결사반대하였습니다. 원래 6월말이었던 국회 정치개혁 특위 활동 시한을 8월말까지 연장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나머지 정당이 연합하여 8월 29일 특위를 통과시켰고 늦어도 11월말까지는 국회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됩니다. 그들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 밉상이 되더라도 계속 방해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꼭 도입되어 정치 풍토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윤상 칼럼 83]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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