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에도 이들은 집으로 못 돌아가고 농성장에서 합동차례를 지냈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인 수납원들은 화장실에서 씻고 노조가 외부에서 보내주는 음식을 먹으며 본사 2층 바닥에서 버티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조사관들이 인권침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고 대구노동지청이 현장 상태를 관리 중이다. 현장에는 경찰 병력 700여명이 배치됐고 사원증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기자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반면 도로공사 입장은 "불법점거", "업무방해"로 강경하다. 지난 15일에는 일부 직원들이 '강제퇴거' 성명을 내 강제진압 우려도 있었지만 발생하지 않았다. 농성자 요구에 대한 입장은 앞서 9일 "전원 직고용 불가"라는 이강래(66) 사장 발표에서 변함이 없다. 농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사가 엇갈리는 부분은 대법원 판결·자회사·업무 등 3곳이다. 대법원은 앞서 8월 29일 수납원 368명이 도공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수납원은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무했지만 도공이 실질적 관리·감독자로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도공은 비정규직 수납원 745명을 직고용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도공은 이 중 파기환송, 정년 초과자, 자회자 전환 동의자 등을 따져 499명을 직고용 대상으로 파악했다. ▲대신 수납원들이 도공에 직고용되면 기존 수납업무가 아닌 (현장 조무 환경 정비) 청소 업무를,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가면 기존 수납업무를 준다고 이분화했다. 자회사로 가서 기존 일을 할지 아니면 직고용돼 청소 일을 할지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오는 18일까지 이에 대한 고용의사 신청서를 받아 23일부터 배치한다. ▲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수납원들과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비정규직 수납원 1,100여명에 대해서는 이번 판결을 일괄 적용하는 대신 1·2심을 포기하지 않고 최종심까지 계속 소송을 진행해 따로 판결을 받기로 했다.
송한길 도로공사 홍보실 담당자는 "오늘까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제시한 방향에 대한 선택권은 근로자 각자에게 있다. 선택 사항을 결정해서 통보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은 쟁점에 대한 입장을 좁히기는커녕 8일째 만남조차 갖지 않고 있다. 대법 판결로 직고용을 기대하던 중에 이강래 사장이 돌연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고용 불가를 발표하자→수납원들이 당일 김천 본사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이강래 사장은 그날부터 20층 사장실을 비웠다.→노조가 3차례 공문을 보내 실무협의를 제안했지만 이 사장은 참석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그리고 16일 도공은 다시 한 번 전원 직고용 불가 보도자료를 냈다. 같은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농성자 250여명도 도공 본사 앞에서 "강제진압 반대, 노동자 1,500여명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강래 사장은 도대체 왜 대법 판결을 거부한 채 극단의 현 사태로 상황을 몰아가냐"며 "판결에 승복해 개별 소송을 철회하고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선실장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 앙금으로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아 또 농성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달라"면서 "이 사장은 도망가지 말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