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대신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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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우리가 서로의 곁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연일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과 입에 오르내리던 정의연 논란은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 대한 성찰과 고민의 목소리와 거친 혐오발언들이 함께 쏟아졌고, 정의연의 회계문제는 전광석화 같이 이루어진 검찰수사로 사법기관에서 해명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시는 ‘평화의 우리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었다. 여성폭력피해자들의 쉼터는 입소자들의 인권보호와 안정을 위해 철저한 보안이 기본인데 언론의 취재 공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고 취재경쟁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상황이 쉼터를 지키던 활동가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하는 공간이 순식간에 지옥같이 느껴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화의 우리집’ 소장님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통탄의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

5월7일에 이어 5월25일 ‘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용수님의 기자회견 이후 그 여파는 정의연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정의연의 이사로 활동해온 여성단체의 대표와 활동가들은 이미 고소를 당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단체별 연명을 받아 정의연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정의연 지지성명 330개 단체 명의도 뻥튀기였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고, 시민사회연대회의 현직 임원들은 ’사법시험준비생모임‘으로부터 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전방위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난 후 연대입장을 표명한 단체들이 고소고발 당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도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여성단체들의 여성인권지원 활동 또한 제동이 걸렸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성폭력사건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곽상도 의원으로부터 사건대응과 상관없는 운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시민단체들 중 ‘미래통합당 곽상도 후보 사퇴촉구 공동성명’에 연명한 16개 단체와 이를 보도한 3개의 언론사는 곽상도 의원으로부터 명예 훼손, 모욕,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당하였다.

정의연에 대한 입장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시민단체 활동에 있어서도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의연 논란으로 부터 시작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의문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연이은 고소고발은 시민사회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2017년 3월 1일, 대구 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2017년 3월 1일, 대구 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이번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민운동, 여성운동은 민주적이고 정의로우며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서 꼭 있어야 한다.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난 역사뿐만 아니라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사회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에도 시민운동은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시민단체의 효용성과는 별개로 회계처리, 운영상의 민주성 등은 해결되어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몰염치한 집단으로 치부하여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다르다. 활동가로서 이번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시민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느닷없이 찾아와서 하는 막말과 항의, SNS상의 악성댓글, 단체 사무실로 걸려오는 욕설 전화 등이 두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단체의 의제와 활동에 대한 비판과 토론이 활성화 되는 것이다. 비난과 폄하가 아닌 활발한 논의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로서 생각하는 바가 있다. 책임질 일은 책임을 다해야하며 이는 계속 바뀌고 있는 세무회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법적인 잘못이 밝혀지기도 전에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행위들이다. 혹시 내가 모르는 책임질 일이 있을까봐 걱정도 된다. 그러나 몰랐다는 말 자체가 리더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법은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니 시민단체는 더 엄격한 책임을 요구받는다.

정의연 논란의 과정에서 줄곧 공식적으로는 침묵해왔다.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지켜보며 이 사태에서 정의의 사도가 되거나 전지전능한 판관이 되어 말하는 이들과 스스로를 성찰하고 내재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두 개별적이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하나이고, 파편적인 사실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방관하며 침묵할 것인지 함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곁이 될 것인지이다. 함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입장과 진실 속에서 사태는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잃어서는 안 되었던 사람들을 잃을 때 우리는 침묵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시민단체의 활동은 누군가의 곁이 되는 일이다. 이 폭풍 속에서 애쓰는 그의 곁에 서기로 한다. 우리가 서로의 곁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남은주 칼럼 10]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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