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시민들, 언론을 구역(嘔逆)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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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보수주류언론은 참패했다


 이번 4.15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전체로는 참으로 놀라웠고 한편으론 의외였다. 눈과 귀에 무심중 익숙한 친문·독재·좌파정권이 실제로 호되게 심판 받는 줄 알았다. 적어도 두서없는 경제정책의 과오와 지루하게 번진 조국사태의 정실은 시민들에게 불안과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문·독재·좌파정권의 심판은커녕 도리어 집권에 목을 매는 주류보수우파 정당이 심판받고 말았다.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들도 낙선하고 말았다.  

 왜 그럴까. 집권 경험이 풍부한 보수주류가 왜 그럴까. 기준이 없었다. 무엇을 비판하려면 기준부터 설정하여야 하는데 이 기준이 없었다고 본다.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는 잣대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잣대를 다른 당에 적용하는 당은 실제 없겠으나 그래도 상식의 폭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야 하는데 보수야당은 심히 편협했다. 마지막 불거진 막말사건 번복사건도 그 예에 속한다.

 또 독자적인 의제 설정, 프레임 설정이 미흡했다. 보수야당의 프레임이 보수언론의 사설과 칼럼의 낯익은 논조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독재좌파·경제실패·외교실패 등 과인용해서 진부한 레퍼토리도 공유했다. 더군다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실패를 집중 공격하는데만 열중했다. 이는 국난을 맞은 나라에서 제1야당이 취할 자세, 극복에 동참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3일 미국 ABC방송 특파원인 이언 패널 기자가 쓴 “대구에는 공황도 없고, 폭동도 없고,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고…”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그 후 외신들은 한국의 방역을 선망의 선진국들이 롤모델로 삼고자한다고 전세계에 알렸고,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크게 높아졌다. 이때부터 국내언론도 우리나라 방역의 우수성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칭찬에 인색했다. 그것을 모두, 유권자인 시민은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구에서는 김부겸 정도는 재선되는 줄 알았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를 집단적으로 미워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교량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기꺼이 수행할 행안부장관 출신 4선의 김부겸을 낙선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정부여당과의 관개수로를 막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대구발전을 위해 적어도 민주당 의원 한 사람 이상은 보듬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수성갑의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선거구를 수성을에서 옮겨온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왜 그럴까. 김부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김부겸은 대구 수성갑 고향에서 이번에 반드시 이겨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는 ‘잘못’이 없다고 나는 본다. 대구에서 대권도전은 호감 가는 메뉴가 못된다. 대구는 충청도나 강원도나 제주도와는 다르다. 대구가 배출한 역대 대통령, 아니 근년의 두 전직 대통령이 지금 불편하게 지내고 있음을 통해서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선언이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게 무슨 막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대구는 민주당이라면 왜 도리질하는가. “영남당!”이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언제부터 그러한가. 무소속은 허용하고 민주당은 기각하는가. 비교할 것만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은 정동영이나 천정배와 같은 흘러가는 물은 그대로 조용히 흘러가도록 하고 새로운 젊은이를 선발했다. 폄훼할 의도는 없으며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 기여해 왔지만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예를 든 것이다. 이에 대입하자면 대구도 흘러가는 물에 해당되는 홍준표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했어야 했는데 갑자기 수성을로 뛰어든 그를 덜렁 뽑았다. 이 또한 홍준표를 폄훼할 의도는 없으며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수성을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김부겸의 낙선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난 2005년 10월 26일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열린우리당의 이강철 후보를 생각하게 한다. 그때 득표율 31%의 이강철 후보는 32%를 얻은 한나라당의 유승민 후보에게 석패하고 그 후 다시는 출마하지 않았다. 유승민 후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때 이강철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면 대구의 다양성도 인정받고 대구도 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선거에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가 남았다. 언론은 진짜 무엇을 했나? 보수언론들은 무엇하느라 바빴나? 독재좌파 정권심판이란 프레임을 오래 전에 설정한 게 누구였나. 선거에 견줘 방역실패만을 앞세우며 제3국이 보기에도 고군분투한 정부의 노력을 애써 지우려한 것은 아닌지. 미국 ABC방송, WP, 워싱턴 이그재미너, 이태리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영국 BBC, 프랑스 AFP, 외신이 국내 상황을 전하는 정도 이상의 능동적인 기사를 쓴 적이 있는지.

 그리고 지역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자질에 대해 실질적인 검정을 해보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들은 기계적인 보도 외에는 세부적인 검정을 거의 한 적이 없다. 물론 입후보자가 많아서 속속들이 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요 후보는 쉽게 선별할 수 있고 그런 후보를 대상으로 경력을 어떻게 쌓았는지, 근무기관의 선후배들의 평가는 어떠했는지, 검정하고자 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 차원에서 내외부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조사된 자료를 대입하면 검정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의외로 훌륭한 성과를 올릴 수 있고, 후보들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고, 유권자들에게도 판단의 지표를 제공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언론사의 권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지낸 경력만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보다 그 직을 수행하면서 편향보도 축소보도 논란은 없었는지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선거기간 중 수많은 유튜버들이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여 배포하였는데 카톡에 도달하는 극히 일부의 유튜브를 일반화하여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경우 저널리즘의 요건을 갖춘 뉴스라고 보기엔 매우 미흡하다고 느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인 시민들은 선거에 임하는 보수우파야당을, 주류보수언론을 가만히 관찰해 보았을 것이다. 보수우파와 주류언론으로부터 ‘친북좌파’라고 욕을 늘상 먹는 진보성향의 정당과 언론도 살펴보았을 것이다. 시민들이 잘 모를 때는 당의(糖衣)를 입힌 양설(兩舌)도 달콤하게 받아들이지만 일단 정체를 알고 나면 그 근거 없는 달콤함이 되레 거부감을 일으킨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많은 시민들은 언론에 대해 심한 역겨움을 느낀 것 같다. 왜냐하면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친문독재정권심판을 그렇게 역설하였음에도, 시민들이 그것을 구역(嘔逆)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전국의 많은 시민들은 알게 된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바른 언론이 별로 없구나 하는 것을. 보수언론이 이렇구나, 종편 패널들의 비말의 언변들이 별가치 없는 것이구나, 솔깃한 유튜버들의 정보들의 실체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구나 하는 것을! 그래서 진실한 언론은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 실제 귀한 언론은 제대로 먹고 살지도 못한다는 것마저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같은 총선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주류언론은 참패했다. 그동안 수많은 선거에서 이슈의 쟁점화와 프레이밍을 주도한 주류언론들, 현실적 집권과 무관하게 진두지휘하며 군림해온 보수언론들이 이번에 참패하고 말았다. 보수언론들도 이 참패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언론은 스스로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을 맞았다. 개혁하지 않으면 이곳저곳 줏대 없이 기웃하다 시민들로부터 버림받은 낙선의원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같다. 







[유영철 칼럼 23]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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