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대구 달성공원 일대에 새해 첫 '반짝시장'이 섰다.
4일 중구 달성동 294-1 일대에 달성공원 새벽시장이 문을 열었다. 앞서 2000년 초 개장한 이후 20여년간 서민들 삶의 터전이 됐지만,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문을 닫았다가 엿새 만에 장터가 열렸다.
양파, 감자, 수산물 등 식재료를 포함해 옷, 방향제 등 각종 생필품이 도로에 펼쳐졌다. 종이에 1천원~3천원 소박한 가격표가 붙었다. 시간이 지나며 새벽이 밝아오자 손님들이 하나 둘 장으로 모였다.
"어서오이소", "얼맙니까" 곳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이들이 늘었다.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상인과 손님은 "새해 복 많이 받으이소", "좋은 하루 되세요" 인사를 나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노점 수가 많이 줄었다. 이날 새해 첫 장에는 평일 평균인 40여곳의 노점이 섰다. 그나마 많이 문을 연 셈이다. 365일 내내 장이 열렸지만 코로나로 장사 할 수 있는 날이 불규칙적으로 변한 탓이다. 시장을 떠나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손님들 발길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조씨의 새해 소망은 "다시 좋아질 날이 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더 우울하고 힘들었다"면서 "장에 나와서 상인들과 손님들을 보니까 그나마 괜찮다"고 했다.
손님이 조씨 노점에 와서 콩나물을 사갔다. 조씨는 콩나물을 봉지에 담으며 "사람도 없는데 많이 드리께예"라고 했다. 손님도 이날 장에서 산 바나나 중 몇 개를 나눠서 조씨에게 전했다.
단골 손님이 많다보니 서로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달성공원 인근 동네 주민 이모(65)씨도 이날 장에 왔다. 그는 "상인들이 후하게 잘 챙겨주고 저렴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포장마차도 열렸다. 건설노동자 한모(67)씨는 "일을 못 구하는 날에 여기서 한 잔 마시며 속을 달랜다"고 했다. 인근 동네 주민도 "다들 어려운 때 새벽시장에 오면 작은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채소를 파는 전모(63)씨는 트럭에 채소를 가득 싣고 새벽 장에 왔다. 팔달시장에서 배추, 무, 파 등을 가져와 15년째 새벽시장에서 팔고 있다. 전씨는 "1,700원에 가져와 2,000원에 판다"면서 "남는 게 없지만 생계를 위해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부부가 트럭에서 배추 2천원치를 사갔다. 매일 달성공원으로 운동을 나오는 중년 부부다. 이들은 "주로 새벽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간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매천시장에서 새벽 4시 30분쯤 물건을 가져와 새벽 5시 20분부터 달성공원 새벽시장에서 장을 폈다. 오징어를 사러 온 단골 손님이 흥정을 하자 "원래 비싼데 이만하면 싸다"고 말했다. 뒤이어 동태를 사가는 손님에게는 홍합을 한 움큼 더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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