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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임대·점포정리, 빚만 늘어가는 대구 동성로..."새해에는 제발"
대구 도심, 끊긴 발길에 텅 빈 가게...소규모 상가 '공실률' 8배 급증, 대구 BSI '전국 최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IMF보다 더하다" 한숨..."그래도 힘내야지, 좋은 날 오지 않겠나"
2020년 12월 31일 (목) 11:33:27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pnnews@pn.or.kr

새해를 앞 둔 2020년 마지막 주에 찾은 대구 동성로 점포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몇 걸음마다 길 하나를 두고 양쪽 점포가 번갈아가며 비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점포가 연달아 임대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대구 도심인 동성로 1·2·3가, 성내1동, 삼덕동 일대 어디에나 환하게 빛나는 매장조명들 사이로 내부가 말끔히 정리된 채 불이 꺼져 있는 공실들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유리벽 위에 철거업체 광고 스티커가 어지럽게 붙어있었다.

   
▲ 10여 개의 맛집이 마주보며 늘어서 있는 동성로의 한 골목. 이 곳에도 3개의 점포가 텅 빈 공실이다.(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28일에 발표한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동성로 중심부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 12.9%에서 2020년 3분기 16.2%로 3.3%p 증가했다. 특히 소규모 상가는 2019년 4분기 0.6%에서 20년 3분기 4.8%로 8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 상가를 바라보는 주변 상인의 걱정은 더 늘어만 갔다.

무표정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손님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던 고모(50)씨는 "공실이 늘고 불이 꺼져 있으니 이쪽 주변은 볼게 없다 생각하고 손님들이 더 안 온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3년째 동성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고씨는 "손님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80%이상 줄었다"며 "주말에 2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와야 유지가 가능한데 지난주는 4분의1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얼른 코로나가 잡혀 이전처럼 동성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 동성로 지하상가에 있는 신발가게의 '점포 정리'와 비어있는 자수가게 (2020.12.29.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 동성로 한 옷가게의 '점포 정리'(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해가 진 오후 7시 연말을 맞아 한참 저녁을 먹는 손님으로 붐벼야 할 동성로가 한산했다. 동성로 3길에 10여 개의 맛집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골목도 행인들이 좁은 통로를 오갈뿐 식당 내부로 들어가는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이 골목에도 3개의 식당이 임대를 알리며 어둡게 불이 꺼져있었다. 폐점하지는 않았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는지 저녁시간에 문이 닫힌 곳도 있었다.

동성로 내 가게들에서 사람이 붐비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고 오히려 손님이 한 명도 없거나 적은 수의 손님들이 한 둘 앉아있을 뿐이었다. 술집들은 코로나로 인해 9시 이후 영업이 어려워지자 아예 당분간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 저녁 7시. 동성로의 한 식당 안이 텅 비어있다.(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 동성로의 한 카페. 줄지어 늘어선 테이블이 손님 없이 비어있다.(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안 팔리는 물건을 버릴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34년 동안 동성로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한모(60)씨는 물걸레로 가게 안을 구석구석 닦으며 말했다. 한 씨의 가게는 중년여성들을 위한 옷을 파는 가게로 벽면부터 입구까지 다채로운 색의 옷들이 걸려있었다.

한씨는 "임대료가 100만원인데 12월 매출이 아직까지 30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놀 수 없으니 버티고는 있지만 계속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한씨의 가게는 코로나 확산 이후 급격히 손님이 줄었다.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에 더해 자체생산을 맡기는 공장들의 생산비용도 올랐다.

한씨의 가게 주위로 텅 빈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점포 정리에 들어간 신발가게에는 '전 품목 만 원'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져 있었다.

   
▲ '굿바이 세일'(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 30일에 발표한 '2020년 11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자금사정·재고·고용 등의 지표로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체감지수(BSI)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대구가 74.3으로 가장 낮았다. BSI 지수가 100 이상일 경우 경기 호전, 100 미만은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동성로 지하상가에서 속옷가게를 하는 박모(62)씨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14년 동안 가게를 지키며 지하상가의 변화를 지켜봤다. 박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고 공실이 없었다"며 "올해 2월 19일 이후 점점 빈 점포가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IMF때보다 더하다"며 고개를 떨구는 박씨 주위로 의류·신발·가방·귀금속 가게 등 업종에 관계없이 임대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박씨는 "앞집은 나갔다가 하도 대책이 없어서 다시 들어왔어"며 불 꺼진 한 상점을 가리켰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우울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딸의 응원 덕에 다시 힘을 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가게 유리문에 나붙은 '영업종료'(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중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2월부터 공실이던 곳들은 거의 지금까지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며 "80%의 상인들이 점포 하나로 생업을 이어가는데 빚으로 버티다 안 되면 폐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상인들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3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보면, 영업이 중단된 집합금지 업종은 300만원, 영업시간 등이 제한된 집합제한 업종은 2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이 감소한 연매출 4억원 이하 일반 업종 소상공인도 100만원을 받는다. 또 '착한 임대인 세제지원'을 통해 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하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액에 대해 소득·법인세 세액공제율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해서 적용한다.

대구시도 지난 3월 농수산물도매시장, 지하도 상가 등 시 소유 783개 시설에 대해 6개월(2~7월) 분 임대료 80%를 감면했고,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소상공인 점포에 최대 300만원을 지원했다.

지하상가의 박씨는 "대구시의 임대료 지원이 있었지만 이후 손님이 없으니 적자가 계속되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하는 고씨도 "새로 지원이 들어와도 임대료만 300만원이 넘는다"며 "직원 월급과 관리비를 합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 동성로 막창집에 나붙은 '임대 현수막'(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월 19일∼11월 5일 사이 전국 소상공인 10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 지원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53.5%로 절반을 넘었다. 불충분하다고 답변한 이유로 45.9%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 지원'이라는 점을 꼽았고, 39.3%는 지원금이 수요에 비해 적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거대 상권에서도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9년 4분기에 비해 올해 3분기 5.5% 상승했다. 동대문은 4.5% 증가했다. 부산 서면은 1.6%, 남포동 0.7%가 증가했고 인천 계양구도 2.4%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1%~5% 사이의 증가폭을 보였다.

   
▲ 술집과 클럽이 모여있는 동성로 '클럽골목'.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이 드물다.(2020.12.28.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수습기자

그러나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해의 끝을 보내는 사람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모두 새해를 기약하며 코로나가 잦아들어 다시 동성로가 활기를 되찾기를 바랐다.

60대 상인 박씨는 "우리도 우리지만 젊은 세대는 얼마나 막막하겠어. 다같이 힘내서 이겨나가야지"라며 웃음 지었다. 한 60대 공인중개사는 떠나는 기자에게 "코로나가 오래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모두가 잘 버텨왔다"며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날이 오지 않겠냐"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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