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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디서 감히"
[정은정 칼럼] 차별과 혐오, 배제의 정치와 일상
2021년 05월 20일 (목) 10:45:25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야!”, “어디서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라고 막말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당 홍기복 의원은 류 의원의 어깨를 밀치기까지 했다. 정의당과 류호정 의원은 소수 야당, 나이 어린 여성 의원에게 행해진 이 무례한 말과 행동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정복 의원은 ‘당신’이라고 한 것은 정의당을 가리킨 게 아니고 사퇴한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를 3인칭으로 표현한 것으로 했고, “당신?”이라고 되물은 류 의원이 말이 짧았다며 도리어 류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 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벌떼같이 류호정 의원이 말의 맥락도 모르면서 대들었다(?)고 비웃고, 국어공부 더 하라고 훈계하고, 배진교 원내 대표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입은 썼지만 숱하게 반복되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 사진 출처. YTN <민주당 "정의당 사과해라"...류호정 "꼰대질 해명하라">(2021년 05월 15일) 방송 캡처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어둡게 하는 생각들을 보게 되었다. 차분하고 따뜻한 글로 사람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분이다. 매번 글을 읽고 공감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번 일을 두고 제일 문제인 사람은 배진교 원내대표가 아닌가 싶다고 했고, 그 뒤에 이어진 한심한 싸움은 인격과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의아했다.

배진교 원내대표가 사실과 다른 말을 국회에서 말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절차를 지켜 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직접적인 힘의 행사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했다. 티격태격 한심한 싸움이 벌어졌던 것이 아니다. 소수 야당, 젊은 여성에게 무례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한 것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인권 연구가, 인권 활동가가 공유한 글에는 화가 났다. 박준영 후보의 부인이 들여온 도자기가 사치품도 아니고 그걸 팔아서 얻은 수입이 한 달에 10만 원 원 정도에 불과하며, 행시 출신으로 30년간 고위 공무원으로 살면서 번 돈이 6억 4천만원도 안되는 청렴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글이었다.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에는 ‘OO당의 등신들’, ‘OOO(젋은 여성 국회의원) 따위가 우습게 보고 엉겨 붙는 거다’라는 혐오 표현이 있었다.

혐오와 차별 발언을 지적하면 괜히 시비를 거는 일이라거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일로 치부당한다.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구조적인 차별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권 활동가조차 이런 표현이 담긴 글을 걸러내지 않고 버젓이 공유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당사자인 류호정 의원과 거듭 사과를 촉구한 장혜영 의원을 두고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관심받기 투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자신들이 민감해하는 대목에서 발끈하고 거기에 함몰돼 버리는 게 자꾸 반복되면'이라고 평가했다. 꼰대스런 생각이다.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청년,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당사자로서, 그리고 그들의 대변자로서의 정치를 하고 있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면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평범하게 무사히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이 주목하고 대변하고자 하는 장애인, 여성, 청년, 소수자들이 인식하는 세계가 있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의 세상에서는 ‘나이 어린 여성 의원’에게 하는 행패가 해프닝일지 모르지만, 여성이라서 죽임을 당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그것은 거대한 위협이다. 두 의원은 발끈과 고함이 위로이고 힘이고, 내가 원하는 정치다.

“야! 어디서 감히”라는 말은 "소수 정당 주제에", "어린(나이든) 여자 주제에"가 포함된 차별과 혐오의 말이다. 꼰대라는 말은 미화된 표현이라 정정이 필요하다. 당당하게 주먹으로 어깨를 밀쳐내는 걸 보며 물리적 힘조차 행사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그런 뜻이 없었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든 그럴 수 있다. 생생히 보았고 그려졌다. 너무 민감하고, 피해망상에 빠지게 된 것은 세상이 충분히 그렇기 때문이지 내 탓이 아니다.

   







[정은정 칼럼 18]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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