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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아닌 '교육의 날'로
[김윤상 칼럼] 교육 적폐를 반성하는 날이 되어야
2021년 05월 03일 (월) 10:28:27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5월은 국가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외에 스승의 날도 들어 있다. 국군의 날이나 경찰의 날처럼 특정 직업인의 날이라고 하면 흔히 그 직종 종사자의 노고에 감사하고 위로하는 날처럼 여긴다. 게다가 스승의 날은, ‘스승’이라는 단어가 주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압박감이 더해져서, 학생과 학부모가 신경을 쓰는 불편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부동산과 교육을 꼽는 데 다들 동의하실 것이다. 학벌 특권이 위력을 발휘하다 보니 교육이 좋은 학벌을 취득하기 위한 경쟁 과정으로 전락해 버렸다. 교육이 시험 대비에 치우쳐 있고, 많은 교육자가 그저 지식 통조림을 따서 학생에게 먹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교육 적폐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교육자가 ‘스승’ 대접을 받는 날이 있어야 할까? 오히려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칭도 ‘교육의 날’로 바꾸는 게 좋겠다.

‘배운 사람’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도 이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교육도 바로 이런 사람을 기르는 일이 되어야 한다. 정답이 따로 없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학문 분야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또 이런 교육을 받은 국민이 많아지면, 혐오와 대결이 일상화되어 건설적인 대화가 어려운 우리 사회의 풍토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현직 시에 토론식 수업을 많이 했고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당부했다. ‘자신의 주장에는 반드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동시에 견해가 다른 사람이 제기할 수 있는 예상 반론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매시간 이 점을 강조하고 채점에도 반영하다 보니, 주입식 교육에 젖어있던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필자의 강의가 수강생 중 몇 명에게나 효과를 냈을지 모르지만, 소수에게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필자의 강의를 들은 어느 학생이 손글씨로 써서 보내온 수강 소감 한 편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스승의 날, 아니 교육의 날이 되면 생각나는 추억 중의 하나다.


--- 수강 소감 ---

김윤상 교수님께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했던 행정학부 000입니다.

교수님의 지난 학기 강의였던 ‘토지정책론’이 종강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올해도 어김없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연말이 찾아왔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계절학기를 수강하며 나름 알차게 방학을 보내려 노력 중입니다. 우선, 갑작스러운 편지라 놀라셨죠?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교수님께 지난 1년 반 동안 받은 가르침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처음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는 뭣도 모르고 천방지축이던 저는 2학년을, 그리고 3학년을 보내고 어엿한 4학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학년 2학기, 저는 자율전공학부에서 행정학부로 진학하여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적응을 마친, ‘행정’의 ‘행’ 자도 모르던 학생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서 ‘공직적성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강의를 들으면서 어렵고 난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어디든 가면 어른 대접을 받는 20살이었지만, 제 생각을 글로 풀어쓰는 방법을 몰랐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자신의 얄팍한 견해만을 진리로 믿는 무지한 독불장군과도 같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교수님의 ‘공직적성론’을 수강하면서 20살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의 저는 논리적인 근거 없이 단순히 주장만 늘어놓기 일쑤였고 따라서 저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이후 저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게 되었고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올해 1학기 ‘사회정의’를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하였습니다. 학점이 중요시되는 요즘, 교수님의 강의는 소위 좋은 학점을 받기가 어려운 과목이며 4학년 전공으로 개설되어 있어 처음에 살짝 겁을 먹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의 제 선택이 앞으로의 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정의’를 수강하면서 나의 견해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논리적인 근거의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 다른 생각을 들으면서 이러한 반론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 글로는 다 표현 못 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전에는 마냥 싫기만 하던 글도 조금은 친숙해졌고, 더 이야기하자면 제가 전공과목에서 A+이라는 성적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지요. 사실 이제 와 솔직히 고백하자면 A+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공직적성론’ 때보다는 주장에 근거라는 든든한 요소가 생겼지만, 예상 반론은 뻔했고 재반론은 주장과 근거를 한 번 더 늘여 쓴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은 많았지만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내용을 정리하기에는 제 지식이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저는 지난 여름방학 내내 지식을 채우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만 주구장창 읽었습니다. 독서와 거리가 멀던 보통의 대학생이던 제가 한 달에 열 권씩 책을 읽는 모습은 저조차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교수님이 번역하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읽어보려 노력하였으나... 왜 그리도 잠이 쏟아지던지... 하하... 여러 종류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보고 나름대로 책에 대한 독후감도 써보면서 그제야 ‘아, 교수님이 이래서 과제로 독후감을 내셨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2학기에는 조금의 자신감을 가지고 ‘토지정책론’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한 학기 동안 ‘토지정책론’을 통해 ‘사회정의’의 연장선으로 확실한 ‘정의’에 대한 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사회제도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뇌를 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어디서 ‘대학생’이란 칭호를 붙이기조차 부끄러운 ‘대학생’으로 그저 그런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되었을 것입니다. 교수님 강의를 통해, 부끄럽지만 시사에 관심을 더 두게 되었고 꼬박꼬박 신문과 주간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또한, 글을 어려워했던 제가 미숙하나마 신문 기사를 읽거나 영화를 관람하고 짧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이제는 말을 할 때도 머릿속으로 글처럼 말을 정리해 실수가 굉장히 줄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교수님께 편지를 쓸 마음도 먹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에 저는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고 믿고 우기는 데 지나지 않던 1차원적이던 사고의 폭을 다각화시켜 넓힐 수 있었고 나아가 ‘행정학’이라는 학문의 진정한 바탕과 앞으로 저의 진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저는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점을 배웠고, 배움을 통해 마냥 어리기만 하던 제가 어른이 되어가는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더 수강하고 좀 더 발전하는 저를 보고 싶습니다.

교수님께 받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이렇게라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글로 마음을 전합니다. 교수님, 지난 일 년 반 동안 많은 가르침을 통해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2015년에는 본격적인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과 행운이 넘쳐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4년의 끝자락에서 2015년을 바라보며 00 올림    -



   






[김윤상 칼럼 103]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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