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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군대 가라'에서 평화와 성평등으로
[남은주 칼럼]
2021년 05월 12일 (수) 11:29:51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모병제 전환 뒤 남녀 모두 기초군사 훈련을 받는 ‘평등복무제’를 제안하여 2010년, 2011년, 2014년 이후 다시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군문제에 대한 논의가 4.7재보선 이후 ‘이남자(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제안 또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논리를 넘어서 한국의 군문제를 전반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은 왜 징집의 대상이 아닌가

'여성도 군대 가라'는 말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군에 가기 싫어서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군대에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국방의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남성의 의무를 규정하고 여성은 지원에 의한 것으로 하고 있다. 이에 병역법 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세 차례나 있었는데 2010년과 2011년은 합헌 결정, 2014년 3월에는 헌재 재판관 전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2021.5.12)

헌법재판소는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형성 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간접적인 병력형성 의무 및 병력형성 이후 군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고 하면서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여성이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작전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점과 여성 징병제 도입 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징병제 채택하는 다른 국가들의 일반적 상황, 도입 시 남녀 간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 문제 등으로 인해 “남성만이 병역의무를 지는 것이 위헌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여성이 징집 대상이 아닌 이유는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생리적 특성’ 때문이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징병제도에 대한 판단에 대해 젠더법학자 양현아 교수는 남성만의 징병제도는 한국의 군사제도의 근간임으로 이러한 제도에 대한 헌법심사는 군사제도 전반의 인적·물적 자원 뿐 아니라 군대의 이념, 가치의 측면을 검토할 수 있는 계기이며, 남성만의 징병제도에 대한 도전은 남성과 여성의 성별 역할과 사회화에도 영향을 미쳐 ‘강건한 남자’ 또는 ‘연약한 여자’라는 성별특성에 대한 통념 변화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것, 또한 남성 징병제가 붕괴된다면 여성의 노동 권리와 직업선택의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서 젠더 구조의 변동이라 할 만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하였다. (출처: 『군대와 성평등』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병역법 제3조 제1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을 통해 본 남성만의 징병제도」 p82~83)

군은 대체 어떤 곳인가? 이대로 유지되어도 되는가.
군복무 경험이 있는 20대 남성들은 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한「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2019년 연구보고서 ; 2019년 7월 17일~7월30일. 20대 현역 제대자 1,117명 조사)에는 군복무를 한 20대 남성의 어려움이 잘 나타나 있다. 입대 전에 ‘군대를 가지 않을 수 있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80.8%이다. 군복무 당시 겪은 일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응답은 44.3%나 되었으며 현재까지 시달린다는 답도 38.2% 였다.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군대는 안가는 것이 좋다’ 79.4%, ‘군복무는 잃는 것이 많다’ 66.7%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20대의 군복무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군복무경험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고, 남성징병제는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 사진 출처. KBS [이슈K] '여성 의무 군복무제'…시의적절? 시기상조?(2021.04.27) 화면 캡처

그렇다면 여성들이 군대에 가면 이러한 차별이 해결될까. 공정하고 공평한 징병제가 필요하다면 징병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며 현재의 군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군 제도에 대한 논의 이제 시작해야 할 때

지금까지 한국의 군제도는 남성징병제도를 기본으로 일부 직업군인이 있는 구조이다. <2020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병력은 55만 명(인구의 1.1%)이고, 1만2600명이 자원입대한 여성으로 장교나 부사관이며 2008년부터 임기제 부사관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대다수 국가의 징집률은 40~50%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징집률은 90%를 넘어서고 있고 이는 이스라엘보다 높다. 그러나 저출생으로 주요징집 대상인 19~21세의 남성의 인구수가 줄어들어 2025년에는 예상 징집인원이 예상복무인원보다 8천명 부족해지고 이러한 부족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때문에 여성징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여성 징병을 하는 나라는 북한,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등 8개국에 불과하다. 북한과 이스라엘은 인구 규모에 비해 대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징집을 하고 있고,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여성징집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성평등 정도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세계 성격차지수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0)>에 따르면 153개국 중 108위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대상으로 병력규모를 정한다고 할 때 북한은 인구대비 4%가 군인이며 세계1위의 120~130만 명의 병력규모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55만 규모의 군을 유지하고 있는데 군사력을 따져보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6위이고 북한의 군사력은 28위이다.(출처: 미국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 2021년 보고서 / 한겨레 〔논썰〕 ‘모병제’하면 ‘흙수저’만 군대 갈까요? 재인용)

저출생 상황에서도 이러한 대규모 병력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의되어야 한다. 더불어 징병제 즉 의무병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모병제 즉 지원병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모병제를 시행하게 되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2020년 국회예산처가 작성한 '모병제 전환에 따른 관련비용전망분석보고서'(출처: 시사IN 712호 ‘다가온 미래인가 무너질 모래성인가' P.16)에 따르면 현행 부사관 급여(하사1호봉)의 90%를 지급하고, 약30만 명인 병사(장교와 부사관 제외)를 절반으로 줄여 15만명을 모집할 경우 5년간 6조원이 더 든다고 한다. 그러나 군복무를 간부로 하지 않고 이 급여를 받고 사병으로 근무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군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평화가 강력한 군에 의해 유지된다고 믿던 시대는 지났다. 평화가 위협받는 이유도 전쟁 외에 코로나19, 재난과 기후위기 등 다양화 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여성들은 징집되지 못했고 따라서 군 문제에 대해 발언할 성원권도 없었다. ‘여성도 군대 가라’는 말에 ‘입 다물고’가 함께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제대로 논의해보자. 평화와 성평등의 시각에서 군문제를 논의할 때이다.

   







[남은주 칼럼 21]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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