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국가장' 논란...대구 시민사회 반발에도 민주당은 '조문'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0.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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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국가장, 권영진 시장 등 이틀 3백여명 두류공원 분향→김대진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조문
시민단체 "12.12 쿠데타·5.18 학살·91년 국가폭력 주역, 사죄·책임 없어...국가장·국립묘지 자격 없다"


고(故) 노태우(1932년 12월 4일~2021년 10월 26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2.12군사쿠데타, 5.18광주학살, 1991년 백골단 국가폭력 주역에 대한 국가장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진압으로 '내란죄'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지역에도 국가장 분향소가 차려져 정·재계 인사들을 포함한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인사들도 조문을 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분향소에서 묵념하는 82세 대구 시민(2021.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분향소 설치 이틀째 대구 분향소에는 시민 320여명이 추모를 했다.(2021.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8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가 지난 27일 마련돼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앞서 27일 권영진 대구시장,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애도를 표했다. 분향소 설치 이틀째(28일 오후 4시 기준) 320여명이 고인을 추모했다.  

두류공원 분향소는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가 설치했다. 대구시는 대구시청 별관에도 분양소를 별도로 마련했다. 두류공원 분향소는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오는 30일 오후 12시까지 조문이 가능하다. 장례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뤄진다. 앞서 27일 국무회의(총리 김부겸) 심의에서 국가장이 결정됨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은 분향소를 설치했다. 다만 5.18 당사자 지역 광주광역시(시장 이용섭)는 분향소도 조기 게양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인사들도 28일 오전 두류공원을 찾아 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분향을 했다. 김대진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김해룡(동구갑 직무대행), 최창희(중구남구), 은병기(북구갑), 권택흥(달서구갑), 김태용(달서구을), 김무용(달성군 직무대행) 지역위원장 등이 조문을 다녀갔다.
 
   
▲ (왼쪽에서 네번째)김대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분향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김해룡 동구갑(직무대행), 최창희 중남구, 은병기 북구갑, 권택흥 달서구갑, 김태용 달서구을, 김무용 달성군 지역위원장(직무대행)도 참석했다.(2021.10.28) / 사진 제공.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 대구에 설치된 국가장 분향소는 오는 30일 오후 12시까지 운영된다.(2021.10.28)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군사쿠데타와 5.18 강제진압 등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북방외교와 경부고속철도 도입, 새만금 건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선언 같은 공도 있기에 최소한의 예우로서 조문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30여개 단체가 모인 '1991년 열사투쟁 30주년 기념사업 대구경북준비위원회(공동대표 장명재, 이용우, 임성종)'는 28일 성명서에서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노태우는 국가장 자격이 없다"며 "80년과 91년의 잔혹한 5월을 잊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준비위는 "유언에서 '사죄한다' 말을 남겼지만 당사자의 진심어린 사죄·반성·책임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태우는 1979년 12.12쿠데타 주역, 5.18 학살을 전두환과 함께 진두지휘,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부장관을 거쳐 민정당 대표위원에 마침내 1987년 6월 10일 체육관 대통령을 꿈꾼 사람"이라며 "노태우 대통령 시절 수 많은 학생, 노동자, 민주인사들이 의문의 죽임을 당했고 거센 탄압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철규, 이내창, 박창수 등 그의 임기 시절 공안당국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수 많은 의문사에 대한 책임과 진상규명 요구를 거세게 탄압한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1991년 5월 백골단에 의해 대학생·노동자들이 잔혹한 폭력에 희생됐고, 백골단이 장례식장 벽을 뚫고 침입해 박창수 열사 시신을 강탈한 사건도 있었다"면서 "국가폭력에 저항한 이들을 최루탄과 백골단을 동원해 진압했다. 국가보안법·유서대필 조작사건 역시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가슴 아픈 현대사에 기록된 그의 죄상이 청산되고 진상규명되지 않은 채 정부가 국가장을 치르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필요한 것은 국가장이 아닌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범죄자로 처벌된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사망 때도 전례가 될 수 있다"면서 "국가장은 물론 국립묘지 안장도 용납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어설픈 국민통합을 거론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광주에 대한 조금의 이해라도 있다면 최소한 노태우 고향인 대구의 민주당 인사들이 노태우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이면 몰라도 적어도 대구에서 민주당이 이러면 안된다. 정말 부적절하고 아쉽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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