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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하던 아버지 숨지게 한 22살 청년...'복지사각'의 비극
대구고법 "식사 중단 의도적 죽음 방치 폐륜성...다만 어린 나이 기약 없는 간병 홀로 떠안아 최저형"
A씨 '존속살해' 항소기각·징역 4년 유지 / 시민단체 "국가 방관 속 폭탄급 간병비·돌봄푸어...제도 구축"
2021년 11월 10일 (수) 15:16:2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간병하던 아버지를 숨지게 한 20대 대구 청년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판사 양영희·왕해진·송민화)는 10일 아버지 B(56)씨 '존속살해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A(22)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A씨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3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퇴원하기 전 삼촌 C씨가 생계지원·장애지원을 받으라고 절차를 알려줬지만 '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며 "아버지가 '지인들 번호로 전화해 생활비 등 돈을 빌려보라거나 삶의 의지를 보였다'는 진술도 한바 있다"고 했다.
 
   
▲ 대구고등법원(2021.1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아버지가 '내가 이렇게 되면 치료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지만 쓰러진 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처벌받는게 두려워 예전 말을 꺼낸 것'이라고 진술했다"면서 "아버지가 육성으로 '아들아'하고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음식과 물을 주지 않고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퇴원 다음날부터 '병수발을 더 못들겠다'고 생각하고 죽게 할 마음을 먹었으나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해 가끔 음식과 물을 급여하다가 지난 5월 1일부터 전혀 급여하지 않았다"며 "기약 없이 2시간마다 한 번 챙겨주고 돌보며 살기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스스로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녁 캔 한개, 다음날부터 1~2개 치료식과 물을 줬으나 주지 않은 날도 있었다"면서 "병원 처방약도 한 번도 투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못 먹으면 금방 죽는다는 것을 알았고 아버지 몸 상태면 더 빨리 돌아가실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럼에도 지난 5월 5일 돌아가셨을 거라 생각해 아버지 방에 들어갔는데 눈을 깜빡여 그대로 나왔고, 어버이날 5월 8일 다시 들어가 코 밑에 손을 대니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게 이 사건 내용"이라고 판시했다. 또 "피고는 그 시간에 술을 먹거나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했다"며 "이 같은 진술이 일관될 뿐 아니라 시간 흐름에 따라 생각·마음 상태가 구체적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 가족을 간병 하는 모습 / 사진 출처.대한민국 정부 대표 블로그 '정책공감'

때문에 "혼자 거동이 불가능해 전적으로 보호를 필요로 한 아버지를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해 살인한 폐륜성, 간병 상황에 놓이자마자 사건을 계획한 점을 인정해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 없는 아버지를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돼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범인 점까지 고려해 존속살해죄 관련해 가장 낮은 형을 원심이 선고했기에 양형 부당 주장도 기각한다"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 사건을 '청년 간병살인',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으로 보고 제도 구축을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간병비는 재난적 의료비 폭탄 주범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비급여인 상태로 남아있다"며 "하루 10만원 이상 간병비를 부담할 수 없는 가족 메디컬푸어가 사회 곳곳에 있어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병에 있어 국가는 방관자"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지만 역부족이고 모두 가족과 시장에 맡겨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맞춤형 복지가 아니라 간병과 돌봄에 있어서 누구나 지원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제도와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 B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뒤 7개월 투병 끝에 숨졌다. 병원비는 2천여만원이다. 공익근무 전 휴학한 아들 A씨는 병원비를 감당 못해 삼촌 C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마저 지원이 어렵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퇴원했다. 이후 월 30만원 월세는 석달치 밀렸고, 휴대전화 요금도 지불 못해 전화가 중지됐다. 가스비·인터넷비도 내지 못해 모두 끊어졌고, 식비 조차 마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구고법에 A씨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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