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생활고로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간병살인의 비극' 주인공 대구 20대 청년 A씨가, 형기 10개월을 남겨두고 오는 30일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됐다.
교정당국에 25일 확인한 결과, 법무부는 지난 23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A씨의 가석방을 심의한 뒤 상주교도소에 수감중인 A씨 측에 가석방 결정 사실을 전달했다. 가석방은 형기가 끝나기 전에 조건부로 수감자를 석방하는 제도로, 선고 효력을 없애는 사면과는 다르다.
통상 수감자가 속한 교정시설에서 가석방 요건 기간(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가석방심사위에 적격 심사를 신청하게 된다. 위원회는 혐의와 형기, 교정 성적 등을 고려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인정하면 가석방이 허가된다.
그의 사연을 듣고 그 동안 A씨를 1호 장학생으로 선정한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은 사회로 나온 A씨에 대한 지원도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다.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비극적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A씨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하고 그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적 관계도 유지한다.
전순옥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상임이사는 "처음 감옥에 면회 갔을 때는 꿈도 희망도 없다던 청년이,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면회를 가고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멋진 청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었지만, 이제는 감옥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잘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간병 비극과 같은 아픔과 절망에 놓인 청년이 다시는 우리 사회에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2022년 3월 31일 아버지(56) B씨 '존속살해죄'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대구 청년 A(23)씨에 대한 최종심에서 A씨에 대한 징역 4년 원심을 확정했다.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 B씨는 2020년 9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공익근무 전 대학을 휴학한 외동아들 A씨가 간병했다. 부자는 이 과정에서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삼촌이 병원비를 내줬지만 이마저 지원이 어렵게 돼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퇴원시켜 2021년 4월부터 집에서 돌봤다. 내지 못한 병원비는 2,000여만원이다. 30만원 월세도 석달치 밀렸다. 휴대전화 비용, 가스비, 인터넷비 모두 내지 못해 전화와 가스, 인터넷이 끊겼다. 식비도 없어 굶기도 했다. 아들 A씨는 끝내 2021년 5월부터 아버지에 대한 식사와 물 지급을 끊고 아버지를 방 안에 방치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숨을 거뒀다. 7개월의 투병은 가난 속에서 끝났고, 아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구속됐다.
1.2심 재판부는 "어린 나이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를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돼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범인 점까지 고려해 존속살해죄 관련해 가장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주목을 끌었다. 홀로 간병을 맡은 청년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간병 비극'과 가난 속에서 국가와 지자체 도움을 받지 못한 '복지 사각'이 드러난 탓이다. 대선 과정에서 항소심이 진행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사회관계망에 "방임과 무관심 속 타살"이라며 청년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은 이 사연을 접하고 대구에 수감 중인 A씨를 직접 면회해 '1호 장학생'으로 선정해 장학지원을 확정했다. 가난과 소외 속 벌어진 비극적 사회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사회적 책임이 방기된 사각지대의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재단의 설립 취지와 맞아 지원을 결정했다. 재단의 장학 지원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 80여명으로부터 자발적 후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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