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청년의 '간병비극'...대법, '존속살해' 징역 4년 확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4.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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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청년 A(23)씨 징역 4년 원심 확정 "아픈 아버지 죽음 방치...어린 나이에 간병 떠안아 최저형"
'복지사각' 알려지며 '전태일이소선재단' 1호 장학생 선정, 이재명 대선후보 때 청년에 위로 편지


간병하던 아버지를 숨지게 한 23살 대구 청년 A씨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4년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버지B(56)씨 '존속살해죄'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대구 청년 A(23)씨에 대한 최종심에서 A씨에 대한 징역 4년 원심을 지난 31일 확정했다.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 B씨는 2020년 9월 뇌출혈(심부뇌내출혈·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다. 공익근무 전 대학을 휴학한 외동아들 A씨가 간병을 맡았다. 부자는 이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대법원 / 사진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 사진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초기에는 삼촌이 병원비를 도와줬지만 이도 지원이 어렵게 되자 어쩔 수 없이 2021년 4월 아버지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에서 돌봤다. 당시 못낸 병원비는 2,000만원 정도다. 30만원 월세도 석달치 밀렸고, 휴대전화비도 지불하지 못해 전화가 중지됐다. 가스비와 인터넷비도 끊겼다. 식비마저 없었다. 

아들 A씨는 끝내 지난해 5월부터 아버지에 대한 식사와 물 지급을 끊고 아버지를 방 안에 방치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숨을 거뒀다. 7개월의 투병은 가난 속에서 끝났다. 

경찰 수사에서 A씨는 "이렇게 살기는 어렵겠다. 돌아가시게 둬야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아들 A씨를 '존속살해죄'로 기소했고,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았고 항소심도 원심을 유지했다.

다만 1.2심은 "어린 나이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를 기약 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돼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범인 점까지 고려해 존속살해죄 관련해 가장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주목을 끌었다. 홀로 간병을 맡은 청년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간병 비극'과 가난 속에서 국가와 지자체 도움을 받지 못한 '복지 사각'이 드러난 탓이다. 

대선 과정에서 항소심이 진행돼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사회관계망에 "방임과 무관심 속 타살"이라며 간병 문제에 대한 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고문은 당시 청년에게 위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너는 나다...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합니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 사진 편집.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너는 나다...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합니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 사진 편집.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작년 출범한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공동이사장 이수호·최종인)'은 이 사연을 접하고 대구에 수감 중인 A씨를 직접 면회해 '1호 장학생'으로 선정해 장학지원을 확정했다.  

재단 측은 가난과 소외 속 벌어진 비극적 사회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사회적 책임이 방기된 사각지대의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재단의 설립 취지와 맞아 A씨에 대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재단의 장학 지원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 80여명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자발적인 후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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