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비극'의 대구 청년에게...전태일·이소선재단 첫 장학지원 확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2.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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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청년 간병인 A(22)씨 찾아 상담 후 최종 지원 결정
출소 이후 학자금·생계비·법률지원, 2일에 '전태일 평전'도 보내
"복지 사각지대 비극, 고립되지 않게 사회적 적응·자립 돕겠다"


'간병 비극'을 겪은 대구 청년에 대해 전태일·이소선재단이 재단 설립 후 첫 장학 지원을 확정했다.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다 숨지게 한 청년은 유죄를 선고 받아 수감 중이지만, 재단은 생활고에 처한 청년이 기약 없는 나홀로 간병을 떠안아 생긴 "복지 사각지대 문제"라고 보고 지원을 결정했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공동이사 이수호·최종인)'은 2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재단 내에서 여러 의견을 놓고 논의한 끝에 대구 청년 A(22)씨에 대한 첫 장학 지원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너는 나다' 웹자보 / 사진.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홈페이지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너는 나다' 웹자보 / 사진.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홈페이지

재단 측은 지원 선정 이유에 대해 "사회적 외면,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적 사건"이라며 "여러 의견을 검토했지만 재단 설립 취지를 생각해볼 때 이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돼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 열사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해 어릴적부터 꿈이 '배움'이었다"면서 "어려운 형편과 가난으로 인한 비극이 더 없도록 재단이 이 청년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공동이사는 "사회적인 여러가지 제도나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발생한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 친구가 고립되지 않게 사회적 적응과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전태일·이소선재단은 전 열사 51주기를 맞아 지난달 8일 출범했다. 전 열사는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소외·빈곤·비인간적 노동실태를 고발하며 산화했다. 고(故) 이소선 여사는 전 열사 어머니로 역시 가난한 노동자로 살다가 아들의 죽음 후 노동·민주화운동 등 고난의 현장에서 활동했다. 재단은 이들의 뜻을 기려 100억원 기금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의 노동자·자녀 등을 지원한다. 
 
대구 남산동 전태일기념관, 청년의 뒷모습(2021.7.30) / 사진 합성.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남산동 전태일기념관, 청년의 뒷모습(2021.7.30) / 사진 합성.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두 사람 이름을 딴 재단 출범 후 1호 지원은 대구 '간병 비극' 청년에게 돌아갔다. 재단은 지원을 결정하기 전 A씨 수감 시설을 찾아 상담을 했다. 전 열사 동생 전순옥(68.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재단 이사가 직접 찾았다. 지원 결정 사실은 오는 9일 전 이사가 다시 수감 시설을 찾아 알린다. 

지원 내용은 학자금·생계비·법률지원 등이다. A씨는 대학교 1학년 휴학생이다. 출소 후 다시 공부하도록 돕고, 대법원 상고 절차 과정에서 변호사 등 법률적 지원을 한다. 현재는 수감 중이라 A씨 요구에 따라 책을 지원한다. 전순옥 이사는 지난 2일 A씨에게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보냈다. 

전순옥 이사는 "직접 만나보니 진실됨을 느꼈다. '돈 보다 책만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해 진정성이 있었다"며 "큰 오빠도 늘 책을 읽고 싶어했다. 정기적으로 만나 새 출발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전순옥 전 의원이 A씨 항소심 재판에 참석했다.(2021.11.10.대구고법)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순옥 전 의원이 A씨 항소심 재판에 참석했다.(2021.11.10.대구고법)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A씨의 아버지인 B씨(56)는 공장 노동자로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공익근무 전 휴학한 외동아들 A씨가 홀로 간병했다. 부자는 이 과정에서 병원비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는 삼촌이 도와줬지만 이마저 지원이 어렵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지난 4월 아버지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에서 돌봤다. 당시 병원비는 2,000여만원이다. 30만원 월세는 석달 밀렸고, 휴대전화 요금도 지불 못해 전화가 중지됐다. 가스비·인터넷비도 못내 끊겼고, 식비도 없었다. 끝내 A씨는 지난 5월부터 아버지 식사, 물 지급을 끊고 방치했다. B씨는 영양실조, 폐렴 등으로 숨을 거뒀다. 7개월 투병은 끝났다. 아들 A씨는 '존속살해죄'로 기소돼 1심 징역 4년을 받았다. 항소심도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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