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배움터이자 마을 사랑방 '작은도서관'에 대해 대구시가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해 논란이다.
작은도서관은 규모는 작아도 책을 벗삼아 동네 주민들이 서로 모일 수 있었던 공동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흥법 제정 후 지난 10년간 대구시도 200곳이 넘는 작은도서관에 대해 적지만 예산을 보탰다.
정부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대구시 역시 올해 예산을 증액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대구시는 지원 예산을 모조리 깎았다. 안그래도 적은 예산이 0원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역 작은도서관들은 반발했다. 법 취지 훼손은 물론 명분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비판이다. 대구시는 당초 증액하려 했으나 예산실의 지원 축소, 구비 자체 예산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 교육협력정책관과 대구시작은도서관협의회의 말을 12일 종합한 결과, 대구시는 2023년 작은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담당 부서인 교육협력정책관실은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방보조사업 성과 평과 결과에서 '구.군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사업'이 '우수' 또는 '매우 우수' 평가를 받자 지난해 예산 2억2,000만원 올해 3억원으로 8,000만원을 증액해 예산담당관실에 올렸다.
예산실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49개 공·사립 작은도서관은 올해 대구시로부터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구시가 작은도서관에 활성화 예산을 지원한 지 10년 만에 0원을 책정한 셈이다.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 담당자는 "올해 예산 편성시 증액을 요구했지만, 예산담당부서가 '시 전체적으로 지원을 줄이고, 구.군 자체 예산으로 하라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며 조정 과정에서 삭감한 것으로 안다"며 "기조 자체가 그렇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예산 수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각 구.군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니, 추후에 추경이나 추가 지원하도록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국회는 지난 2012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 3조는 '국가와 지자체가 작은도서관을 진흥하는데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행정·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예산을 매칭해 작은도서관에 지원해 왔다. 비율은 구.군마다 다르다. 시비 10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금액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곳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대구시가 작은도서관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아예 그 역사를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작은도서관협의회',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대구지부', '그나라어린이도서관', '책마실작은도서관',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 '마을도서관햇빛따라', '모퉁이 작은도서관' 등 32개 작은도서관은 12일 보도자료에서 "부족하지만 명목상 유지되던 예산을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며 "구.군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대구시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립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와 운영자들은 열악하고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지역과 마을에서 독서 문화 진흥, 평생교육, 마을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며 헌신과 봉사를 다하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며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얻는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는 이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홍준표 시장 명의의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에서는 표창장을 수여하고 뒤에서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이율배반적 행위로 작은도서관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작은도서관 진흥법에서 밝힌 지자체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법에 위배된다"면서 "동네 주민들의 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를 향해 "작은도서관 예산 전액 삭감안을 철회하고, 현실적인 예산안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홍 시장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에게 정식 면담을 요구했다.
박성원(48) 대구시작은도서관협의회 의장은 북구 동천동에서 '그나라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 의장은 "명분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해 이해할 수가 없다"며 "10~20% 삭감도 아니고 모조리 깎는 행위는 뭐라고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답답해했다. 또 "사업 내용이 우수하다고 표창장을 준지 얼마나 지났다고 예산을 깎는지 답답하다"면서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시가 작은도서관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돼 걱정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작은도서관은 지역 라이브러리(도서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배움터, 사랑방 역할을 하며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 엄마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홍준표 시장이 직접 와서 보고 느낀다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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