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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복지시설, 거주 아동 일기장 검사...인권위 "인권침해" 결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1.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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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A아동양육시설, 일기 작성 강요·일기장 검사
아동들 "쓰고 싶지 않은데 쓰게 해 스트레스 받아"
'중단' 지시에도 지속→유엔 '아동권리협약' 어긋나
"사생활 비밀·양심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 제한"


복지시설이 거주 아동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가 대구 북구 A사회복지법인 아동양육시설이 거주 아동들에게 일기장 작성 강요하고,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복지시설의 피진정인(원장 등)이 거주하는 어린이들에게 일기 작성을 강요하고, 일장장 검사를 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보인다"며 "시설은 즉시 어린이들의 일기장 작성 강요와 일기장 검사 행위를 중단하라"고 개선 권고했다.
 
'일기 작성' 요령...한 어린이의 일기장 /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일기 작성' 요령...한 어린이의 일기장 /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A복지시설은 기독교 법인의 아동양육시설로 거주 아동은 현재 30명이다. 연령은 6세부터 22세다. 지적장애인(2~3급), 언어장애인 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 B씨는 해당 시설이 아동들에게 일기작성을 강요하고, 일기장을 검사한다는 내용을 대구장애인인권연대에 제보했다. 인권연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대구시와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알리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 관계자들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개별 상담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설장은 매일 거주 아동들에게 일기 작성을 지시하고, 일기장을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에서 거주 아동 16명은 "시설장이 시켜서 일기를 쓰며, 쓰고 싶지 않고, 검사받는 게 사생활 침해"라고 답했다. 또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일기 작성·검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5명의 아동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3명의 아동은 명확한 의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어 인권위는 즉각 거주 아동들이 일기를 자율적으로 작성하도록 현장 지도를 했다. 

하지만 현장 지도 이후에도 일기 작성과 검사는 지속됐다. 원장은 "거주 아동들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검사했다"고 주장했다.  
 
"참 잘했어요" 선생님 사인과 도장이 찍힌 어린이 일기장 /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참 잘했어요" 선생님 사인과 도장이 찍힌 어린이 일기장 / 사진.교육부 공식 블로그

인권위는 "교육 목적은 인정되나, 공개적 숙제로 인식돼 방법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사적 영역으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해석했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받지 아니한다.) ▲유엔 '아동의 권리 관한 협약 제16조(어떠한 아동도 사생활, 가족, 주거,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 위법적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국가인권위 초등학교 일기장 강제 작성과 검사·평가는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개선 의견 표명(2005년 3월 25일)을 근거로 "인권침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초등학교의 어린이 일기장 검사는 지난 2005년 '인권침해' 결정 이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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