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희도 안아주세요."
"안아줄게요. 눈물 날 것 같네."
성(性) 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광장에서 마주 안았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모인 퀴어들과 성소수자 부모들은 눈을 꼭 감고 등을 토닥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대구 동성로 광장이 14년째 무지개 깃발로 가득찼다.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퀴어축제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무지개인권연대, 대구민중과함께 등 43개 단체가 참여하는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공동대표 배진교, 김지영, 박명애, 이길우, 이정미)'는 1일 중앙로역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퀴어가 대세(Queer is Trend)'를 주제로 제14회 대구퀴어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7시간 가까이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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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대표들이 무대에서 인사 중이다.(2022.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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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축제에 참여한 시민은 주최 측 추산으로 2,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서 '자긍심 퍼레이드'를 하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촉구했다.
축제 현장에는 43개의 부스가 차려졌다. 군인권센터, 국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비온뒤무지개재단,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성소수자부모모임, 정의당·녹색당 대구시당 등이 부스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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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로 광장을 가득 채운 무지개 깃발(2022.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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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향한 오해를 풀어주는 코너를 비롯해 위기에 처한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서비스 홍보 코너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비건(채식주의자)'를 위한 무지개 베이글도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프리허그 코너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부산에서 온 정선혜(57)씨는 20대 트랜스젠더 자녀를 뒀다. 정씨는 "나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 뒤 부모모임에 나오면서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소수자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퀴어축제를 통해 성소수자들과 그 부모들이 고립감에서 벗어나 다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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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을 입고 행진하는 퀴어들(2022.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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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에서는 무지개 깃발과 무지개 스티커, 무지개 페이스 페인팅 등 화려한 복장을 한 이들의 촬영이 이어졌다. '조선 게이', '조선 레즈비언' 등을 자처하며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도 무지개 부채를 들고 퀴어축제를 축하했다.
서울, 인천, 부산, 경남, 춘천 등 전국 5곳의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들도 대구 축제에 참여했다.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도 축제에 함께했다. 주한미국대사관 놀란 바크하우스 부산영사, 네덜란드 톰코펜 정치담당 서기관, 독일 하나 베커 1등 서기관은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다. 놀란 바크하우스 부산영사는 "평등과 인권은 우리 외교 정책 중심에 있다"며 "여러분의 고귀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대표는 "우리 모두 평등한 세상을 위한 동경을 갖고 지금 이 자리에 참가했다"며 "혐오와 차별에 맞서 춤추고 웃으며 신나게 저항하고 끝까지 축제를 즐기자"고 말했다.
한편, 보수 개신교 단체와 우리공화당은 이날 축제 현장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인권감시단과 대구지방경찰청의 통제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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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개해, 동성애 반대"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단체 인사들(2022.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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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인사들은 "회개해", "동성애 죄악"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행진을 방해했다.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 일동'은 "동성로 퀴어 축제 결사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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