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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 백선엽 동상 세우고 '친일' 삭제 추진..."몰역사" 반발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 입력 2023.07.0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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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다부동 제막식 / 보훈부·경북도 등 5억원 4m 동상
박민식 "전쟁영웅,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 검토"
시민단체 "동포에 총든 간도특설대...친일미화, 철거"
'친일 지우기' 논란 속 450억 백선엽 기념관 '호국파크'


'친일파'냐 '전쟁 영웅'이냐 갈등 속에 경북 칠곡에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이 세워졌다. 동상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현장에선 "영웅"이이라는 칭송과 "친일파"라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국가보훈부·육군본부는 5일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선엽 동상 제막식 겸 3주기 추도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백선엽 장군 장녀 백남희씨를 포함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천을 벗기고 동상이 드러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2023.7.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2023.7.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백선엽 동상은 국가보훈부와 경상북도, 국민모금 등 각각 1억5,000만원, 1억, 2억5,000만원 등 모두 5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크기는 높이 4.2m, 너비 1.56m다. 동상은 2분 가량 360도 회전한다. 보훈부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제막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때 국가보훈처 공식 홈페이지에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재한 사실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해당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 정서에 맞는지, 법률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다 마쳤다"고 밝혔다. 백선엽 장군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공식적으로 지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조만간 국민에게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제막식에서 발언 중이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제막식에서 발언 중이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친일 행적으로 오랫동안 비판 받은 고인에 대해 동상을 건립한데 이어 '친일' 문구마저 삭제하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제막식이 진행되는 현장 바깥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위원장 박찬문)는 '백선엽 동상 제막 반대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는 친일 미화,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백선엽 동상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백선엽은 국가 공인 친일파"라며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해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백선엽은 지난 2020년 7월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히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탓에 보훈부와 경북도는 후안무치하게 그의 동상을 세우기에 이르렀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백선엽은 분단과 냉전 질곡을 이용해 일제에 충성한 친일장교"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친일 군인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은 몰역사적 행태"라며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역사를 바로잡는다"고 했다.
 
백선엽 장군 '친일 행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백선엽 장군 '친일 행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장은 "백선엽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동포에게 총을 든 자"라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동상을 설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국의 고장인 칠곡에 왜 동상을 설치하냐"면서 "독립 선인들을 볼 면목이 없다.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반대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북도는 백선엽 동상 건립에 그치지 않고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일대에 '호국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한다. 백선엽 장군에 대한 '친일 지우기'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지난해 칠곡군으로부터 다부동전적기념관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오는 2024년부터 3년간 450억원을 투입해 백선엽 기념관을 짓고, 다부동 전투 스포츠센터, 피란 땅굴, 호국 둘레길 등산로, 백선엽 장군 묘 이전지를 만든다.
 
박찬문 위원장이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박찬문 위원장이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2023.7.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은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며 최선을 다해 모시고 섬김의 보훈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면서 "다부동 일대를 호국과 안보 교육 장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평양사범학교, 봉천군관학교를 나왔다. 1941년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했고 1943년 간도특설대에 부임해 일본 침략전쟁에 협력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1941년~1945년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며 일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며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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