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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내정자, 일제 역사인식 '편향'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5.1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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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한희원 동국대 일반대학원장 제4대 관장에 선임
과거 발언 "요시다 쇼인의 쇼카선주쿠 인재 이토 히로부미"
"인재들이 일본 메이지유신 성공시켜, 우리도 그렇게 해야"
민문연 "식민사관, 부적격" / "자격요건 상 결격사유 없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장 한희원(65.동국대 일반대학원장) 내정자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다. 

일제강점기 관련 역사 인식이 편향돼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도에 18일 확인한 결과,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지난 12일 2차 이사회를 열어 한 원장을 제4대 관장으로 선임했다. 정진영 관장 임기 만료에 따라 지난 3월 관장추천위원회를 꾸려 2차례 후보자 공개모집과 서·면접심사를 거쳐 후보 2명을 복수 추천했다. 이사회는 1순위 한 내정자 선임을 승인했다. 이철우 도지사가 최종 임명하면 오는 6월 19일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되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 사진.경북독립운동기념관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 사진.경북독립운동기념관

경북도는 "정부와 학계를 거친 덕망 있는 적임자"라며 "호국·보훈의 메카로서 독립운동기념관을 운영하며 재정건정성 확충을 위한 경영성과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17일 보도자료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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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는 후보 검증 차원에서 최근 5년 한 내정자 강연, 인터뷰, 기고, SNS 글 등을 살펴봤다.

'미래지도자', '인재 양성'을 주제로 한 최근 대중 강연에서 한 내정자는 2차례에 걸쳐 일본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언급했다. 특히 쇼카손주쿠와 요시다 쇼인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었다.

'한반도통일지도자총연합'이 지난해 3월 23일 서울 강동구 피스센터에서 연 '2022 통일지도자 특별세미나'에서 그는 '초일류 자유대한민국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한희원 경북독립운기념관 내정자 '초일류 경상북도, 자기 주인으로 산다는 것' 특강(2022.5.3) / 사진.경북도
한희원 경북독립운기념관 내정자 '초일류 경상북도, 자기 주인으로 산다는 것' 특강(2022.5.3) / 사진.경북도

당시 특강에서 한 내정자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빈털터리 나라 경제 가운데 경쟁을 도입해 국가 부흥 초석을 다졌다"며 "경쟁을 현실화 시키는데 필요한 자유를 건국 가치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일본이 세계 강국이 된 원인은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인재를 길러낸 쇼카선주쿠 설립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쇼카손주쿠는 서양 외세가 일본을 점령한 것을 본 요시다 쇼인이 그의 숙부가 세운 의숙을 실질적으로 다진 인물"이라며 "(요시다 쇼인은) 서양이 나빠서 일본을 점령한 게 아니라, 일본 힘이 약했기 때문에 인재 100명을 길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인물이 이토 히로부미"라며 "그 인재들이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켜 오늘의 일본을 만든 초석을 다졌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올바른 인재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5월 3일 경북도가 주최한 '158회 화공 굿모닝 특강' 중 '초일류 경상북도, 자기주인으로 산다는 것' 강연에서도 유사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인간 실패를 막고 초일류 국가를 만들려면 교육만이 해법"이라며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가 예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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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쇼카손주쿠(松下村塾)'는 일제강점기 조선 침략 정한론(征韓論.일본이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을 교육한 일본 사설학당 교육기관이다.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은 해당 기관 설립자로 아시아 침략과 군사적 팽창주의를 가르치는데 앞장 선 일본 우익 사상의 창설자다.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에 1호로 안치돼 있다. 고(故) 아베 신조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일본 성공이 그곳에서 시작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쇼카손주쿠의 대표 인재가 이토 히로부미라는 발언도 했다. 초대 조선 통감으로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장본인이 이토 히로부미다. 이토 히로부미는 청일전쟁·러일전쟁을 일으킨 일제 전범이다.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당했다. 
 
"경북 사람이 펼친 항일투쟁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사진.경북독립운동기념관 홈페이지
"경북 사람이 펼친 항일투쟁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사진.경북독립운동기념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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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는 한 내정자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1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약소국에 대한 침략을 미화하는 사회진화론의 전형적 논리"라며 "힘이 없어서 망한 국가는 어쩔 수 없고, 힘 있는 민족을 통해서 근대화돼야 한다는 전형적인 일본 제국주의 식민사관, 정한론자"라고 꼬집었다. 

또 "일본 극우의 태두인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는 침략 이데올로기 뿌리이자 아버지"라며 "피해국가의 입장이 아닌 가해국 중심주의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립운동가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정신 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친일 인사"라며 "식민지배, 침략 논리와 싸우기엔 부적격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립 기념관인만큼 자격에 있어 업무 관련성, 전문성은 물론 '역사 의식 투철' 항목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편찬위원장을 지낸 김희곤 초대 관장의 경우 모범적 인사였다. 그 정도로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지난 2021년 8.15 광복절을 맞아 9분 44초짜리 영상으로 '일제 전범 산실' 고발 캠페인을 펼쳤다. '쇼카손주쿠, 요시다 쇼인 이면에 숨겨진 침략 역사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침략 역사를 사죄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쇼카손주쿠, 요시다 쇼인 이면에 숨겨진 침략 역사를 아시나요'(2021.8.11) / 자료 사진.반크 유튜브 화면 캡쳐
'쇼카손주쿠, 요시다 쇼인 이면에 숨겨진 침략 역사를 아시나요'(2021.8.11) / 자료 사진.반크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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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와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은 자격요건 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을 담당하는 경북도 복지건강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서류나 면접 심사에서 비교 평가해 선정한다"며 "당사자가 낸 서류 이외의 것은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과거 모든 발언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말 한마디로 탈락 사유는 안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계자는 "공고 절차에 맞춰 응모했고, 추천위가 자격을 심사했다"며 "자격요건상 아무런 하차가 없다. 규정상 결격사유가 없는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채용자격 기준을 보면 국가 또는 지자체 3급 이상 근무 경력, 대학교 부교수 이상 5년 이상 경력자, 공공기관 5년 이상 상근임원 격력자다. 역사의식과 업무 전문성을 검증하는 기준은 부실한 편이다. 결격사유는 형사처벌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자다.
 
"역사의 가치를 추구하는 독립운동 자료" / 사진.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역사의 가치를 추구하는 독립운동 자료" / 사진.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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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현직 검사들이 요직에 기용돼 검찰공화국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하등의 관련성도 없는 검사 출신(한 내정자)을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에 임명하는 것은 낙하산 인사다. 임명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한  내정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제24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공직 생활을 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 서울지검, 광주고검, 제주지검 검사에 이어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대검찰청 연구관을 거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 국장도 역임했다. 2007년 동국대 법과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해, 2016년 법무대학원 대학원장 겸 법과대학 학장을 거쳐 부총장 겸 일반대학원장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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