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에 대해 중구청이 역사 왜곡 논란 6년 만에 철거를 검토한다.
대구 중구의회(의장 김오성)는 21일 중구청(구청장 류규하) 도시재생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했다. 감사장에서 중구 달성공원 일대 순종황제어가길에 놓인 순종황제 동상이 "교통 체증을 유발해 주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행에 방해가 되니 동상 대책을 세우라는 요구다.
국민의힘 소속 권경숙(중구 가선거구) 중구의원은 "순종황제어가길 조형물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나오던 문제"라며 "교통 문제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행정감사에서 따졌다. 이어 권 의원은 "순종 동상을 달성공원 앞으로 옮기거나,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철거 요구에 대해 중구청은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대구시(시장 홍준표)가 '달성토성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공간에 광장을 만드는데, 이를 위해 동상을 철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구청 이운락 도시재생과 과장은 "주민 대표를 만나 얘기하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구시가 달성토성 복원사업을 계획하는 걸 알았다"며 "기본계획 입찰이 진행 중인데, 사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철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복원 계획을 보면 조형물(동상) 일대에 광장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성 복원사업을 위해 순종 동상을 없애고 대신 광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권 의원은 동상 철거 후 다시 광장을 조성하면 불편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상 건립 후 기존 2차선 도로를 1차선으로 줄여 교통 불편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조형물로 불편을 겪는데 또 광장을 만들면 남은 차선도 막아서 더 불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적에 대해 이운락 도시재생과 과장은 "광장을 조성할 때 교통 대책도 감안해서 조성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대구시에 우려 사항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순종 동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중구청은 윤순영 구청장 재임 시절인 2013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국·시비 70억원을 들여 수창동~인교동 2.1km 구간에 '순종황제어가길'을 조성했다. 조성 사업 마지막으로 2017년 예산 2억5,000만원을 들여 높이 5.5m 금색 대례복 순종 동상을 세웠다. 1909년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이 남순행로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이 모티브다.
논란은 '친일 미화'로 번졌다. 순종 남순행은 단순한 시찰, 여행이 아닌 반일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일제가 순종을 앞세워 이른바 순행(巡幸.행복한 나들이)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구, 부산, 마산으로 끌고 다닌 치욕의 역사라는 것이다.
당시 순종 남순행에는 조선 초대 통감을 지낸 일본제국주의 핵심 인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동행했다. 일제에 굴종을 선전하는 순종 황제의 비극적 여행을 지자체가 수십억 예산을 들여 도심 한복판에 재현하고 화려한 동상까지 세워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역사단체들과 독립투사 후손들은 "친일 미화"라며 순종 동상 앞에서 '철거' 퍼포먼스까지 벌이고 중구청을 규탄했다. 당시 중구청은 "어두운 역사도 역사"라며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의 일환으로 봐달라"는 해명을 내놓고 순종황제어가길 조성사업과 순종 동상 건립을 강행했다.
하지만 역사 논란에 교통 민원까지 이어지자 동상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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