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작은도서관 예산을 추가경정에 10원도 반영하지 않았다.
'2023년도 대구시 제1회 추경 예산서안'을 1일 분석해보니,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사업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최종 추경안에 작은도서관 예산은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다.
당초 담당 부서인 청년여성교육국은 작년과 같은 2억여원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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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는 홍준표 시장과 이만규 의장(2023.4.25) / 사진.대구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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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점검단(단장 김대철)'은 추경 예산안 막판 점검 단계에서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아예 삭제했다. 재정점검단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핵심 정책인 '채무탕감'을 추진하는 부서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시가 넘긴 추경안을 지난달 31일 그대로 가결했다. 당초보다 2,622억원 증액한 10조9,929억여원이다. 제3산단 스마트 주차장 인프라 구축 107억원 등이 포함됐다.
11조원에 가까운 추경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2억여원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은 제외됐다. 본 예산에 이어 추경까지 싹둑 잘렸다. 대구지역 작은도서관들의 수난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간 대구시는 작은도서관을 지원해왔다.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근거로 전국 지자체들이 작은도서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독서·교육 등 순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우수' 지방보조사업으로 평가했다. 대구시도 발을 맞췄다. 담당 부서는 지난해보다 8,000만원 인상한 3억원을 본 예산에 올렸다. 하지만 예산담당관실은 지난 1월 전액 삭감했다.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본 예산 삭감 소식이 알려지며 지역의 작은도서관 단체들은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일부 여야 대구시의원들은 뜻을 모아 추경에 예산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담당 부서 직원들도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끝내 추경안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내부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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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구 삼덕동 작은도서관 삼덕마루(2023.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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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마저 날아가자 홍 시장 빚 탕감 기조에 맞추느라, 작은도서관 같은 작은 규모의 보조금 지원 사업을 삭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의 비교도 잇따른다. 서울시 역시 올해 초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거센 비판이 일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산을 되살려 계속 지원을 결정했다. 반면 홍 시장은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경마저 빼버렸다.
하반기에는 작은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대구의 작은도서관들은 막막해졌다.
대구통합도서관에 따르면, 1일 기준 대구 공·사립 작은도서관은 266곳이다. 개별 사업을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열악해 지자체 지원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시 예산이 끊겨 1천만원~2천만원에 불과한 구비를 수십곳이 나눠쓰며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학을 맞아 동네 어린이들이 하루 수십명씩 책을 읽으러 오고, 폭염으로 노인들까지 몰리면서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성원(48.그나라어린이도서관 관장) 대구시작은도서관협의회 의장은 "홍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전체의 인식 문제"라며 "다른 지자체는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지원을 하는데 대구만 비상식적으로 거꾸로 간다"고 비판했다. 또 "여름방학이라 학생들이 매일 20~30명씩 오고, 노인들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몰려온다"면서 "에어컨 사용비만해도 얼마냐. 충분히 공적인 기능을 하는데도 주민 사업을 외면하는 지역사회 분위기에 너무 큰 실망"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구시의원들은 9월 2차 추경 때 재상정해본다는 입장이다.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이재화(67.서구3) 대구시의원은 "추경에 포함된 줄 알았다가 뒤늦게 빠진 걸 알았다"며 "재정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적은 돈으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사업이니 2차 추경에 살리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육정미(58.비례대표) 의원도 "홍 시장이 주민지원사업, 작은 보조사업을 모두 없애려고 하지만, 이런 취지가 좋은 사업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면서 "의원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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