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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수난시대
[신동희 칼럼]
2023년 02월 15일 (수) 15:02:12 평화뉴스 신동희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지난 해 말, 대구시가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사업 예산을 전액삭감한다고 통보했다. 대구지역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활동가들이 도서관 운영만으로도 빠듯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구군별 작은도서관지원조례 제정을 위해 애쓰고, 대구시와 각 구의 작은도서관협의회를 구성하며 작은도서관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덕분에 만들어진 예산이다. 턱없이 부족하고 작은 예산이지만 오랫동안 작은도서관 운영 지원을 요구하며 지자체의 정책수립과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한 덕분에 그나마 만들어진 예산이 한순간에 0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22년 기준 대구시에 책정된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 예산은 총 2억2천만원이었다. 이것을 각 구별로 나누면 각 구에서는 지자체별로 확보된 구비를 매칭하여 매년 우수 작은도서관을 선정하거나 사업공모를 통해 예산을 지원한다. 각 도서관에 지원되는 금액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연간 200-300만원 정도 규모이다. 도서관 일년살이 운영규모에서 보면 턱없이 적지만 그 지원금으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책도 구입하고, 지역의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독서문화행사도 더할 나위없이 알차게 진행한다.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사업 말고는 지원예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립 작은도서관은 공간임대료, 도서구입비, 사업비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도서관 운영자와 활동가들의 제대로 된 인건비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어려운 실정을 낱낱이 들추자면 말할 수 없이 곤궁하겠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하루 하루의 일상이 주는 보람과 가치를 마음의 보상이라 여기며 마을에서 작은도서관을 쓸고 닦으며 가꾸어 가고 있다. 하루하루 도서관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어쩌면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이다.

그런데, 사립 작은도서관들에게 대구시의 이런 불통조치는 운영자들을 참으로 무력하고 허탈하게 만든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예산삭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거세게 낸 덕분에 얼마 전 대구시로부터 작은도서관 활성화 지원예산을 추경에 편성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냈다. 기쁘다기보다 착잡한 마음이 더 큰 결과지만, 말로만 그치는 일이 없도록 도서관 운영자들은 추경 편성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일이다.
 
   
▲ 자료 출처. 대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 '도서관 통계'

최근에 꺾이지 말아야 할 일들이 사립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심심치않게 밀려오고 있다. 대구시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과 사립공공도서관을 향해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이 그렇다. 먼저, 도서관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에서 사립 작은도서관을 배제하는 개정안이 있었다. 도서관 운영자와 주민들의 반발과 서명참여로 겨우 개정내용을 성과적으로 수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곧이어 실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에 대한 지자체의 횡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는 관내 도서관 예산 30%삭감과 작은도서관을 독서실(스터디 카페) 공간으로 확대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공표했다. 실질적으로는 작은도서관 폐관을 추진하는 정책으로 마포구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서울시 역시 공사립 작은도서관에 대한 예산을 0원으로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부터 ‘작은도서관 육성화 지원사업’을 시행해 도서관 실적 평가를 바탕으로 우수 작은도서관에 지원하던 예산을 순식간에 없앤 것이다. 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자 ‘작은도서관 육성 지원 사업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여 추경예산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용인시에서는 사립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도비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 활동가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알려진 도서관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경기도와 용인시의 1대9 매칭으로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경기도의 1천5백만원에 해당하는 도비 삭감으로 시비 1억3천5백만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해부터 벌어지는 도서관 예산삭감 돌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작년에 지방선거가 있었고 많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 굳이 해당 지자체의 정치성향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지는 않았지만, 지자체의 수장이 바뀌면서 지자체마다 도서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 벌어지는 일임은 분명하다. 도서관이 어떤 이유로든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도서관 예산에 함부로 손을 대는 정치인은 자격이 있는 정치인일까.

지역 주민들이 각 지역의 단체장을 뽑을 때는 당연히 주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선택한 일일 것이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자원과 공공의 서비스를 함부로 잘라내도 된다는 권한을 준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어떤 정치적 계산을 덧씌어 지원을 끊거나 삭감하는 일은 결국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 꿈꾸는마을도서관도토리(대구시 북구 구암동)에서 열린 '도토리 제로웨이스트 교실'(2022.11) / 사진 제공. 꿈꾸는마을도서관도토리

도서관은 다양한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상의 공간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노인들도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마을과 지역, 사회를 만난다. 세대의 갈등, 정치적 갈등, 계층 간의 갈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갈등 속에 반목하고 선을 긋게 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하다.

도서관에서 10년을 훌쩍 넘어 일하면서 느낀 점은 도서관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념과 세대를 떠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보수든 진보든, 청년이든 노인이든 한권의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념과 세대를 넘어 책과 도서관을 통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마땅치 않고 없어져야 할 무엇으로 보인다면 그 정치인은 분명 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신동희 칼럼 10]
신동희 /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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