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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대구 청년 1만여명인데...대구시, 지원조례 '개점휴업'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08.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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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지난해 10월 '사회적고립청년 지원조례' 제정
1년 가량 예산·기본계획·실태조사 전무, 2년 후 궤도
시민단체 "청년들 방치...직업훈련·자립지원 등 이행"
시 "내년에 예산 반영·조사, 상담과 교육은 진행 중"


취업에 실패하고, 인간 관계가 서툴고, 가족으로부터 방치된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과 은둔.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도 맺지 않아 '나홀로'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자발적 선택이지만 사실상 사회가 만든 아픔이다. 대구지역에도 1만여명의 사회적 고립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조례로 청년들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조례를 만든지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사업을 추진해야 할 대구시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기본계획, 실태조사 등 실적이 전무하다. 대구시는 내년 실태조사를 거쳐 2년 뒤인 오는 2025년이 돼야 본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봤다.

시민단체는 "대구시가 사실상 고립 청년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즉각 사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좌절한 청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료이미지
좌절한 청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료이미지

우리복지시민연합에 16일 확인한 결과, 복지연합은지난 7월 28일 '대구광역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와 관련해 대구시에 사업 추진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대구시는 지난 4일 정보공개 결정통지서를 보냈다. 해당 조례 제정에 따라 대구시가 추진해야 할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실시 ▲지원시설 설치 ▲2023년 예산 및 집행내역 ▲네트워크 구축 관련 정보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록 1건만 존재했다.

복지연합은 이와 관련해 대구시에 추가 질문을 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 대구 청년 실태조사는 오는 2024년 실시하고, 다른 관련 사업은 오는 2025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청년을 다독이는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료이미지
청년을 다독이는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료이미지

복지연합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2022년 조례 통과 후 3년 뒤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대구시의회의 무관심과 대구시 무책임 행정에 그저 황당할 뿐"이라며 "제정 3년 후에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집행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는 추경을 편성해 실태조사를 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시의회도 실적 쌓기용으로 조례를 발의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시는 조례 제정 1년이 다 돼도 한 것이 없다"며 "사실상 관심도 없고 의지도 없다. 고립된 청년들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 없다"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대구시의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내년에 예산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정숙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실태조사는 예산이 수반돼 올해는 할 수 없고, 내년 본 예산에 반영해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가 빨리 끝나면 내년 하반기에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칭은 달라도 유사한 지원 사업을 이전부터 진행했었다는 반박도 했다. 최 과정은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은 아니지만, 은둔·고립 청년을 위해 심리상담과 진로탐색 교육 등의 지원 사업은 이전부터 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의회 제276회 임시회(2022.10.21) / 사진. 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 제276회 임시회(2022.10.21) / 사진. 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10월 김태우 대구시의원(국민의힘.수성구5) 대표발의로 '대구광역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사회적 고립청년 체계적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발굴·실태조사 시행 ▲직업훈련 등 자립지원 사업 ▲지원시설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한다.

전국에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관련 조례를 채택한 곳은 32곳(광역 9곳, 기초 23곳)이다. 이 중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2월 조례를 제정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맞춤 상담, 진로탐색, 공동생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도 지난 2019년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한 후 실태조사를 거쳐 지난해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 자료. 국무조정실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 자료. 국무조정실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 자료. 국무조정실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 자료. 국무조정실

국무조정실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만5,000여가구의 만 19~34세 청년 중 은둔형 청년(임신·출산·장애 제외) 비율은 2.4%다. 이유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가 35%로 가장 높고, '인간관계 어려움' 10%, '학업중단'이 7.9%다. 복지연합은 이를 근거로 대구 만 19~34세 청년 43만1,938명(2023.3월 기준) 중 은둔형 청년은 1만366명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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