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안들고 환기가 안돼 숨막히는 지하실. 냉·난방기가 없어 여름은 찜통, 겨울은 냉골이다. 옥상도 비슷하다. 1평도 안되는 곳에서 먹고 쪽잠을 잔다. 대구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쉼터다.
법과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수년간 보호받지 못하던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경비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구지역에서도 아파트 경비원 휴게시설 설치 기준을 손본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15일 '대구광역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원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김대현(서구1) 대구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로, 같은 당의 권기훈, 김원규, 김재용, 박창석, 윤영애, 전태선, 정일균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28일 최초 발의된 개정 조례안은 앞서 상임위워회인 건설교통위원회 심사를 통과한데 이어 이날 본회도 통과했다.
이로써 지역 공동주택(아파트)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휴게시설의 규모와 위치 등 설치 기준을 이전보다 명확히하고 더 강화했다.
기존의 공동주택(아파트)에서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추가적으로 만드는 경우, 현행 법령상 '위반 건축물'로 분류돼 이행강제금 등이 부과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지역 아파트 내 경비원을 위한 휴게시설 가건물을 따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신설 조례안은 제22조 제3항 제5호다. ▲"기존 아파트 관리 종사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휴게·경비 시설을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규정한다. 휴게시설과 경비용 목적으로 조립식 구조물을 지을 수 있다. ▲규모는 연면적 30㎡ 이하, 최대 9평까지다. ▲다만 1개층으로 한정했다. ▲옥상 설치는 불가능하고 ▲독립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도시 미관상 지장이 없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제96조의 2)'이 지난 8월 18일부터 확대 시행됨에 따라 대구도 발 맞춰가는 모양새다. 상시 경비원·청소원이 2명 이상, 상시근로자 10명 이상~20명 미만 사업장의 7개 취약직종(아파트 경비원, 청소원·환경미화원, 건물경비원, 돌봄서비스 종사자, 전화상담원, 텔레마케터, 배달원)은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령으로 설치, 관리 기준을 정하고 있다.
시행령상 최소 바닥면적은 최소 6㎡, 2평은 돼야 한다. 바닥~천장 높이는 21m 이상이다. 유해물질 취급·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로부터 떨어져야 하고, 적정한 온도(영상 18도~28도)를 유지할 수 있도로 냉난방 기능이 있어야 한다. 적정한 밝기(100럭스~ 200럭스) 조명 기능과 창문 등을 통한 환기가 가능해야 한다. 의자, 식수도 갖춰져야 한다. 휴게시설 목적 외 용도록 사용할 수 없다. 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1,500만원, 기준 미준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8대 특·광역시 중 서울시는 지난 2021년 5월 20일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광주시는 지난 2021년 12월 15일, 부산시는 지난 2022년 4월 13일, 인천시는 올해 4월 17일 제정했다. 대구가 5번째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대전, 울산, 세종 등 3개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아직 재·개정하지 않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전국 대학교·아파트 휴게시설 설치 의무 이행 점검' 결과, 조사 대상인 전체 279곳 가운데 아파트는 94곳 중 40곳인 42.5%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고, 대학교는 185곳 중 84곳이 미설치해 위반율 45.4%로 나타났다. 전체 위반율은 44.4%다.
김대현 대구시의원은 "2000년 이전 지어진 노후 아파트는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다"며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자 조례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또 "적정한 휴게공간을 설치해 근무환경이 개선돼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 받아 안전사고 위험성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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