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85)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결정한 국방부를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열린 '그들은 왜 홍범도 장군을 부정하는가' 특강에서 "국방부가 홍 장군을 부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빨치산'이었다는 것"이라며 "홍 장군이 활동하던 시기에 빨치산은 러시아어로 '비정규군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이나 의병을 지칭하는 빨치산이라는 용어로 홍범도 장군을 부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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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입당'을 문제 삼은 국방부 주장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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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위원장은 "국방부는 소령공산당 입장을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다"며 "홍 장군은 1927년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뒤 어떤 직책도 맡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독립운동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 이력을 놓고 따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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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참변'에 홍 장군이 가담했다는 국방부 주장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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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홍 장군은 유혈사태를 우려해 무장해제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이미 역사학계가 정리했다"면서 "2년 전 역사학계 학술회의에서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가담해 조선 독립군 사살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장군이 러시아에 입국할 때 쓴 입국명세서를 보면, 직업을 적는 부분에 '의병'이라고 쓰여 있다"며 "앞으로 할 일이 뭐냐는 질문에는 '고려의 독립'이라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을 보면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들과 협동은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선 독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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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서훈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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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장군과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이 전 위원장은 "해방 이후의 행적을 독립운동 행적과 섞으면 순수하게 독립운동만으로 평가하기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통일지향적이고 남북통합적인 독립운동 서훈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안에서도 건국훈장 체계가 아닌 다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건국훈장 서훈 체계는 모든 독립운동가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면서 "독립 훈장 체계를 따로 만들어 일제강점기에 항일 독립운동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 수여할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1938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숙명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80년 신군부 세력에 의해 해직됐다. 2003년~2006년까지 제8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로 있다.
이날 대구 특강은 민주당 대구시당 중남구 지역위원회(위원장 허소)와 수성구을 지역위원회(위원장 김용락)가 공동 개최했다. 당원 50여명이 참석했으며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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