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 기다림에도...보훈부, 대구독립기념관 예산 한푼도 반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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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지난해 전액 삭감→올해는 아예 정부안에 미반영
보훈부 "신규 현충사업 없다", 대구시 "구군기념관 변경"
시민 76% "건립 필요", 7천여명 서명에도 3년째 '제자리'
추진위 "이종찬 광복회장과 함께 홍준표 시장 만나 건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3년째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한푼도 반영하지 않아 또 긴 기다림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부와 대구시에 20일 확인한 결과, 정부 내년 예산안에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국회가 건립 예산안을 정부에 넘겼지만 당시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해 반영되지 못했다. 올해는 정부 예산안에 처음부터 아예 건립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추진위 발기인 대회(2020.7.20) / 사진.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지사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보훈부 현충시설정책과 관계자는 "대구에서 신규로 건립, 추진하는 현충사업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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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아닌 '대구구국운동기념관'으로 바꿔 예산을 요구한 상태다.

대구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보훈 관점에서 대구에서도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고, 미래세대에게 교육하고 보여주기 위한 거점시설로 지어달라고 기재부와 보훈부에 예산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 재임 시절 대구독립운동기념관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 명칭을 독립기념관에서 (가칭)국립구국기념관으로 변경했다. 홍 시장은 올해 4월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온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국운동기념관 건립을 건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문시장 100주년 맞이 기념행사에서 발언 중이다(2023.4.1) / 사진.대구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문시장 100주년 맞이 기념행사에서 발언 중이다(2023.4.1) / 사진.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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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지 3년째 됐지만 사업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전국 독립운동가 후손 14명을 포함해 정치권, 재계, 학계, 문화계, 언론계등 인사 300여명은 지난 2020년 7월 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김능진 제9대 독립기념관장이 추진위원장을 맡고 생존지사 권중혁, 정완진, 장병하 선생을 포함해 왕산 허위 선생 손자 허경성 광복회 대의원, 박유철 전 국가보훈처 장관, 신흥무관학교 창설자인 이회영 독립지사 손자 이종찬 현 광복회장, 김구 주석 손자인 김진 선생, 윤봉길 독립지사의 장소녀인 윤주경 국회의원,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예상 도안 / 자료 사진.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
   
▲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추진위 발기인 대회에는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국회의원과 이옥비 이육사추모사업회 상임이사, 생존 애국지사 장병하 선생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2020.7.20) / 사진.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독립지사 후손 우대현 선생이 건립추진위 준비위원장으로서 대구 동구 용수동 팔공산 기슭 4만7,516㎡ 땅을 부지로 내놨다. 예산은 520억원으로 추정하고, 10억원은 시민모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후 시민 7,000여명 서명을 정부에 전달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4월 진행한 대구독립기념관 건립 타당성 설문조사 결과 시민 400명 가운데 75.9%가 "건립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인수위원회 110대 정책과제에도 지방정책의 일환으로 채택됐다가 추후 최종안에는 빠졌다. 이처럼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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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구시가 진행한 2021년 10월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 최종 결과에서 팔공산 부지가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대구시도 독립기념관이 아닌 구국기념관을 짓겠다고 나서 사업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보훈처에서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이후 독립운동 예산은 올해 32억여원에서 16억여원으로 줄줄이 반토막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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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는 내년은 어렵다고 보고, 2024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다시 건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능진 건립추진위원장이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 중이다.(2020.7.20) / 사진.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
김능진 건립추진위원장이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 중이다.(2020.7.20) / 사진.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


김능진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원장은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금년 예산은 끝이고 내년 국가 예산이 편성될 때 반영될 수 있도록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립추진위 고문인 이종찬 광복회장과 함께 추석이 지난 뒤 홍준표 시장을 만나 건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들은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에 관심이 만은데 정작 지자체는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대구보다 독립지사가 훨씬 적은 부산은 시장이 나서서 짓겠다고 말하는데, 훨씬 많은 대구가 관심이 적으니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되고 의외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대구경북(경상권) 등록 독립유공자는 전체(1만5,931명) 21.96%인 3,498명으로 전국 최다다.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유공자는 176명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보다 1명 더 많다. 경북에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있지만 대구에는 없어 생존지사들과 후손들이 건립을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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