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이 지난해 대구퀴어축제를 방해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하라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 대구지법 제21민사단독(판사 안민영)은 24일 오후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배진교)'가 대구시와 홍 시장을 상대로 공동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대구퀴어축제조직위에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2023년 6월 17일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방해 원인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다"며 "피고들은(대구시와 홍준표 시장) 원고(대구퀴어축제조직위)에게 공동으로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당초 조직위 측이 요구한 위자료는 4,000만원이지만 재판부는 5분의 1 수준에 이르는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면서 "다 갚는 날까지 연 5%에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아 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구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글("공공성 없는 성소수자 축제", "혐오감을 줘 반대", "불법도로 점거")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번 올린 홍 시장에 대한 '모욕죄',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손해배상은 인용하고, 모욕죄는 기각해 대구퀴어축제조직위 측이 일부 승소한 셈이다.
◆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1심 판결 후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성소수자도 대한민국 헌법 적용을 받는 똑같은 시민임을 선언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장은 "공권력을 시민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협하고 폭력으로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구시와 홍 시장은 집회를 방해하거나, 폄하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국의 성소수자들에게 이번 판결이 조금이나마 위안이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담당한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대구시와 홍 시장은 500여명 공무원을 동원해 합법한 축제를 위력으로 방해했다"면서 "재판부는 집회·시위 자유가 크게 침해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올해 하반기 제16회 대구퀴어축제를 정상적으로 열 계획이다.
◆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시위를 할 경우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대구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시 법무담당관실(법무 담당관 고준석)은 손배소 1심 패소 후 항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항소를 제기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법무당당관실 관계자는 "오늘 판결이 내려졌고, 아직 판결문도 송달 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먼저 판결문을 받아보고, 내부에서 내용을 분석한 뒤에야 항소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네시스(변호사 남윤중, 소정근, 황건하)는 앞서 공판 과정에서 준비서면을 통해 "당시 원고(조직위)는 중앙로 차선을 차단, 부스 등 공작물을 설치해 10시간 대중교통과 도로교통이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법상(제61조)'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대구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원고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광장이나 공원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것과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또 "도로법에 '집회·시위를 신고하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은 없다"면서 "집회·시위 신고를 했어도 도로 위 공작물을 설치해 점용을 하려는 경우에는 도로관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원고는 당시 불법적으로 도로점용을 하고 일반교통을 방해했다"며 "행정대집행을 통한 적치물 제거나 필요한 조치는 불법이 아니므로 원고에게 손해배상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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