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곁에 섰다는 이유로 교단서 쫓겨난 목사...대구에서 '지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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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42) 목사 인천퀴어축제 축복식, 2년 정직 처분
올해 대구퀴어축제 참가, 8일 교단 재판 최고 수위 '출교'
종교·인권단체 기도회 "축복에는 성정체성 구분 없다, 철회"
18일 광화문 기자회견, 항소...이 목사 "한국 교회 바뀌어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전국 퀴어축제에서 성(性)소수자 곁에 선 목사가 교단에서 쫓겨났다. 

동성애를 찬성하고 동조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종교 재판으로 성직자를 내쫓은 것은 30년만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회장 이철 목사)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지난 8일 교단 재판을 열어 이동환(42.경기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출교(黜敎)를 선고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축복식을 했다. 감리회 장로 등 8명은 '동성애 찬성, 동조했을 때 정직 또는 면직, 출교를 할 수 있다'는 교단법 제3조 8항을 위반했다며 이 목사를 교단에 고발했다. 
 

이동환 목사가 출교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3.12.17.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동환 목사가 출교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3.12.17.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리회는 당시 정직 2년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대구퀴어축제와 서울퀴어축제 등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축복과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 올해 6월 17일 열린 제15회 대구퀴어축제에서도 부스 행사와 퍼레이드에 참가해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 이에 대해 교단 일부 인사들은 이 목사를 같은 법 위반으로 교단에 추가 고발했다. 목사 신분으로 성소수자들을 공개 축복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감리회는 지난 8일 이 목사에 대해 출교를 선고했다. 출교란 교단에서 내쫓아 교적으로부터 신자의 자격과 목사직을 박탈하고, 종교사회에서 영구히 내쫓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범죄를 이유로 출교 조치된 목회자들은 그간 있었지만, 이번처럼 성소수자를 지지했다는 등의 교리적 이유로 출교를 한 것은 감리회 역사상 30여년 만이다. 매우 이례적인 선고를 한 셈이다. 

대구지역 종교, 인권, 성소수자단체는 이 목사를 지지하고, 감리회를 규탄하는 촛불을 들었다.

대구경북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대구 NCC 인권위원회, 정의당 대구시당 성소수자위원회, 무지개인권연대는 1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CGV한일 앞에서 이 목사와 함께 연대하는 촛불 기도회를 열고"축복에는 성정체성 구분이 없다"며 "감리회는 부당한 출교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목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촛불 기도회(2023.12.17.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목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촛불 기도회(2023.12.17.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목사는 이날 기도회에 참석해 "저를 지지한 연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젊은 목회자 후보생들과 신학생들에 대한 지원 후원금이 끊기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마음을 잘 다스려보려해도 출교라는 모욕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는 1980년~1990년대 한국사회의 빨갱이 몰이같은 광풍"이라며 "10년차 중견 목회자로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또 "교단에 끝까지 남아 한국 교회를 바꾸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교회에 남은 성소수자 성도들과 목회자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소망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금교 대구경북 목정평 소속 목사는 "한국 교회는 성소수자라는 것도, 장애인라는 것도, 여자라는 것도 묻지 말아야 한다"며 "묻는 것에서 배제와 차별이 생긴다. 더 이상 질문 말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은 누구라도 받아주는 분"이라며 "사람이면 된 것아니냐"고 역설했다.
 

   
▲ "혐오는 하나님의 언어가 아니다. 성탄절에는 모두에게 축복을" 피켓팅(2023.1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앞두고 이런 불행한 일이 생겨 안타깝다"면서 "축복은 남의 미래에 행복을 비는 것, 하나님이 복을 내리는 것인데 남의 일에 행복을 바라는 축복에 성정체성을 구분하는 현재 한국 교회의 현실이 너무 분노스럽고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목사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광화문에 있는 감리회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교 결정에 대한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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