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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은 34세·청년저축은 39세...대구시, 청년 나이 '들쭉날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2.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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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청년 기본 조례→청년 나이 상한선 만 39세
청년수당·희망적금 등 금융지원책 대부분 34세 제한
정책마다 제각각, 청년들 "박탈감·차별, 현실성 없다"
시 "청년기본법상 34세, 법적 문제 없어...예외 고려"


청년수당 ·청년적금 적용 대상은 '34세'까지만

#36세 이교한(대구 달서구)씨는 '청년수당'을 신청하려고 온라인 시스템에 들어갔다가 실망했다. 

34세까지만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이씨는 건강상 이유로 대학 졸업 이후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 지난해 완치된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구직 활동에 나섰다. 

마침 대구시가 미취업 청년들을 위한 사회 진입 지원금 차원에서 '청년수당'을 준다는 뉴스를 보고 신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적용 기준보다 2살 더 많아 신청을 하지 못했다. 
 
대구시청년센터 '대구 청년수당' 상담 / 사진.대구시
대구시청년센터 '대구 청년수당' 상담 / 사진.대구시

'청년'이 달린 정책인데 정작 청년인 본인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씨는 실망했다. 이씨는 "안받아도 그만인 돈이지만 34세까지만 청년으로 정한 건 차별이다. 속만 상했다"며 "사회 진출이 늦은 청년도 있을텐데 35살, 36살은 안되고 33살, 34살은 된다는 기준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37세 강준영(대구 중구)씨도 이씨처럼 청년 정책 혜택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청년희망적금' 모집에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다른 기준은 다 부합하는데 나이에서 떨어졌다. 강씨는 동성로 한 학원에서 사무일을 한다. 월급도 많지 않고 고용도 불안정하다. '청년희망적금'은 강씨에게 맞춤형 정책이었다. 

청년이 6개월 일하면서 월10만원씩 모두 60만원을 저축하면, 대구시가 2배 많은 30만원씩 모두 180만원을 추가 저축해 만기 시 청년이 총액 240만원을 수령할 수 있게 한다. 2년 미만 단기직 저소득 청년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34세 청년까지가 상한선이다. 

강씨는 "월급 200만원도 안되는데 나이에서 밀려 혜택을 못 받는다"며 "청년 나이를 현실성 있게 해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청년 희망 대구시...'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시스템' 화면 캡쳐
청년 희망 대구시...'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시스템' 화면 캡쳐

19세~34세 50개 최다...30대 중·후반 청년 정책 소외     

대구시가 각종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 상한 기준이 정책 마다 달라 수혜자인 청년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정책은 34세까지, 또 다른 정책은 39세까지 정책마다 들쭉날쭉 제각각이다.  

대구시 '청년정책'을 10일 종합한 결과, 연령별 적용되는 정책 숫자를 보면 ▲15~18세 11개 ▲19~24세 53개 ▲25~29세 54개 ▲30~34세 50개 ▲35~39세 32개 ▲'제한 없음'은 18개다. 

10대가 가장 적고, 19~34세까지 정책 숫자가 가장 많다. 35~39세 구간에서는 정책 수가 줄어든다. 문제는 30대 중후반에서 발생한다. 청년 나이 제한에 걸려 수혜받는 정책이 하나둘 사라지는 탓이다. 
 
대구형 청년보장제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시스템' 정책 검색창
대구형 청년보장제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시스템' 정책 검색창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청년수당'과 '청년희망적금'이 대표적이다. 34세까지만 적용되고 35~39세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이 상한에 걸려 30대 중후반이 수혜 받지 못하는 청년 정책은 20여개다.

금융지원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은 거의 없다. '청년 주거 원스톱 지원', '금융교육 부채상담 대구 청년지갑 특공대' 등 대부분 상담·교육 정책이다. 35~39세 대상 자산형성 정책은 '청년내일저축계좌'가 유일하다. 이 나이때 정책 유형 대부분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구시 조례는 '39세', 청년기본법은 '34세'...법 마다 다른 고무줄 나이 

대구시가 정한 청년 적용 나이 기준과도 맞지 않다. '대구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를 보면, 청년 나이는 19세에서 39세로 정의했다. 청년 정책을 만들고 추진함에 있어 이 기본 조례를 토대로 삼게 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책과 사업마다 청년 기준이 다르다. 대구시는 현실성을 따져 정책마다 나이 적용 기준을 다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고무줄 적용이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기본법'을 보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법은 청년을 34세까지로 정하고 있지만 지자체마다 조례로 나이 상한선을 올리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소멸, 저출생 등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자 지자체들은 청년 나이를 39세로 올리는 추세다. 경남 창녕군 등 일부 지자체는 청년 나이를 만 49세까지 끌어 올린 지역도 있다. 
 
(왼쪽부터)'대구시 청년 기본조례' 19세~39세, '청년기본법' 19세~34세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왼쪽부터)'대구시 청년 기본조례' 19세~39세, '청년기본법' 19세~34세 / 자료.자치법규정보시스템

법을 들여다봐도 청년 나이 기준은 모두 다르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15세~29세, 지방공기업 채용시 34세까지, 전통시장법 만39세 이하, 조세특례제한법 34세 이하로 청년 기준을 뒀다. 

대구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조례상 청년 나이 적용 기준은 39세지만 청년기본법상 나이는 34세라서 크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민원이나 불만 사항이 접수된 적이 없어서 나이 기준에 대해 크게 고려해 본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청년수당의 경우 처음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해 34세로 제한했다"면서 "만약 출산이나 육아 등 다른 이유로 인해 취업을 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34세를 넘겼다고 해도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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